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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국립수목원 (08.05.29)

by 심자한2 2008. 5. 30.

 

날이 좋으니 수목원 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비록 단체관람객들이 대부분이긴 하나 간간이 연인들과 가족 단위도 눈에 띈다.

별생각없이 나왔거나 싫어도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수목원에 발을 들이면 최소한 건강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시내보다야 공기가 훨씬 깨끗할 것이고 수목원 면적이 그다지 작지 않으니 걷기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운동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해설가나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설명이 설사 당장은 귀에 박히지 않을지라도 평소 보기 어려웠던 풀꽃나무들의 일부가 망막에 깊이 각인될 수도 있어 후일 그 영상이 삶의 노정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도 병아리들은 이곳에 출현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연히도 병아리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어 소음은 면했다 싶었는데 나중에 시간이 좀 지나고 나니 오히려 그 명랑한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같은 복장을 한,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어린이 대여섯이 중산국수나무 앞에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한다.

선생님인 듯한 사람이 원, 투, 쓰리를 주문하자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잘도 외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선생님이 셔터를 눌렀으나 제대로 찍히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찍으려 카메라를 조작하면서 지나가는 얘기로 "애들이 쓰리까지밖에 몰라."라고 했는데 이 말을 아이들이 들은 모양이다.

다시 원, 투, 쓰리를 주문하자 이번에는 그중 한 두 명의 입에서 원, 투, 쓰리 다음에 포, 파이프까지 나온다.

쓰리까지밖에 모르는 아이들의 눈이 일제히 포, 파이브를 외친 아이들에게로 쏠린다.

저 조건 없는 반응, 저 순수한 질투, 저 악의 없는 경쟁심리.

내게도 한때 있었던 저 하얀 마음은 지금쯤 얼마나 변색되어 있을까?

아니 설사 변색은 됐을지언정 남아 있기는 한 걸까?

 

그새 호수 한가운데 노란꽃창포가 소담하게 피었다.

호숫가에 심어 놓은 풀들도 점점 무성해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풍경이었던 호수가 서서히 수련 잎으로 뒤덮히고 왜개연꽃과 수련이 점점이 피어나자 호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백당나무가 제대로 장식된 은쟁반 같은 꽃을 잔뜩 가지에 이고 그 밑을 지나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수국백당나무라 불리기도 하는 불두화는 백당나무보다 먼저 피었던지 그 밑이 떨어진 꽃잎으로 하얗다.

언뜻 보면 잔설이 아직 쌓여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다.

 

때죽나무도 주어진 호기를 충실히 활용해 잘 정비된 재래시장 거리 위에 장식된 등 같은 꽃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데 성공했다.

나뭇가지가 낮아 사진찍기에 좋았는지 유난히 이 나무 밑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사진 속에서 때죽나무와 인물 중 누구의 미색이 더 빛날까 하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인다.

 

몇 년 전에 전남 영광에 있는 어느 해안도로에 줄지어 심어놓은 해당화를 처음 보았을 때 섬마을선생이란 노래를 들으며 느꼈던 그 감정만큼 식물이 곱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혹시 줄기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그랬던 건 아닐까?

 

조팝나무 종류들이 줄줄이 꽃을 피웠다.

식물 공부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긴 하나 조팝나무들도 종류가 많아 구분하는데 힘이 든다.

인내심을 가지고 이번 기회에 이들의 특징을 정리해봐야겠다. (이 글보다 먼저 정리해서 이미 올려놨다는... )

 

개사상자라고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은 조사 결과 개사상자가 아니다.

찍어 온 사진에 의하면 총포는 없고 소총포는 사진에서처럼 피침형 또는 난형으로 5개 정도이며 소산경은 9~10개, 꽃은 14개 정도인데, 개사상자는 총포가 없거나 1개 있는데 총포는 실처럼 가늘며 소총포는 선형이고 소산경은 2~4개라 하니 사진과 명확히 다르다.

그렇다고 사상자나 긴사상자도 아니고 천궁이나 궁궁이 등등을 모두 살펴봤는데 사진과 일치하는 설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산형과 식물들이 서서히 내게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검노린재나무라 이름표를 붙인 나무 앞에 선다.

우선 꽃의 수술 부분부터 살펴봤다.

노린재나무와 특별히 다른 게 없다.

이전에 어떤 자료에서는 검노린재의 수술이 5개라 했고 어떤 도감에서는 수술이 5군이다 라고 되어 있는 설명을 보고 나름대로 수술이 노린재나무처럼 많은데 아마도 5개로 무리지어져 마치 수술이 5개처럼 보이는가 보다 라고 혼자서 추측했었는데 그 추측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조팝나무 종류들 사진을 찍느라 몸과 마음이 지쳤는지 이 시점에서 노린재고 검노린재고 뭐 구태여 구분해볼 마음이 싹 달아난다.

귀찮아 하면서 사진만 대충 찍어왔는데 집에서 꽃의 수술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닌게 아니라 수술의 밑 부분이 5개 정도로 무리지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여태까지 수술 윗 부분이 눈에 띌 정도로 5개군으로 구획지어져 있는 것으로 추측했었으니 현장에서 그 잘못된 추측이 통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래 사진은 노린재나무의 꽃이다.

사진은 흐릿하지만 잘 살펴 보면 둘 간의 차이가 보일 것이다.

 

 

나도국수나무에 드디어 꽃이 폈다.

사진에서 보듯이 꽃차례는 총상꽃차례라는 점이 국수나무와 다르다.

아래 사진은 얼마 전 동네 야산에 피어 있는 것을 찍은 것이다.

만개했을 때 꽃차례의 모습은 이렇게 긴 솜방망이 같이 보인다.

 

 

도깨비사초가 어디에 쓰려는지 도깨비방망이를 두어 개씩 지니고 있다.

 

활짝 핀 새모래덩굴의 수꽃도 보인다.

 

지난 번 방문시 자주꽃받침 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했기에 다음에 오면 벌써 다 지고 없겠구나 했는데 이 나무는 그래도 개화기가 좀 긴지 아직까지 꽤 많은 꽃들로 내 방문을 환영해주고 있었다.

 

한 나무에 열매가 맺혀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나무는 구주피나무잖아 했는데 팻말을 보니 찰피나무다.

이전에 본 구주피나무와 열매에 긴 포가 있는 점이 유사하다.

 

이곳에도 칼미아가 있는지 몰랐다.

활짝 핀 꽃도 꽃이지만 꽃봉오리 자체도 특색이 있다.

군대 시절 건빵 봉지 속에 들어 있던 별사탕을 연상케 한다.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밖으로 나오니 정문 입구에 꽃가루가 눈처럼 날린다.

다른 곳에는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근처에 있는 나무에서 날리는 것일 텐데 무슨 나무의 꽃가루인지 모르겠다.

가장 먼저 송홧가루란 단어가 떠올라 주변을 살펴 보니 잣나무는 많아도 소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키 큰 잣나무 옆에 있는 나무를 올려다 보니 너무 멀어서 확실치는 않으나 높은 가지 밑에 긴 솜방망이 같은 열매가 달려 있는 듯이 보인다.

잎을 보니 뒷면이 흰빛이라서 그 열매로 보이는 것이 어쩌면 잎 뒷면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아무래도 이 나무에서 꽃가루가 날리는 것으로 보여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 볼 생각으로 일단 나뭇잎 사진부터 찍었다.

다시 멀찌감치 떨어져 길 건너에 있는 이 나무를 올려보다가 수피가 눈에 들어왔다.

수피가 흰색이고 다이아몬드 문양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은사시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나무가 노목이다 보니 줄기 대부분은 지금 본 것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수피가 검고 갈라져 있는데다 다이아몬드 문양 같은 것도 없었기에 못 알아봤던 것이다.

나중에 확인 결과 은사시나무가 맞는 것 같다.

은사시나무도 이렇게 꽃가루를 날린다는 걸 처음 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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