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국립수목원 나들이를 했습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하루 5천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입장인원이 이미 다 차서
인터넷에서 예약이 되질 않더군요.
마땅히 다른 데 갈 만한 시간이 되질 않아 인내심을 가지고 국립수목원 홈피에서
가끔식 예약 현황을 확인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예약을 취소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잽싸게 예약을 했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그 빈 자리를 차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서너 번 겪다가 결국은 예약에 성공을 했지요.
요즘 같아서는 당일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봄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반증에 다름 아닙니다.
수목원에서는 단체관람객들은 태우고 온 관광버스와 개별 관람객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이 뒤엉켜 주차장이 몸살을 앓고 있더군요.
일부 관광버스는 아예 정문 입구 도로변에 주차해 있을 정도였지요.
그 많은 인원들이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수목원 주 진입로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직은 잎이 성긴 편인 교목들 우듬지 사이를 비집고 내려온 햇살이 진입로를 걷고
있는 관람객들의 전신을 은혜처럼 적셔주고 있습니다.
지금쯤은 여러 가지 봄 꽃들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으리란 예상은 빗나갔지요.
아직은 때가 이른 건지 아니면 내 기대가 너무 앞서갔는지는 몰라도 그 넓은 화단은
대부분 불모지처럼 맨땅 그대로였습니다.
닭장 같은 철책 안에 갇히 광릉요강꽃도 꽃봉오리만 맺은 상태였구요.
커다란 대포를 목에 건 채 혹시 조금이라도 꽃봉오리를 벌리고 있는 개체가 있지 않나
하는 마음에 보호철책 주변을 서성이면서 내부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한 관람객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감지됩니다.
복주머니란은 두세 송이 꽃을 피웠던데 보호철창이 워낙 작은 관계로 사진 찍기가
사나워 그냥 눈길만 주고 말았습니다.
느긋하게 여기 저기 소요하면서 풀꽃나무 사진 몇 장 찍은 거 여기에 올려봅니다.
나중에 귀가하는 버스 안에서 한 아주머니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내용을 듣다 보니
그분이 섹스폰 같이 생긴 꽃을 찍었다고 자랑하더군요.
그분의 동행이 통화하는 아주머니에게 그게 등칡의 꽃이었다는 걸 귀띔해줍니다.
에고, 내름대로 구석구석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난 그 등칡 꽃을 만나질
못했지요.
0. 앵초
0. 바위미나리아재비
미나리아재비에 비하면 키가 작아 난쟁이 같지요.
한라산 고지에 삽니다.
0. 백두산떡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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