0. 너도바람꽃
가용 시간이 많지 않아 먼 산을 갈 수 없기에 동네 인근에 있는 천마산에나 잠깐 다녀오기로
합니다.
6일 전에 갔을 때 전혀 없던 봄 꽃이 그새 피어났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산책 삼아
간 겁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너도바람꽃을 두 무더기나 발견했습니다..
현장에는 어제와 그제 이미 탐사객이 다녀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더군요.
이끼를 이식하고 주변을 정리한 흔적이 역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꽃의 배치를 인위적으로
바꾼다거나 꽃잎을 억지로 벌린다거나 하는 등의 몰지각한 연출은 없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늘이 평일임에도 이 너도바람꽃 무리 앞에 납작 업드려 신중하게 대포를 겨냥하고 있는
성급한 상춘객이 두서너 분 계시더군요.
멀찌감치 떨어져 그분들이 자리를 뜨기를 기다린 후 아무도 없을 때 나도 그 자리에 엎드려
대포가 아닌 소총(똑딱이)을 겨누었지요.
올된 녀석들인지라 자태가 화사하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더군요.
좀 튀어보겠다는 심사인지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공기 중의 봄기운을 흠향하고 있는 녀석도 있고
아직은 낯선 세상 대하기가 수줍은지 얼굴을 활짝 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옆의 동무와
도란도란 뭔가를 속삭이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지요.
한 전직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고 하더니 지난
계절이 퇴장을 아무리 완강히 거부해도 욘석들의 도래를 끝내 저지하지는 못하였군요.
0. 복수초
아래 복수초는 며칠 전 계룡산 등산 때 동학사 계곡 초입에 있는 화단에서 찍은 거지요.
막 피어나는 중이어서 노란 등불이 그다지 밝지는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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