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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여행/갤러리 - 풍경·여행기

가평 대금산~약수봉~깃대봉~매봉~칼봉산 연계산행

by 심자한2 2024. 3. 20.

● 언   제  :  2024. 03. 17 (일)


​​● 누구와  : 나 홀로

● 어   디  : 가평군 대금산~약수봉~깃대봉~매봉~칼봉산~선인봉

 

● 코   스  : 두밀리 종점 ~ 대금산 ~ 약수봉 ~ 깃대봉 ~ 매봉 ~ 회목고개

                  칼봉산 ~ 선인봉 ~ 용추계곡 버스정류장

                  

​​● 이동거리 및 소요시간 : 17.6 km,   10시간 06분

 

 

 

 

 

 

● 이동시간

 


 

 

 

 

 

 

▼ 0643  가평역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가평에 있는 산 몇 개를 연계해서 걸을 겁니다.

경춘선 첫차를 타고 가평역에 내려 하나뿐인 출입구로 나옵니다.

 

 

 

역 앞 광장 오른쪽에 있는 정류장에서 두밀리종점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대부분의 버스들이 역사 앞 길 건너편에서 출발하는데 두밀리와 금대리

등 몇 개 노선은 길을 건너지 않고 역사가 있는 쪽에서 타야 합니다.

 

 

 

▼ 0653

 

하늘이 잔뜩 새무룩하기에 날씨를 확인해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비 소식이 오늘 있습니다.

9시까지 총 1mm 정도의 비가 온다는 게 날씨 앱의 정보인데 이

정도면 우산이나 우비 없이도 견딜 만하겠네요.

 

 

 

▼ 0719

 

6시 55분 발 두밀리 행 버스 60-29번 버스를 타고 약 25분 후에

두밀리종점에서 내립니다.

하늘이 먹장구름으로 온통 뒤덮여 있다 보니 분홍색 버스가 유난히

돋보입니다.

 

 

 

버스에서 내린 곳에 대금산 종합안내도가 있습니다.

2코스는 처음 2km 정도를 임도를 따라 걷는 것으로 나와 있군요.

초꼬슴부터 임도를 걷는 건 산객의 예의가 아닌 것 같아 1코스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 0722  출발

 

코스 확인만 마치고 곧바로 등산에 돌입합니다.

종합안내도가 있는 쪽 마을 안길을 향해 걷습니다.

 

 

 

▼ 0728  갈림길

 

모서리에 낡은 목재 안내표식이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갑니다.

 

 

 

▼ 0730  갈림길

 

곧바로 나오는 다음 갈림길에서 대금산 1코스와 2코스가 갈라집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1코스는 여기서 오른쪽 방향입니다.

 

 

 

0736  갈림길

 

다음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안내에 따라 왼쪽으로 갑니다.

 

 

 

0737

 

웬 컨테이너 한 대가 길을 가로막고 있군요.

그 좌우측 공간을 통해 직진 방향으로 진입합니다.

 

 

 

그 안쪽에 있는, 사유지 같은 느낌이 드는 구간을 통과합니다.

 

 

 

0742  들머리

 

얼마 후 나타난 '대금산 1.5km' 이정표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0745  갈림길

 

3분쯤 후에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은 좀 넓고

직진 방향 길은 사람 통행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무작정 직진 방향으로 진행해 전방에 보이는 능선 안부

쪽으로 올라갑니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는 내리지 않지만 끄느름한 잿빛 하늘을

보니 언제라도 저만치서 비묻어오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0757  안부 갈림길

 

안부에 서 있는 이정표가 좀전의 갈림길에서 내가 했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입증해 줍니다.

 

 

 

오르막이 계속해서 나타납니다.

 

 

 

0839  대금산 정상

 

해발 705.8m인 대금산 정상에 당도합니다.

 

 

 

대금산(大金山)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두밀리 및 조종면 현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과거에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사방에 깔린 짙은 안개가 눈길을 밀막아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0840

 

날씨 따라 음음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곧바로 다음 경유지인

깃대봉을 향해 길을 잇습니다.

 

 

 

▼ 0851  윗두밀리 갈림길

 

깃대봉은 직진 방향입니다.

 

 

 

무심한 세월이 이정표에 있던 색조는 모두 지워버렸는데 희미하고

낮은 요철만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나마 남은 요철 덕분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윗두밀리 2.75km라는

글자가 읽힙니다.

 

 

 

▼ 0907

 

때는 바야흐로 따지기인지라 바닥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나름대로 조심은 한다고 하는데도 얼부풀었다 녹은 흙 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미끄러지는 일이 잦습니다.

 

 

 

▼ 0922  갈림길

 

오랜 시역으로 피폐해진 몸체를 힘겹게 바위에 기대고 있는

이정표를 만납니다.

여기서 깃대봉은 위쪽에 있는 능선 왼쪽으로 이어지는데 전

그만 이정표 바로 오른쪽으로 선명하게 나 있는 길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길이 계속 내리막뿐이기에 이상하다 싶어

트랭글 궤적을 확인해 봅니다.

 

 

 

0937

 

불행한 예감은 왜 틀리는 적이 없는 건지 ... 

내가 깃대봉 가는 능선에서 엉뚱한 곳으로 한참 벗어나 있네요.

약수봉은 깃대봉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봉우리입니다.

 

 

 

여기서 다시 좀전의 갈림길로 돌아가 깃대봉 방향으로 제대로

들어서기까지 20여 분을 허비합니다.

 

 

 

0951

 

알바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길 위에 겨우살이 잎이 적잖이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간밤에 바람이 자못 들찼었나 봅니다.

 

 

 

1001

 

 

 

1007

 

 

 

1010

 

 

 

1014

 

이제까지는 낙엽 밑 진흙에 미끄러지기만 했었는데 이곳에서는

뒤로 크게 넘어지고 맙니다.

다행히 이번에도 배낭이 자신의 본래 임무 이외에 충격 흡수라는

부가적 역할까지 충실히 해 준 덕분에 다친 데는 없습니다.

그러니 진흙으로 칠갑이 된 엉덩이를 닦아내는 수고까지 귀찮아

할 수는 없겠지요?

 

 

 

1023  약수봉 전경

 

 

 

1034  약수봉 정상

 

 

 

정상 표식은 이정표 몸체에 붙어 있는 이름이 전부입니다.

표고가 해발 838m로 대금산보다도 높은데 왜 이렇게 홀대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깃대봉 방향으로 계속 진행합니다.

다행히 예보와는 달리 안개비조차 내리지 않습니다.

 

 

 

1037

 

약수봉에서 깃대봉 사이에는 깊은 안부가 없어 길이 대체로 평이한

편입니다.

 

 

 

1041  새밀종점 갈림길

 

 

 

1053  송전탑

 

 

 

1058

 

 

 

1106

 

약수봉에서부터인가 쓰러진 나무들의 줄기, 떨기나무들의 웃자란

가지, 다래나 미역줄나무의 넝쿨 등이 등산로 쪽으로 휘우듬하게

굽어져 있어 진행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얼굴이나

손등에 크고 작은 상처까지 남깁니다.

뺨이나 이마에 나뭇가지 딱밤도 여러 번 맞으면서 걷다 보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1108

 

오늘 오후부터 날씨가 좀 추워진다고 하더니 그 전조라도 되는 양

바람이 그렇게 맵짤 수가 없습니다.

얼굴과 살품, 살소매 등으로 마구 파고드는 바람줄기가 체감온도를

대푹 낮추기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몸은 새우처럼 움츠린 채 걷습니다.

 

 

 

바람의 위세 앞에 리본들은 모로 자지러지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나 봅니다.

 

 

 

1122  깃대봉 정상

 

악천후를 뚫고 간신히 해발 909.3m인 깃대봉 정상에 이릅니다.

깃대봉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경반리·두밀리와 조종면 마일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산봉우리에 깃대를 꽂아 놓고 일제가 측량작업을

하였다 하여 유래한 지명이라는 설이 있는데, 출처가 정확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정상 공터에 있는 마른 풀 위에 앉아 군입정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바람이 이곳만은 비켜서 불어 줍니다.

바람도 물처럼 다니는 제 곬이 있나 봅니다.

 

 

 

1135 

 

여기서 송이봉 쪽으로 가면 두밀리종점으로 원점회귀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러기에는 지금 시간이 너무 이릅니다.

계획했던 대로 매봉을 거쳐 칼봉산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1137

 

매봉 가는 길이 초반에는 평탄한 편인데 그래도 길섶 떨기나무들의

시비는 그칠 줄 모릅니다.

 

 

 

1146

 

 

 

1208

 

 

 

1210

 

한 양지바른 등산로 풀밭에 노오란 복수초가 여럿 피어 있습니다.

어제 주금산에서 실컷 본 야생화지만 그래도 다시 보니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1240  매봉 정상

 

해발 929.2m인 매봉에 도착합니다.

 

 

 

매봉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경반리에 있는 산으로 칼봉,깃대봉과

삼각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매는 조류가 아니라 산의 옛말인 ‘메[뫼]’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향토문화전자대전)

 

 

 

1241

 

특별히 이곳에서 지정거릴 유인이 없어 곧바로 길을 잇습니다.

이정표상 칼봉과 회목고개 방향으로 갈 겁니다.

 

 

 

트랭글 지도상으로는 매봉에서 진행 방향으로 좀더 직진하다가

우회전을 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위 이정표의 칼봉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은 봉우리에서 바로 우측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이정표가 가르키는 방향에

리본이 두어 개 달려 있기에 이정표를 신뢰하기로 합니다.

 

 

 

▼ 1307

 

매봉보다 200m 정도 고도가 낮은 회목고개까지는 거의 대부분

내리막뿐입니다.

 

 

 

▼ 1310

 

 

 

▼ 1323  회목고개

 

오래지 않아 회목고개가 시야에 듭니다.

 

 

 

여기서 경반리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칼봉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반도 안 되었기에 내친김에 계획했던

대로 칼봉산까지 오른 후 용추 버스종점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합니다.

 

 

 

칼봉산으로 가는 길 쪽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지하기 위해

멧돼지 출몰 차단용 철책을 설치해 놓았지만 철문은 등산객들이

손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1337

 

회목고개에서부터 칼봉산까지는 가풀막의 연속인지라 공력 

좀 들여야 합니다.

 

 

 

 1341

 

어렵사리 바위틈에 뿌리를 내렸던 나무가 성장에 한계를 느꼈는지

서서히 고사해 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1341  조릿대 군락지

 

산중에서 조릿대 서식지를 만나기는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1344  갈림길

 

 

 

 1346

 

칼봉산은 주능선이 칼날처럼 날카롭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하더니 과연 크고 작은 암봉들이 곰비임비 갈마듭니다.

 

 

 

 1400  칼봉산 정상

 

마침내 해발 899.8m인 칼봉산에 발 도장을 찍습니다.

 

 

 

칼봉산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승안리와 경반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주능선을 이루는 암릉이 칼날처럼 날카롭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1409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다가 용추버스종점 방향으로 길을 잇습니다.

 

 

 

순수 내리막이 시작되기 전에 봉우리를 하나 넘어야 합니다.

 

 

 

 1430  칼봉이 갈림길

 

 

 

칼봉이가 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여기서 칼봉이 방향으로 가도

승안리 송추계곡을 거쳐 용추버스종점까지 갈 수 있다고 하던데

난 인터넷에서 보았던 한 선답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기 위해

여기서 진행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1440  겨우살이

 

 

 

 1447  경반분교 갈림길

 

 

 

여기서 경반분교 쪽으로 내려가면 길이 칼봉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집니다.

난 역시 선답자의 전철을 밟기 위해 중산리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1457  물안골 갈림길

 

 

 

계속 중산리 방향으로 갑니다.

 

 

 

위 갈림길에서 네이버지도로 용추종점까지의 길찾기를 시도해 

보았더니 산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앱이 길을 제시해 주기에 이

지도를  참조해 가면서 진행하니 알바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1506

 

암릉이 계속 이어지는데 괜히 이쪽 코스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로 길이 상당히 위험한 편입니다.

 

 

 

 1511

 

한 암봉에서는 좌측이 낭비알이고 전방도 직벽인데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면 그럭저럭 암봉에서 내려설 수는 있겠던데 내 약체 담력이

그런 도전적 용기에 손사래를 칩니다.

할 수 없이 지나온 길을 한참 되짚어와 보다 안전한 에움길을 찾아

간신히 이 구간을 통과합니다.

바위가 얼어 있거나 눈이 깊게 쌓여 있는 한겨울이라면 이쪽 코스는

절대 비추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잠깐의 방심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구간들이 한동안 이어집니다.

 

 

 

 1531  우무등 갈림길

 

 

 

우무등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도 중산리 방향으로 갑니다.

 

 

 

 1533

 

한참 이어지던 바위투성이 등마루가 끝나자 이번에는 미끄러운

낙엽들이 안전산행을 위협합니다. 

 

 

 

경사가 제법 급한 곳에서는 아무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도 발이

찍찍 미끄러지는 일이 잦습니다.

가끔은 낙엽이 덮인 허방이나 옹당이를 밟아 일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합니다.

 

 

 

이쪽 코스를 이용했던 등산객들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았는지 길 궤적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아 능선만 따라서 계속 진행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등산로 오른쪽에서 골프장이 계속 동행을 자처합니다.

 

 

 

 1601

 

바닥에 낙엽 대신 솔가리가 갈려 있는 구간을 만나니 그나마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떨기나무들의 도발은 끊이지 않아 신경이 적잖이 날카로와

집니다.

 

 

 

 1614  갈림길

 

한 지점에서 길이 둘로 갈리는데 여기서 부러진 나무가 있는 왼쪽

지능선으로 들어서야 합니다.

 

 

 

그런데 위 지점에서부터 네이버지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길은 등산객들이 다녔던 흔적이 전혀 없는 높은 직벽이나 깊은 계곡으로

이어집니다.

제 길을 못 찾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흔적이 트랭글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네요.

 

 

 

아래 지도의 현 위치에서 네이버지도가 가르키는 청색 실선 쪽으로는

길이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진행 방향으로 직진하여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된 능선을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1629

 

더이상 오르막은 없으리란 생각을 질책이라도 하듯 전방에 봉우리가 

하나 우뚝 솟아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암봉입니다.

 

 

 

 1646

 

봉우리 위에 당도하니 다무런 표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트랭글 지도를 보니 이곳이 해발 489m인 선인봉이라고 적혀

있네요.

여하튼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를 지나칩니다.

 

 

 

봉우리에서 길이 둘로 갈리는데 리본 몇 개가 휘날리고 있는 오른쪽

길로 들어섭니다.

등산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던 곳에서 이렇게

리본을 만나게 되니 저으기 안심이 됩니다.

 

 

 

또다시 시작된 미끄러운 낙엽 길이 다시 한번 안전산행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 줍니다.

 

 

 

이후에는 길이 어수선하게 이어지기에 트랭글 지도의 능선 표시를

참조해 가면서 진행합니다.

 

 

 

▼ 1727

 

하산 지점이 가까와지면서 길은 아예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산행리본도, 이정표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정글처럼 검불덤불 엉켜

있는 관목들을 헤치며 진행하느라 애면글면합니다.

거기다가 용추버스종점에서 17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에 

맞추자니 남은 시간이 빠듯해 나뭇가지들에 등산복과 손 피부

망가지는 일 따윈 전혀 신경도 쓰지 못한 채 허겁지겁 뛰다시피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까지 1시간 50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간신히 산에서 완전히 벗어나 평지에 있는 길을 만난 시각이 17시

27분인데 이곳이 어딘지는 모릅니다.

 

 

 

하천 건너편에 버스정류장 같은 게 보이기에 헉헉거리며 뛰어가

보니 목표로 했던 용추종점이 아니고 '용추계곡' 정류장입니다.

 

 

 

▼ 1733  '용추계곡' 버스정류장

 

용추종점에서 17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3분 후인 17시 33분에 막

이곳에 도착합니다.

등산 채비 정리는커녕 스틱을 접을 시간적 여유조차 없어 그대로

버스에 올라서 보니 손등에는 긁힌 흔적이 적색 지도처럼 남아 있고

오른쪽 등산화는 옆구리 천이 뜯어져 날개처럼 옆으로 펼처져 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긴 채 마음속으로 오늘 일정을 정리해 보니

칼봉산에서 중산리 방향 코스에서는 초반에는 어빡자빡 뒤섞여 있는 

험준한 바위들 때문에, 그리고 후반에는 뚜렷하지 않은 등산로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잖은 곤욕을 치뤘습니다.

결과적으로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된 산행이긴 했지만 만약 누군가가

내게 오늘 걸었던 코스 재도전 의사를 묻는다면 쉽게 고갯방아를 찧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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