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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단풍잎돼지풀,큰참나물(붉은색),개파리채,백부자,구릿대

by 심자한2 2008. 9. 9.

 

08.09.06 (토) - 철마산 / 주금산

 

오늘은 철마산을 거쳐 주금산까지 갔다가 베어스타운 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지난 겨울에 철마산 - 주금산 - 서리산 - 축령산 종주를 나섰다가 양 무뤂이 고장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종주를 포기하고  주금산에서 하산하고 말았던 기억이 새롭다.

바람은 없었지만 공기 중에서 가을 냄새가 풍긴다.

성질 급한 나무 몇몇은 나뭇잎에 살짝 부릿지를 넣음으로써 다음 계절의 선발주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얼마 전 철마산 오를 때 간신히 꽃봉오리만 내보이던 솜분취들이 일제히 꽃을 피웠다.

긴 줄기 끝에 꽃을 매달고 있지만 목이 길어서 슬픈 기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늘씬한 그 자태가 나름대로 장신의 균형미를 풍기고 있다.

꽃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등의 며느리밥풀 종류도 등산로 옆 군데군데에 자리를 잡고 있어 철마산이 우의어린 공생의 장소임을 은연 중에 자랑하고 있다.

그 조화로운 공존으로 인해 며느리밥풀의 서글픈 전설은 자신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못한 채 전설의 틀 속에 고스란히 갇혀 있다.

 

철마산 정상을 지나 주금산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걷다가 요기도 할 겸 해서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다소 편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폈다.

시야가 탁 트인 곳인데다 마침 옆에 키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사방으로 퍼진 가지로 바위 위에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으니 그런대로 휴식하기에 적절한 장소다.

제과점에서 사 온 빵과 음료수로 대충 점심을 대신한 후 좁은 깔개 위에 엉덩이까지만 눕히고 배낭을 베고 누웠다.

배낭 쪽에 소나무 뿌리가 불룩 솟아나 있어서 베개 역할을 해내기에 손색이 없으니 배낭은 단지 쿠션 역할만을 할 뿐이다.

다리는 그냥 바위 위로 쭉 뻗은 채로 누워 하늘을 올려 보고 있자니 안빈낙도가 따로 없다.

때 마침 불어 오는 바람이 피부에 기분 좋은 느낌을 남기고 계곡 쪽으로 사라진다.

살며시 눈을 감는다.

귓전에서 계속 후두둑하는 소리가 맴돈다.

완숙한 도토리들이 제 본연의 임무수행을 위해 하나씩 땅으로 떨어지다가 나뭇잎이나 낙엽에 부딪히는 소리다.

가지 없이 과실만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도토리거위벌레의 소행은 아니리라.

처음에는 무슨 굵은 빗방울 소리 같이 투박하더니 정체를 알고나서부터는 그 둔탁한 소리가 낙과의 의미만큼 아름답다.

잠시 도토리의 일생을 음미해보기도 하고 참나무류의 도토리 깍정이 모양을 마음속으로 구분해보기도 하는 여유를 부려본다.

그러나 이 여유는 그다지 오래 가지 못 한다.

날벌레들과 개미들이 끊임없이 내 상념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쉴새없는 그들의 파상공세에 손을 들고 결국은 일어나 자리를 접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저만큼 앞에 봉우리 둘이 나타난다.

두 번째 봉우리 끝을 커다란 바위가 장식하고 있는 걸 보니 저곳이 주금산 직전에 있는 봉우리렷다.

한참을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어만 보인다.

그래봐야 부지런한 발길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길에 불과하다.

깊은 안부로 내려섰다 다시 가파른 경사로를 치고 오르니 헬기착륙장이 나타난다.

거기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내가 올라 온 길 왼편 45도 방향으로 나 있고 다른 하나는 직진 방향이다.

당연히 직진 방향이 주금산과 연결된 능선이리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가다 보니 길이 계속해서 내리막인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

급기야는 어디선가 물소리까지 들려온다.

그 물소리가 본래의 음량으로 들르는 곳에서 작은 계곡이 하나 나타난다.

이쯤 되니 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게 확실해진다.

철마산과 주금산 두 정상을 연결해 주는 능선 위에 계곡이 있을 리가 없다.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했던가?

이곳에서 주금산 정상 정복 계획은 계곡물에 말끔히 씻어내버리고 말았다.

사실 정상이란 내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그건 잘못된 과정을 거쳐 오답을 도출해냈을 때 통탄해 마지 않는 수학문제가 아니다.

산에서 잘못된 과정과 오답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처음 접하는 길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감의 크기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계곡은 아래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데 구릿대로 보이는 산형과 식물들이 곳곳에 점재해 있다.

개체수가 참 많기도 많다.

계곡 한쪽을 보니 식물체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데 그 배경인 숲은 그늘이다.

실력 없는 내가 길쭉한 애들을 찍기에는 최적의 배치다.

얼른 디카를 꺼내 들고 그 멋진 자태를 렌즈를 통헤 메모리 카드로 옮긴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에서도 자꾸만 녀석들이 나타나는데 한쪽에서 또 사진 찍기 아주 좋은 모델 하나가 나를 유혹한다.

별수없이 또 디카를 꺼내 들고 녀석한테로 다가간다.

녀석이 빙그레 미소를 짓는데 그 미소가 환영의 미소인지 득의의 미소인지 모르겠다.

적당한 촬영지점을 선택하기 위해 발을 옮기는 순간 살짝 이끼가 낀 바위 위에서 내 왼발이 갑자기 춤을 추더니 순식간에 몸이 좌측으로 기운다.

왼쪽 팔로 몸을 지탱하려는데 그 밑이 바위라 하박부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 통증에도 불구하고 내 온 신경은 디카에 가 있다.

디카는 넘어지는 충격으로 오른손을 벗어나 허공에 긴 포물선을 그렸다.

그 포물선의 끝에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나름대로 잽싼 행동으로 오른발을 물속에 담가 가면서 디카를 건져 올렸다.

얼른 바위 위로 나와 디카를 손아귀에 꼭 쥔 채 손을 힘껏 뿌리쳐본다.

디카에서 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그 동작을 몇 번 반복하고는 이번에는 디카를 그나마 덜 젖은 티 부분으로 닦아낸다.

얼마 후에 제발, 하는 심정으로 디카를 작동시켜 보니 액정에 뜬 건 제대로 된 그림이 아니라 형체를 알 수 없는 깨진 그래픽뿐이다.

이번에는 파워 스위치를 눌러본다.

앞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던 렌즈가 달팽이처럼 부드러운 동작으로 디카 몸체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시 한 번 스위치를 눌러 보니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더 이상 내 응급처치를 신뢰하지 않는 디카를 배낭 안에 넣고 나니 그제서야 온몸에 고여 있던 통증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왼팔에는 긴 타박상이 부어 오른 살 위에 구불구불한 붉은 선 하나를 그려놓있다.

몸의 균형을 잡느라 준 힘이 허리 근육에 무리를 주었는지 몸을 뒤척이는 것도 여의치 않다.

몸보다 디카를 걱정하면서 계곡을 따라 얼마쯤 내려가다 보니 낯익은 다리가 하나 나타난다.

몽골문화촌 쪽에서 주금산을 오를 때 처음 만나는 바로 그 다리이다.

하산길로 계획했던 베어스타운과는 정반대 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하산을 하면서도 내 머리속은 모종의 작업으로 바쁘다.

이 작은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음주가 필수적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작업이다.

하산을 완료하고 나서 몽골식당 야외석에 앉아 도토리묵을 안주로 동동주 한 항아리를 비워낸다.

이 동동주가 좀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대처하기를 권한다.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거니와 마음 졸인다고 고장난 디카가 저절로 고쳐지지도 않을 것이리라.

 

1. 단풍잎돼지풀

들머리에서 이전에 제대로 찍지 못한 단풍잎돼지풀부터 디카에 담아보았다.

이 녀석은 귀화한 생태교란식물로 엄청 미움을 받고 있는 존재다.

사진을 찍는데 미세한 노란 꽃가루가 풀풀 날리면서 내 옷을 다 버려놓았다.

 

 

 

 

 

2. 큰참나물

 

잎을 보면 참나물 종류인데 꽃 색은 바디나물이나 참당귀 같은, 요상한 산형과 식물 하나를 발견했다.

잎 모양으로 보아 바디나물이나 참당귀는 절대로 아니라고 보고 일단은 참나물 종류를 모두 조사해봤다.

그런데 국표식에 나와 있는 설명에 의하면 참나물 종류는 모두 흰색의 꽃을 피운다.

혹시 적자색 계통의 꽃을 피우는 다른 산형과 식물들이 있나 살펴보아도 마땅한 녀석이 나타나주질 않는다.

난감하다.

아무래도 참나물 종류인 거 같아 다른 도감을 들춰보니 그곳에서는 큰참나물의 꽃 색이 적자색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다른 특징들도 모두 큰참나물의 설명내용과 일치했다.

 

총포와 소총포가 모두 있다.

갯수는 언급되어 있지 않고 피침형에 끝이 뾰족하다고만 되어 있다.

 

소산경은 7개 내외라고 하는데 사진에서는 5개이다.

 

소산경 당 꽃은 12~13개라고 하는데 사진과 일치한다.

 

잎은 3출엽이고 작은잎은 달걀형이며 가장자리에는 밖으로 향한 톱니가 있다.

밖으로 향한 톱니가 큰참나물의 특징이다.

 

잎 밑부분은 잎집이 되어 원줄기를 감싸고 줄기는 붉은빛이 돌며 짧은 털이 드문드문 나 있다.

 

3. 개파리채

작년에는 땅비수리로 동정했던 것인데 올해 우연히 땅비수리를 파리채라고도 부른다는 걸 알고 나서 파리채란 단어로 검색해 보니 개파리채, 털파리채라는 것도 있었다.

이중 설명내용이 사진과 일치하는 것은 개파리채다.

 

개파리채란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풀처럼 보였으나 콩과의 초본성 관목이라 한다.

 

꽃의 구조에 대해 위쪽의 넓은 것을 기판이라 하고 양 옆에 있는 것을 익판, 아래쪽의 것은 용골판이라 한다.

땅비수리(파리채), 개파리채, 털파리채는 모두 기판의 중앙부와 용골판의 끝부분이 자주색이다.

꽃은 자료에 백색이라 했는데 아마도 용골판의 색으로 그런 표현을 한 듯하다.

 

셋 다 잎은 3출엽인데 땅비수리와 털파리채는 작은잎 끝이 밋밋하거나 약간 패여 있어서 쉽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개파리채는 작은잎 끝이 뾰족하게 나와 있다.

 

잎 뒷면에는 털이 많아서 희끄무레하다.

 

가지는 잔털로 덮히고 능선이 있다.

 

4. 백부자

이쪽 산에도 백부자가 있었다.

딱 한 그루만 눈에 띄였다.

 

 

 

5. 구릿대

이 녀석이 바로 나를 골탕 먹이고 카메라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다. ㅠㅠ

개구릿대와 궁궁이를 한 번 봐야 하는데 도통 나타나주질 않는다.

구릿대와 개구릿대는 모두 잎이 2~3회 깃꼴겹잎인데 구릿대는 총포가 없고 개구릿대는 소총포가 없다.

궁궁이는 잎이 3~4회 3갈래로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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