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머위
머위 꽃의 성별이 궁금했지만 국생지를 포함한 자료들의 기재문 내용이 부실하거나
혼란스러워 이 궁금증을 풀어내기 어려웠지요.
머위는 암수딴그루라고 하기도 하고 암꽃양성화딴그루라고도 하더군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위해 내가 갖고 있는 오래된 도감의 힘을 좀
빌렸습니다.
이 도감에서는 머위는 암수딴그루이고 "암꽃만인 머리모양꽃은 결실하지만 양성의
꽃과 암꽃이 섞인 머리모양 꽃차례는 결실하지 않는다." 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국생지에서는 "양성의 낯꽃은 모두 결실하지 않고 자화서(雌花序)는 양성화서와
같으나 꽃이 핀 다음 .... 길어져서 총상으로 된다."고 하는데 이 말만으로는 머위의
성별을 가늠할 단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모호하기 그지없습니다.
전술한 도감의 표현 중에 주의해서 봐야 할 용어가 있지요.
암꽃이 결실하는 게 아니고 "암꽃만인 머리모양꽃"이 결실한다는 겁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우선 꽃의 구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원통처럼 보이는 게 하나의 두상화입니다.
즉, 머위는 여러 개의 두상화가 모여 다시 더 큰 두상화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편의상 이를 소두상화 (원통처럼 보이는 것 하나하나), 대두상화 (꽃차례 전체)라고
명명해봅니다.
소두상화 하나를 확대해봤지요.
아래 사진 가운데 꽃잎 같이 생긴 화피 가운데 암술대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게
암꽃입니다.
욘석은 단 하나의 암꽃만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하나의 소두상화 안에서는 통상
이런 암꽃들이 몇 개씩 존재합니다.
참고한 어느 자료에도 언급이 없기에 하나의 소두상화에 암꽃이 몇 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1개 이상이고 소두상화마다 반드시 동일한 수의 암꽃이 있는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암꽃 주변에 성냥개비처럼 꽂혀 있는 것들은 수술인데 이 수술들은 몇 개씩 모여서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수의 꽃에서 나온 수술들이 이렇게 모여 있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꽃들은 수술만 있어서 수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모두 양성화입니다.
암술이 작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지 수술들 가운데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즉 이 소두상화는 몇 개의 암꽃과 몇 개의 양성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소두상화는 그 안에 있는 암꽃을 포함하여 전체가 결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소두상화가 포함되어 있는 대두상화에는 이런 소두상화들만 있습니다.
그러니 소두상화가 결실하지 않는다는 말은 대두상화 전체가 결실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지요.
실물을 한 번도 못 적이 없지만 한 블로거가 올린 사진을 보니 소두상화 전체가
암꽃으로만 이루어진 것도 있더군요.
물론 그런 소두상화가 소속되어 있는 대두상화에는 그런 소두상화만 있습니다.
그러니 암꽃만으로 이루어진 소두상화나 대두상화는 결실한다고 보면 되지요.
종합해보면 머위는 자화서/양성화서딴포기 (자화/양성화딴포기가 아님)인데 암꽃과
양성화로 이루어진 포기 전체 (대두상화에 해당)는 결실하지 않고 암꽃만으로 이루어진
포기 전체는 결실한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이렇게 볼 때 그나마 내가 갖고 있는 도감이 여타 자료들보다 그 내용의 정확도가 가장
높은 셈입니다.
머위의 양성화는 어차피 결실을 하지 못하고 꽃가루만 날려주는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모양인데 왜 굳이 양성화라고 표현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습니다.
이 양성화에 암술이 있더라도 퇴화된 상태일 텐데 이런 경우에는 양성화가 아니라
그냥 수꽃이라고 불러도 될 텐데 말입니다.
제가 학자가 아니니 무슨 학술적인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이쯤만 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머위를 재배해본 적이 없으며 이상의 내용은 여러 문헌들의 기술 내용을
종합해 내린 추론인지라 틀릴 수도 있다는 점 밝혀둡니다.
한 마을 텃밭에서 머위가 자라고 있기에 혹시 내가 그간 못 봤던 암꽃만 핀 포기가
있나 살펴보는데 아주 연로하신 어르신 한 분이 내게로 느릿느릿 다가오십니다.
어르신 : 뭘 채집하시나.
나 : 아, 네, 사진만 찍는 건데요.
어르신 : 그게 채집하는 거야. 내가 잘 알아. 여기 일본놈들이 자주 와.
나 : 왜요?
어르신 : 새나 나비 채집하러.
나 : 머위가 결실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고 하던데요...
어르신 : 응, 있어.
나 : 아, 네에...
어르신이 그게 채집하는 거야 라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사진 찍는 척하다가 몰래
머위대를 꺾어간다는 말인지, 아니면 어르신이 알고 있는 채집이란 어의 속에
사진만 찍는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건지 헷갈리더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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