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24. 02. 04 (일)
● 누구와 : 나 홀로
● 어 디 : 운악산
● 코 스 : 봉수리 버스정류장 - 아기봉/운악산 갈림길 - 아기봉
- 아기봉/운악산 갈림길 - 대원사 갈림길 - 백호능선 갈림길
- 절고개 갈림길 - 남근석 전망대 - 대원사 갈림길 - 운악산 정상 (동봉)
- 운악산 서봉 - 운악산 동봉 - 전망대 - 미륵바위 - 병풍바위 - 전망대 안부
- 눈썹바위 - 출렁다리 - 백년폭포 - 현등사 일주문 - 운악산 안내소
- 운악산 입구 버스정류장
● 이동거리 및 소요시간 : 11.4 km, 7시간 49분
● 이동시간 및 소요비용 :
오늘의 목적지는 운악산입니다.
운악산은 항상 포천 쪽에서 올라갔다 포천 쪽으로만 내려왔었는데 오늘은
포천 쪽에서 올라갔다 반대편 가평 쪽으로 한번 내려가 보려고 합니다.
"운악산(雲岳山)’이란 이름은 망경대를 중심으로 높이 솟구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과 포천시
화현면의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 0719 7-2번 버스 탑승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광릉내종점에 내린 후 도평리 행 7-2번 버스로
환승합니다.
▼ 0749 봉수리 버스정류장
약 30분 후에 버스는 봉수리에 도착합니다.
따로 준비할 게 없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오늘의 들머리로 가기 위해
정류장 부스 우측에 있는 도로 쪽으로 우회전합니다.
▼ 0751 갈림길
곧바로 모퉁이에 이정표는 없고 운악산 등산안내도만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갑니다.
오늘 걸을 코스를 아래 안내도에 흰색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봉수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아기봉에 들렀다 운악산 정상에 오른
후 청룡능선을 타고 가평 쪽 운악산 안내소 쪽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 0758 갈림길
모퉁이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다음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으로 갑니다.
이곳 모퉁이에 이정표가 있긴 한데 다른 안내판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 0804 들머리
우측에 철문이 있는 갈림길에서는 이정표의 안내를 따라 이 철문 쪽으로
갑니다.
철문은 잠겨 있지만 왼쪽에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입구에 이정표까지 서 있는 정식 등산로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철문에 붙어 있는 출입금지 안내판의 경고 대상에서 등산객은 제외되는
것 같습니다.
계속 직진합니다.
▼ 0810 갈림길
철책이 한 발 정도 트인 곳에 아기봉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아이젠과 스패츠 등 설중 산행 채비를 합니다.
길은 외곬이라 등산로 찾는 데 공력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더군다나 간간이 산행 리본과 이정표가 나타나 주기에 길을 덧들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 0846
포천 쪽 조망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합니다.
▼ 0904
산행 출발한 지 1시간 15분쯤 되어서야 처음으로 오늘의 첫 햇발과 인사를
나눕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응달이었지만 기온이 평년에 비해 높아서인지 살품으로
파고드는 공기에서 한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 0913 아기봉/운악산 갈림길
길이 마침내 주능선과 접속됩니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아기봉이고 왼쪽으로 가면 운악산입니다.
계획했던 대로 아기봉에 도다녀와서 여기서 다시 왼쪽 운악산을 향해
걸을 겁니다.
아기봉까지 1km를 왕복해야 하는군요.
▼ 0917 위험구간
몇 분 안 가서 오늘의 최대 고빗사위와 마주칩니다.
바위 아래로 내려서기가 녹록지 않은 곳인데 설치되어 있는 보조 로프는
눈 속에 묻힌 채 얼어붙어서 활용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할까 잠시 좌고우면하며 지정거립니다.
주변을 뚜렷거리다 보니 왼쪽에 있는 소나무를 잘만 이용하면 그럭저럭
바위에서 내려설 수는 있을 것 같아 만용을 한번 부려 보기로 합니다.
다행히 어렵사리 바위 아래로 내려서는 데 성공합니다.
바위를 내려서는 것과 같은 바위를 다시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지요.
아기봉에 갔다 되돌아왔을 때 다시 이 바위를 오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보여 다소 걱정은 되는데 그건 그때 가서 매개를 보기로 합니다.
바위에서 내려와서 보니 보조 로프는 끊어져 있는 상태네요.
눈 위에는 이제까지 나를 앞서가던 선답자 발자국 대신 정체 모를
산짐승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선답자 분은 이 위험
구간에서 저와는 달리 무모한 성취욕보다는 안전한 산행 쪽에 방점을
찍으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 0924
오른쪽의 포천시 일부와 왼쪽의 운악산 채석장 전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쉬어 갑니다.
▼ 0926
아기봉 가는 등마루는 암릉이긴 해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데다 약간의
스릴까지 맛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 0949 아기봉 정상
아기봉에 당도하니 일군의 바위와 소나무들이 예제없이 휘뚜루마뚜루
돌아다니는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아기봉에는 정상석도 이정표도, 그 흔한 산행 리본도 하나 없고 단지
바위 위에 누군가가 '애기봉'이라고 적어 둔 게 표식의 전부입니다.
글자가 그늘 쪽에 있어서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전에 이 글자를 봤었던 사실이 기억나 한번 찾아 보았더니 빛바랜
글자가 희미하게나마 바위 위에 적혀 있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 1015 위험구간
다시 갔던 길 되짚어와 좀전의 그 위험구간에 다다릅니다.
아기봉 정상 쪽으로 갈 때는 아래 사진 속 소나무 좌측에 있는 바위를
간신히 내려섰었는데 이제 그걸 어떻게 다시 극터듬어야 할지 몰라
잠시 둥개고 있다가 일단 앞에 있는 소나무 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한 발을 내딛습니다..
현위치와 소나무 사이가 편평하지 않은 급경사지인데 오른쪽 발날에
최대한 힘을 주어 가며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일순간
등산화의 접지력이 그 급한 경사도를 감당해내지 못해 몸이 속절없이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지고 맙니다.
기울기가 워낙 급해 미끄러지는 중간에 발 뒤꿈치로 바닥에 압력을 가하고
손으로는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잡아 가면서 미끄럼을 멈춰 보려 노력했지만
모두 무위로 끝나다가 아래 사진 속 죽은 나무 줄기에 간신히 발을 걸쳐
더이상의 추락을 멈추게 됩니다.
족히 10여 미터는 미끄러진 것 같은데 다행히도 지나온 눈 밑바닥에 뾰족한
바위 뿌다구니가 없었고 지형에 낙차가 없어서 전혀 다친 곳은 없습니다.
▼ 1020
한참을 우두망찰 눈 위에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립니다.
이렇게 미끄러지기까지 했는데 다시 그 바위가 있는 장소로 올라갈 이유가
없어졌네요.
여기서 그냥 산허리를 가로질러 가는데 여전히 경사도가 만만치 않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닙니다.
▼ 1028
적당한 곳에서 다시 능선 쪽으로 미끄러운 눈길을 톱아 오르는데 이름 모를
산짐승의 자귀가 길 안내를 자처합니다.
오르면서 생각하니 그 위험구간에 있는 바위를 오르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였었는데 그곳에서 미끄러져 본의 아니게 길을 우회하게 된 게 차라리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하나 봅니다.
미끄러졌던 부분이 트랭글에 연회색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네요.
▼ 1032 아기봉/운악산 갈림길
주능선으로 오르고 나니 바로 좀전의 아기봉과 운악산 갈림길입니다.
운악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산중에서는, 특히 설산에서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예기치 못한 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앞으로는 절대 만용을 부리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더
다짐은 해보지만 그게 제대로 지켜질지는 물론 의문입니다.
등마루에 눈이 20cm 이상 무덕지게 쌓여 있는 곳이 수시로 나타나
걷다 보니 눈이 스패츠의 방어막까지 뚫고 등산화 안으로 들어와
양말이 축축할 정도입니다.
▼ 1047
등마루에 있는 대부분의 암괴는 에움길이 있습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서 등산로가 계속 이어집니다.
▼ 1115 갈림길
한 갈림길에 이르니 여기저기 나뭇가지들마다 산행 리본들이 어지럽게
매달려 있습니다.
이정표 일부가 파손되어 있어 확실치는 않지만 트랭글 지도를 확인해 보니
진행 방향 왼쪽이 아마도 포천 대원사 방향 등산로인 것 같습니다.
한숨 돌리면서 모처럼 뒤를 한번 돌아보았더니 저멀리 소소리 솟아 있는
아기봉이 내가 오래 머물지 않았던 게 서운했는지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앵돌아앉아 있습니다.
▼ 1201 간이 목교
튼튼하기가 2년 전에 보았던 그 상태 그대로인 간이 목교를 만납니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불특정 다수를 위해 기울였던 단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히 짐작이 갑니다.
▼ 1203
곧바로 보조 로프가 얼기설기 묶여 있는 경사로가 나옵니다.
로프 하나는 여기서 바로 우측 등마루로 오를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좀더 가다가 우측으로 오르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데 무작위로
전자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 1209
근자에 체중이 좀 불어서인지 오늘따라 발씨가 무척 무거워 적당한 양지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합니다.
산행 시마다 점심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컵라면이 거의 항상 배낭 속에서
공짜 여행만 즐기다가 다시 숫것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는데 오늘은
욘석이 그런 호사를 누길 기회를 주지 않기로 합니다.
오는 동안 땀을 많이 흘려서 심해진 갈증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용기에
안다미로 물을 붓습니다.
건데기보다는 국물이 훨씬 더 입에 착착 감기는 걸 보면 산행 중 관리
대상으로는 허기는 버금이고 갈증이 으뜸인가 봅니다.
▼ 1228
컵라면으로 허출한 속을 달랜 후 다시 길을 잇습니다.
▼ 1233 백호능선 갈림길
다음주쯤에 다시 운악산을 찾았을 때 이곳에서 백호능선을 타고 가평
쪽으로 하산할 예정입니다.
▼ 1236 현등사 갈림길
▼ 1237 절고개 갈림길
▼ 1239
길이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합니다.
▼ 1241
▼ 1249
▼ 1250 남근바위 전망대
▼ 남근바위
▼ 1254
중도에 우회로가 나 있는 전방 암벽 저만큼 위쪽에 뭔가가 쓰여 있기에
핸드폰 줌으로 한번 당겨 보았습니다.
누구 작품인지는 몰라도 '비호결사대(飛虎決死隊)'라고 적혀 있네요..
▼ 1300
아기봉 쪽에서 올 때 운악산 동봉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계단입니다.
▼ 1303 운악산 동봉 정상
마침내 해발 고도 937.5m인 운악산 동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찾아 주는 산객들이 많아 정상은 혼자 고적한 시간을 보낼 여유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2개 있습니다.
하나는 가평군에서, 다른 하나는 포천시에서 각각 세운 것입니다.
지호지간에 있는 서봉이 자기한테도 도다녀가라고 손짓을 합니다.
하산 후 버스 시간이 다소 빠듯하기는 하지만 차마 그 초대를 거절하지
못해 그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 1322 서봉 정상
동봉과는 달리 산객이 하나도 없어 작요하기만 한 서봉을 보면서 들렀다
가기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봉은 동봉보다 2m 낮습니다.
오늘은 청룡능선을 타고 가평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였기에 그쪽으로 길을
이을 수 있는 동봉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 1332
동봉에서 이정표상 청룡능산 방향으로 갑니다.
▼ 1336
하산로라고 해서 줄창 내리막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전방에 있는 저 전망대로 일단 올라갔다가 다시 건너편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 1338 전망대
전망대에서는 국망봉, 귀목봉,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이 조망됩니다.
안내지도와 실물을 대조해 보면서 잠시 쉬어 갑니다.
▼ 1340
청룡능선 코스는 난생 처음 와보는데 깎아지른 듯한 가풀막 지형인지라
각종 계단과 보조 로프, U자형 발 디딤대 등이 꽤 많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포천 쪽 산사면과는 산세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 1340
▼ 1344
▼ 1346
▼ 1350
▼ 1357 미륵바위
▼ 1404
▼ 1416 병풍바위
▼ 1418
▼ 1423
▼ 1434
▼ 1436 쉼터
쉼터 인근에서 인기척이 있어 둘러보니 평년보다 기온이 다소 높기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데 길체 양지에서 코까지 골면서 주무시는
분이 계십니다. ㅠㅠ
▼ 1440 전망대 전경
맞은바라기 봉우리에도 전망대가 하나 있습니다.
▼ 1442 안부
이 안부에서 직진을 하면 전망대로 올라갈 수 있는데 체력이 어느 정도
멱찬 상태라서 포기하기로 합니다.
저 전망대가 아마도 망경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안부에서 이정표상 운악산안내소 방향인 우측으로 내려갑니다.
▼ 1445
길은 어전히 거친 상태로 이방인의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 1450 눈썹바위
▼ 1457 갈림길
운악산안내소로 내려가는 길이 둘로 나뉩니다.
하산 완료 후 현리터미널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게 계획인데 그러자면
현재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거리가 짧은 직진
쪽 코스로 방향을 잡습니다.
▼ 1507 출렁다리
가다 보니 출렁다리가 나오네요.
계획했던 버스를 놓쳐 1시간 반 후에나 있는 다음 버스를 타게 되더라도
운악산의 명물 중 하나인 이 다리를 안 건너가 볼 수가 없습니다.
다중이 이용할 때는 다리가 출렁거리는지는 몰라도 나 혼자만의 몸무게로
그 스릴을 맛보기에는 어림도 없네요.
▼ 1508
출렁다리에서 내려서는 계단이 꽤나 깁니다.
▼ 1515 포장도로 접점
계단 끝에서 현등사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갑니다.
▼ 1518 백년폭포
막대이정표에 백년폭포라고 적혀 있기에 계곡 쪽을 내려다보니 폭포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낙차를 가진 작은 용소가 하나 있을 뿐입니다.
▼ 1519
▼ 1527 현등사 일주문
▼ 1528 운악산안내소
운악산안내소가 있는 등산로 입구를 지납니다.
▼ 1531
좌우에 음식점이 도열해 있는 길을 통과합니다.
▼ 1533 '운악산입구' 버스정류장
'운악산입구' 버스정류장에 도착함으로써 오늘의 산행 일정은 모두
마무리됩니다.
이곳에서 1330-44번 좌석버스를 타면 현리터미널과 청평터미널을 거쳐
청량리까지 갈 수가 있다는 건 사전에 조사해 둔 사항입니다.
시간표를 보니 가장 빠른 버스가 오후 5시에 있으니 지금부터 1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하네요.
하산 시간이 일러 내친 김에 현리터미널까지 걸어서 한번 가 보려고
네이버지도로 소요시간을 확인하고 있는데 근처에 있는 운악리마을회관
건물 2층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한 어르신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제게 혹시 청량리 가는 좌석버스
기다리느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가장 빠른 좌석버스는 5시에나
있으니 저 다리 건너에 있는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다 얼마 안 있어 오는,
상판리에서 출발한 마을버스를 타고 현리터미널로 가면 거기 서울 가는
버스가 많다.."고 조언을 해 주십니다.
1330-44번 좌석버스는 이곳까지 연장 운행하고 1330-4번 좌석버스는
이곳까지 오지 않고 현리터미널까지만 운행하는데 전자는 하루에 12회,
후자는 28회 운행합니다.
그러니 다리 건너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현리터미널까지 간 후 거기서
배차시간이 보다 짧은 1330-4번 좌석버스를 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제가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 일부러, 그것도 거리가 꽤 떨어진 곳에서 저를
위해 유용한 교통 정보를 제공해 주신 그 배려심이 고마워서라도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돌려 드리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분 말씀대로 하기로 하고 크게 감사 인사를 드린 후 다리를 건너니
바로 오른쪽에 버스정류장 2개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서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 부스가 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 현리 쪽으로 갑니다.
핸드폰으로 확인해 보니 버스가 오려면 19분 정도 남았군요.,
▼ 1625 현리터미널
1612에 탄 버스가 13분 후 현리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전에 왔었을 때는 터미널 건물이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건물은 없어지고
좌우로 긴 정류장 부스가 터미널을 대신하고 있네요.
매표를 헤야 할 버스도, 창구도 없기에 말이 터미널이지 사실은 그냥 커다란
버스정류장입니다.
여기에서 기다렸다 1700시에 오는 80번 버스를 타고 봉수리 또는 광릉내로
가는 게 제게는 최단 코스입니다.
부스 안에는 난방이 잘 되어 있어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눈꺼풀이
살살 아래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예정 시간이 넘었는데도 버스가 오질 않기에 이상하다 싶어 부스 안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건 몰라도 광릉내 가는 80번 버스와 봉수리
가는 40-2번 버스는 길 건너편에서 타야 한다고 하십니다.
이런 .... 그렇다면 내가 타야 할 버스는 이미 떠나버렸다는 얘기가 되네요.
이런 승차 위치 정보도 부스 안에 붙여 놓았으면 좋으련만 ...
봉수리 가는 다음 버스를 타려면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야 하기에 마침
정류장 앞에 대기하고 있는 1330-4번 버스를 타고 청평터미널로 가기로
합니다.
청평터미널에서 청평역까지 걸어간 후 경춘선을 타고 가는 것으로 귀가
일정이 졸지에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 일정 중 잔판머리에 가탈은 좀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
걸어 본 청룡능선의 경승들로 인해 가슴이 많이 윤택해졌으니 이 정도면
성공적인 산행이었다고 자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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