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 갔었던 운길산에서는 봄꽃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목요일) 집에서 쉬는 것도 고역이라 마음을 추스리고 천마산을 찾았습니다.
워낙 봄꽃으로 유명한 곳인지라 뭔가 하나쯤은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오늘의 산행 결심에 일조를 한 건 물론입니다.
꽁꽁 언 오남저수지를 지나다 보니 봄꽃에 대한 기대는 아직 이른 듯싶었습니다.
리비아에서는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겨울풍경이었는데 리비아를 떠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마음 속 과욕은 내 기대감에 일침을 가하는 저 살풍경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천마산은 역시 후덕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환국한 내 노고를 치하라도 하듯이 천마산은 너도바람꽃을 서둘러 선물로
내놓더군요.
간신히 몇 포기만이 척후로 나와 천마산의 봄을 재촉하고 있었지만 그나마도 내게는
감지덕지입니다.
리비아 소요사태가 없었다면 수년 간 만나볼 기회를 가질 수 없었을 꽃이기 때문입니다.
저 척박한 흙속에서 나왔으리라고 도저히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귀티가 나는 꽃입니다.
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인데 너도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이 아니면서도 꽃이 바람꽃과 비슷하여
너도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일반적인 꽃들과는 화관의 구조가 특이한 꽃입니다.
꽃잎처럼 생긴 것은 꽃받침입니다.
끝에 주황색 꿀샘이 달린 것이 꽃잎인데 대부분의 꽃잎들과는 모양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꽃잎 끝에 꿀샘이 있는 것고 특이합니다.
꽃잎은 끝이 둘로 갈라져 있습니다.
가운데 분홍색 꽃밥을 가진 것들이 수술입니다.
꽃대에 붙은 잎처럼 생긴 것은 포입니다.
포는 세 쌍인데 바짝 붙어 있기에 하나처럼 보이네요.
욘석은 잎보다 꽃이 먼저 나옵니다.
계곡은 아직까지 한겨울입니다.
지난 가을의 기억을 책갈피처럼 어름에 가두어둔 채 봄의 도래만을 망연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갯버들은 복슬복슬한 꽃차례를 내민 채 상춘 채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앉은부채가 제법 많이 자라는 곳에 당도하였는데 기대와는 달리 딱 한두 포기만 간신히
잎을 내었더군요.
애기괭이눈의 서식지인 바위 틈새에는 아직까지 얼음빗장이 걸려 있습니다.
쪽동백나무의 겨울눈도 아직은 솜털의 보호 속에서 일조량만 점검하고 있습니다.
쪽동백나무는 가지의 수피가 벗겨지는 것만으로도 쉽게 구분이 됩니다.
이렇게 수피가 벗겨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하던데 그 이유는 아직 내 지식창고
안에 들어와 있지 않습니다.
생강나무는 꽃봉오리 상태로 보아 개화는 아직 멀었습니다..
미처 씨앗을 방출하지 못한 박주가리 열매 속 관모가 바람에 안타깝게 나부낍니다.
열매를 한 번 툭 치니 씨앗 두 개가 해방감을 만끽하며 바람에 실려 비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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