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들에게는 연중 두 개의 중요한 축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Eid Al Fitr이고 다른 하나는 Eid Al Adha입니다.
이 둘은 영어로 각각 The festival of breaking of the fast와 The festival of the sacrifice입니다.
전자는 이슬람력으로 9월(라마단) 한 달 동안 시행하는 금식기간을 끝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벌어지는 축제입니다.
후자, 즉 희생축제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날 신은 예언자 Abraham의 신앙심을 시험하기 위해 아브라함이 99세가 되던 해 당시 13세였던
독자 Ismail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합니다.
신앙심이 강한 아브라함은 신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이를 이행하기로 결심하고 아들에게 그 뜻을
전하면서 수용 여부를 묻습니다.
아들 이브라힘은 아버지의 의지를 흔쾌히 받아 들여 신의 제물이 되겠다고 말합니다.
차마 아들의 살육장면을 목격할 수가 없어 아브라함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아들 이브라힘의 목을 벱니다.
그러나 막상 안대를 풀어보니 그 자리에는 아들 대신 숫양이 죽어 있었습니다.
신은 아브라함의 신앙심을 인정하고 아들 대신 숫양을 희생시키게 했던 겁니다.
Eid Al Adha는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입니다.
Eid Al Adha는 이슬람력으로 마지막 달인 12월 10일부터 3일간 계속됩니다.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소나 양, 염소, 낙타 등을 희생시킵니다.
리비아에서는 양을 희생물로 삼는 게 대세입니다.
재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정육점에서 이미 잡아 놓은 고기를 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살아 있는 양을
이 축제일 며칠 전에 사 집뜰에 두었다가 축제 시작일에 이를 직접 도축합니다.
한 자료에 의하면 이 축제기간 동안 이슬람 국가에서 희생되는 동물의 수가 1억 마리가 넘는다 하네요.
올해 리비아에서는 국내 공급량이 부족하여 루마니아,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레일리아, 몰도바 등에서
양 363,683마리와 소 15,000마리를 수입하였습니다.
우리가 수입산 육우보다는 값이 좀 비싸도 한우를 선호하듯이 리비아인들도 수입산 양이나 소보다는
자국산을 더 좋아하다고 합니다.
거리 곳곳에 임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양을 가둔 채 흥정을 하는 상인과 시민들의 모습이 흔하게
눈에 띕니다.
양 한 마리씩을 싣고 도로를 달리는 트럭들도 이 축제일 직전 거리에서 자주 목격되는 광경입니다.
올해 리비아에서 양 값은 전년도에 비해 폭등하였습니다.
전년도에는 500디나 (약 50만원)이었던 양 값이 올해는 800디나 정도까지 치솟았습니다.
한 분석에 의하면 올해는 정부에서 1년 여전 내전으로 피폐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 Eid Al Adha를
맞이하여 한 가구 당 1,000디나씩을 무상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겨냥하여 상인들이 양 값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어떤 이는 정부에서 양에게 먹일 사료값 보조금을 줄이다 보니 양 사육비가 올랐다는 점도 일조를
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양 값에 부담을 가진 사람들은 가능한 한 싼 값에 양을 사기 위해 구매를 최대한 미루기도 했습니다.
축제일 전날 저녁이면 준비한 양을 다 처분하지 못한 상인들이 애가 닳아 양 값을 내릴 거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행동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계산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양 값이 폭등하다 보니 양 값이 800 디나 이상으로 고공 행진할 것이라 예측한.한 약삭 빠른 상인은
다른 지방에서 양 300 마리를 두 당 750디나에 사서 수도 트리폴리가지 운송하였다 하네요.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 양이 잘 팔리지 않는데다 가격도 더 이상 오르지 않자 마리 당 500 디나에 팔
수밖에 없었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리비아에서는 금번 축제는 서양력으로 10.26일부터 3일간입니다.
축제 시작일이면 무슬림들은 다 같이 모스크에 모여 Eid Prayer를 올립니다.
그런 다음 가족의 연장자와 이웃들과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와서 양을 잡습니다.
남자들이 양을 잡는 동안 모든 가족이 이 광경을 참관합니다.
도축하는 데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고 하네요.
우선 양을 잡기 전에 양에게 물을 먹임으로써 양이 갈증 없이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준다 합니다.
양에게 칼날을 보이지 않으며 양 머리를 메카 쪽으로 향하게 한다는 것도 지켜야 할 규칙 중 하나입니다.
양은 남자들이 주로 잡지만 모든 가족들이 이 과정에 골고루 참여하기도 한답니다.
양의 숨이 끊어진 후에는 양 가죽을 벗기는 작업이 이어집니다.
양 가죽을 벗기기 위해서는 가죽과 살 사이에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에어 펌프가 없는 집에서는
입으로 이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니 참으로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도살된 양은 즉석에서 바비큐가 되어 가족들 입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고기 전부를 가족들이 차지하는 건 아닙니다.
희생된 양의 1/3은 궁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1/3은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나누어 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이 풍습이 그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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