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전력사정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라마단 기간에는 낮 동안의 단식이 남긴 허기를 밤 시간에
배를채워야 하기 때문에 자연 전력소모가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 전력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어 있지요.
이와 같은 전력난 해소책의 일환으로 당국에서는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정전을 실시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긴 하지만 문제는 정전 시점과 지속시간입니다.
그나마 낮 동안에 정전이 되면 그런대로 참을 만합니다.
그런데 한밤에 정전이 되면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을 뿐더러 더워서 방에 있지도
못하다는 건 뻔한 일이겠지요.
지난 휴일인가에는 거의 낮 시간 내내 정전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유일한 소일거리는 티브이 보기와 인터넷 서핑인데 이 두 가지 즐거움이
동시에 사라져버렸으니 망연자실할 뿐이었습니다.
결국은 곧 정전이 풀리겠지 하는 기대만으로 하루를 채우고 나니 허무하기까지
하더군요.
대개는 하루 중 두 시간 정도만 정전이 되곤 했었지요.
외근을 하는 낮 동안 정전이 된다면 아무 탈이 없을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전조치는 주로 전력수요가 많은 저녁이나 밤 시간에 이루어집니다.
한 동안은 저녁시간에 정전이 되곤 하더니 요 며칠 간은 아예 한 밤중에 불이
나가버리더군요.
그것도 정전시간이 늘어서 세 시간 이상 암흑세상이 되곤 했습니다.
더워서 방에 있을 수 없으니 당연히 밖으로 나와야겠지요.
밖에라고 해봐야 주택 울타리 내입니다.
이 나라 치안이 아직은 불안한 상태이기에 밤 시간에 외출을 하는 건 아직
무리거든요.
열대야를 피해 차 안으로 들어가 시동을 켠 채 음악을 듣을 적도 있긴 하지만
그것도 답답하다고 느껴져 대부분의 경우에는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세간살이를 넉넉히 준비재두지 못한 관계로 옥상에는 안락의자 하나 구비되어
있지 않기에 집안 내 잡동사니들을 모아 간이휴식장소를 만들어두었습니다.
그 모습을 공개합니다. ^^
저 자리에 벌러덩 누워 밤하늘이나 바라보는 것으로 정전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트리폴리는 아무래도 도시라서 밤하늘이 그다지 선명하지 못합니다.
몇 년 전 가다메스에 놀러갔을 때 방갈로가 있는 한 숙박업소 마당에서 양고기 좀
구워먹으며 올려다본 하늘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당시 칠흑같은 하늘에 촘촘히 밝힌 별들이 그렇게 또렷할 수 없었는데 이 집 옥상
에서 올려다본 별들은 밤바다처럼 흐릿하기만 합니다.
그 낮은 선명도만큼 상념도 날개를 활짝 펴기를 꺼려 하더군요.
역시 도시에서의 삶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아는 별이라곤 북두칠성밖에 없으니 북녁에 비스듬히 걸린 국자나 잠시 올려다
보면서 그 국자 안에 우주에 대한 의문, 카다피의 운명, 직장생활의 애환, 병약한 모친의
얼굴 등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담아보긴 하지만 그래봐야 시간 떼우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컵 안에 있는 내용물의 도움이 필요한 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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