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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포천 민둥산, 개이빨산(견치봉) 산행

by 심자한2 2011. 9. 15.

<< 정식 산행기는 아니고 단지 이 산을 처음 찾는 등산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간단한 교통수단이나 등산 코스만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13일에는 포천에 있는 민둥산을 찾았습니다.

들머리는 포천의 연곡4리(정확히는 제비울상회앞)으로 정했습니다.

느즈막히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광릉내 종점에 도착했는데 배차시간이

30~40분인 7번 버스가 마침 기다리고 있더군요.

7번 버스는 광릉내에서 포천의 일동, 이동을 거쳐 도평리까지 운행합니다.

약 50여 분을 달린 후 연곡4리 제비울상회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 보니 연곡4리라는 정류장명이 따로 있던데 그곳에서 내리면 안 되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합니다.

인터넷에 보니 이 다음 정류장 이름이 제비울상회앞이라고들 하던데 제 경우에는 아는

정류장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정확한 정류장명은 모르겠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측으로 나 있는 포장도로로 들어섭니다.

좌측으로 군 부대, 다음에 우측으로 구담사를 지난 후 푸른산마루 펜션을 관통합니다.

얼마를 더 가면 삼거리가 하나 나타납니다.

직진 방향은 오토캠핑장 방향이고 우측은 산 능선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물론 두 길 다 도성고개로 가는 등산로입니다.

이전에 강씨봉 다녀왔을 때 내려왔던 길이 직진 뱡향이었기에 이번에는 우측

등산로로 오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우측 등산로가 초반부터 제 인내심과 지구력을 심하게 시험하더군요.

갈림길에서 도성고개에 이르는 거의 8부 능선까지 계속해서 가파른 고갯길입니다.

그렇게 고개를 바짝 쳐든 등산로와 얼마간 기싸움을 하다 보면 평지가 나타납니다.

여기부터 도성고개까지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습니다.

 

도성고개에서 우측으로 가면 강씨봉이고 좌측으로 가면 민둥산입니다.

아래 이정표에서 포천이라고 쓴 방향이 제가 올라온 제비울상회쪽입니다.

여기서 민둥산 방향을 향해 좌회전을 했지요. 

 

도성고개와 민둥산 사이 대부분의 등산로는 아래와 같은 산불방지선 사이로

나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잡풀의 키가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사람 키 정도는 됩니다.

따라서 등산로는 대충 어림잡을 수 있지만 발 밑이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지요.

가끔 키 큰 풀들이 팔이나 얼굴에 원치 않는 애정을 표하려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길을 가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얼마 후 발 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산행 시 적지 않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직접 깨닫게 됩니다.

산불방지선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발이 무언가에 걸립니다.

약간 내리막이었던 탓인지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기울더군요.

손이 적당한 장소까지 이동하기도 전에 얼굴에 뭔가가 부딪쳤습니다.

황급히 일어나 보니 코 오른쪽에 피가 흥건합니다.

아쉬운 대로 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얼굴이 부딪친 곳을 살펴보니 부러진

관목 밑둥이 있었습니다.

핸드폰 액정에 얼굴을 비춰보니 희미하게나마 코 오른쪽 골을 따라 6cm 정도의

자상이 보이더군요.

무의식 중에 뻗은 손이 반쯤은 방어를 해주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얼굴에

큰 상처가 날 뻔했습니다.

더 재수가 없었다면 애꾸가 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잠시 뇌리에 떠오르기에

얼른 고개를 흔들어 떨쳐버렸습니다.

비상 연고나 밴드도 가져가지 않았기에 그냥 돌아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오기가 생겨

그대로 산행을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물 티슈로 상처 부위를 감싼 채 산길을 걷고 있자니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사실 이날 예상 외로 저 이외에 등산객은 아무도 없어서 산불방지선에서 걱정을 했던

건 뱀이었는데 의외의 불상사가 발생한 겁니다.

 

민둥산 정상의 표지석은 마치 제 이름의 이미지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밋밋했습니다.

그래도 표고는 1,000m가 넘더군요.

 

여기서 가평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있던데 포천 방향으로 하산을 하려면 다시

도성고개로 회귀하여야 합니다.

그러기는 싫어서 일단 개이빨산까지 이동하기로 했지요.

 

개이빨산은 한자로 견치봉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도 역시 가평 적목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있으나 포천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없었습니다.

제 경우 가평을 거쳐 집에 가려면 시간이 한참 더 걸리기에 굳이 포천 방향 하산을

선호하는 겁니다.

그 사이 코 옆의 상처는 지혈되었기에 내친 김에 국망봉까지 이동하기로 합니다.

국망봉은 얼마 전에 가본 곳이라 거기서 포천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약 500m쯤 가다 보니 포천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나타나줍니다.

국망봉까지 그대로 진행할까 하다가 시간이 5시를 넘어서고 있었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합니다.

국망봉까지 800m밖에 남지 않았는데 좀 아깝긴 하더군요.

 

하산길 4.6km는 좀 지루했습니다.

특별히 찍을 만한 야생화도 없었기에 마냥 땅만 보면서 내려왔지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아니면 얼굴 상처로 의기가 꺾였는지 내려오면서도 두어 번

잔 돌과 나뭇가지에 미끄러져서 이번에는 얼굴에 이어 몸에도 상처가 날 뻔 했습니다.

 

하산을 완료한 후 올려다본 하늘에서는 노을이 수채화 작업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발그레 물든 구름이 언제 다시 또 리비아로 가게 될지 모르니 다소 힘이 들더라도

산행습관은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다독이더군요.

 

이동터미널까지 이동한 후 근처에서 하산주 한 잔 했습니다.

몇 잔의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한 뒤 주인아저씨에게 얼굴 상처를 보여주며

흉하냐고 물었지요.

그런대로 괜찮다는 답을 기대했는데 이 아저씨 "좀 그러네요" 그러시더군요. ㅠㅠ

술잔 기울이는 중간 중간에 디카에 담긴 사진들 잠시 감상해보았습니다.

처음 본 야생화들이 간간이 미색을 드러내면서 환한 미소를 유도하더군요.

그래, 내가 뭐 산이 좋아 산에 갔겠냐. 다 너희들과 눈 좀 맞춰보려 산에 간거지.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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