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용어부터 몇 가지 설명합니다.
▶ 구과 [毬果] : 측백나뭇과, 소나뭇과 따위 구과식물의 열매.
솔방울이나 잣송이같이 목질(木質)의 비늘 조각이 여러 겹으로
포개어져 둥글거나 타원형으로 되어 있는 열매를 말한다.
▶ 실편 [實片] : 솔방울 따위에 붙어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
▶ 포 [苞] : 꽃의 기부에 있는 잎과 같은 구조
구과식물의 경우 암꽃, 수꽃 대신 암구화수, 수구화수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으나 여기서는 그냥
암꽃, 수꽃으로 쓰기로 합니다.
아래 사진은 (청)분비나무의 암꽃입니다.
실편은 암꽃 겉을 둘러싸고 있는 비늘 모양의 조각이고 실편당
하나씩의 포가 그 밑을 받쳐주고 있습니다.
통상 구상나무와 분비나무를 구분할 때 실편이 뒤로 젖혀지면
구상나무이고 안 젖혀지면 분비나무라고들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실편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실편 포가 그렇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열매가 성숙하면 실편은 떨어져 나간다는데 여기에서는 실편이
떨어져나가기 전의 열매와 암꽃 모습을 일단 같은 것으로 보기로
합니다.
구상나무나 분비나무의 열매의 색깔에 따른 구분은 "생태적 변이
형질로 판단"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는지 2022년 국가표준식물
목록에서는 붉은구상, 검은구상, 푸른구상은 모두 구상나무로,
청분비나무는 분비나무로 통합되었습니다.
이하에서는 일단 이전의 분류법을 따라 설명해 봅니다.
포의 경우에도 몸체가 있고 끝부분에는 포침이 있는데 실편 포가
뒤로 젖혀졌느냐 젖혀지지 않았느냐는 포침이 아니라 포의 몸체
자체가 뒤로 젖혀졌는지 여부를 이르는 말이라는 게 그간의 관찰
결과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면 포침은 어느 정도 뒤로 젖혀져 있지만 몸체는
졎혀지지 않았습니다.
▼ 구상나무
열매가 녹갈색 또는 자갈색입니다.
▼ 검은구상 --> 구상나무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는다고 하는데 실물을 보니 완전히 검은색은
아닌 것 같습니다.
▼ 푸른구상 --> 구상나무
열매가 푸른색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편 포만 푸른색이군요.
▼ 붉은구상 --> 구상나무
열매가 붉은색입니다.
▼ 분비나무
분비나무와 구상나무의 차이점입니다.
1. 잎의 길이 : 구상나무는 길이 (9)12.5~23.4mm, 너비 1.7~2.8mm
이고 분비나무는 길이 16.6∼27(40)mm, 너비 1.4∼2.2 mm입니다.
즉, 분비나무 잎은 구상나무에 비해 좁고 길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2. 수지구의 위치 : 분비나무는 잎 단면의 수지구가 유관속과
잎가장자리의 중앙에 위치한다고 하고 구상나무는 "약간 밑에"
(국립수목원 인터넷 자료 표현) 있다고 합니다.
3. 실편의 포 : 일반적으로 구상나무는 구과의 실편 포가 뒤로 젖혀지고
분비나무는 젖혀지지 않습니다.
4. 잎 뭉치의 배열 : 구상나무의 잎은 둥글게 나고 분비나무는 빗처럼
납니다.
5. 분포지 : 구상나무는 덕유산이 북방한계선이고 분비나무는 중부
이북의 고산에서 자랍니다.
국생지에서는 "한라산의 구상나무와 설악산의 분비나무의 경우 잎의
길이와 수지구의 위치 등으로 인해 비교적 뚜렷하게 구분되어 지지만
중간 지역인 덕유산과 지리산 집단은 포가 뒤집어지는 것 외에 다른
형질들이 두 종간에 중복되어 나타나며, 분비나무의 포도 성숙이 되면
뒤집어지는 특징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둘을 구분하는 데 있어서 위 1번과 2번을 우선으로 하고
나머지는 보조지표로만 사용해야 할 겁니다.
예컨대 위에 있는 구상나무 사진들은 모두 경기도에 있는 축령산에서
찍은 것들인데 욘석들이 비록 실편의 포가 뒤로 젖혀져 있기는 해도
잎의 길이와 수지구의 위치를 확인해 보면 구상나무가 아니라
분비나무일 가능성이 더 큰데 그냥 설명 편의상 구상나무라고 한
겁니다.
한때 국생지에서는 분비나무는 "구상나무에 비해 잎이 좁고 연약하며
배열이 빗처럼" 된다는 설명을 기재문에 넣었던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국생지의 표현인 "빗처럼"이란 말이 애매모호하긴 한데 둘의 잎
을 비교해 보니 다소 이해가 가는 듯도 합니다.
우선 구상나무 잎을 보면 아래처럼 가지 주위를 둥굴게 둘러싸면서 나
있습니다.
잎 뒷면에는 두 개의 흰색 기공선이 있고 잎 끝은오목합니다.
다음은 분비나무입니다.
잎이 빗처럼 생겼다는 말이 아래처럼 잎 뭉치 밑부분은 편평하고
윗부분은 위를 향해 솟아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건 구상나무와 분비나무의 잎을 면밀히 관찰해 본 결과물이 아니라
단지 그 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만을 단순 비교한 것이기에 일반적인
현상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화악산에서 찍은 분비나뭉니데 욘석은 위 사진과는 달리
새로 난 잎 뭉치 위쪽이 편평하네요.
잎 뒷면의 기공선이 두 줄인 점이나 잎 끝이 오목한 점은 구상나무와
같습니다.
다음은 열매입니다.
이 열매 사진은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찍은 겁니다.
열매 색은 검은구상과 유사하네요.
실편 포가 뒤로 젖혀지지 않고 옆으로 퍼져 있군요.
위의 구상나무 종류들의 경우는 실편 포가 아래를 향해 비스듬히 누
워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청분비나무 --> 분비나무
분비나무 중 구과의 실편이 녹색인 것을 청분비나무라 한다고
하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면 실편이 아니라 실편 포가 녹색이네요.
▼ 솔송나무 --> 울릉솔송나무
2022년 국표식에서는 솔송나무가 아니라 울릉솔송나무를 정명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구상나무와 분비나무의 잎은 도피침상 선형이고 솔송나무의 잎은
선형이라고 하는데 육안으로 이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내기는 어려울
겁니다.
뒷면에 두 줄의 기공선이 있고 잎 끝이 오목한 건 구상나무나 분비
나무와 같습니다.
솔송나무의 경우 구상나무나 분비나무에 비해 잎자루가 뚜렷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지역적으로는 우리나라 울릉도에서 자생합니다.
열매는 타원형 또는 달걀형으로 밑으로 드리워지므로 구상나무나
분비나무와는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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