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한기를 느껴 잠이 깼습니다. 아직은 여명 전입니다. 캠프에서 아침식사라고 내놓은 음식은 별로 성의가 없어 보였습니다. 대충 씻고 드디어 아카쿠스를 향해 출발한 시각은 8시 직전이었지요. Germa를 지나고 Ubari로 들어선 차는 시내 중간쯤에서 좌회전을 한 후 아카쿠스로 이어지는 도로로 들어섭니다. 이 도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끝이 없을 것 같이 뻗어 있습니다. 좌측으로는 고원형 산맥이 계속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송전탑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 지어 우리 일행을 따라옵니다. 두어 시간 정도 달린 후 잠시 쉬기로 합니다. 차는 두 대였는데 한 대에는 우리 일행이 탔고 다른 한 대에는 캠프 주인과 요리사만 타고 나머지 공간은 취사도구와 야영 설비로 채웠습니다. 우리 차 기사는 독실한 무슬림입니다. 우리가 쉬는 시간에도 기도에 열중이더군요. 다시 1시간 20분 정도를 더 달려 웨이낫(Weinat)에 도착했습니다. 웨이낫은 아카쿠스 산맥 (Jebel Akakus) 입구에 있는 관광도시입니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온 차는 아카쿠스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주유를 위해 도시 끝에 딱 하나 있는 주유소로 들어섭니다. 차가 드디어 아카쿠스 산맥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아카쿠스 산맥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여러 군데이지만 이곳 웨이낫 쪽 입구가 가장 유명하다 하네요. 한동안 지표에는 아직 모래가 되지 못한 잔돌들이 깔려 있습니다. 차체의 진동만큼 아카쿠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아카쿠스는 아랍어로 تدرارت أكاكوس 라고 씁니다. 알파벳으로 옮기면 Tadrart Akakus가 됩니다. 여기서 Tadrart는 베르베르어로 "산맥"의 여성형이라고 하네요. 산맥을 의미하는 아랍어를 써서 일명 Jebel Akakus라고도 부릅니다. 아카쿠스 산맥은 사하라 사막의 일부로 알제리 국경에서부터 북으로 리비아의 Ghat District 동쪽까지 약 100Km에 걸쳐 뻗어 있습니다. 아카쿠스는 타실리 산맥 (Jebel Tassili)의 일부로 최고봉은 해발 1,506m입니다. 기원전 1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굴벽화, 기괴한 형상의 현무암들, 끝없이 이어지는 와디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하천)들로 인해 1985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솔직히 리비아에 이런 관광거리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와보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뻔한 관광지입니다. 돌길이 끝나고 모래길이 나타날 즈음 점심식사를 위해 적당한 장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날은 우리 일행이 무수한 고대인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았을 아카쿠스 지역을 우리 일행이 독점했습니다. 내전은 종식되었지만 리비아는 아직 불안한 정정을 보이고 있기에 아카쿠스가 관광객들로 넘쳐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요리사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풍경 좀 담아봤습지요. 사진에 담긴 나무도 긴 세월 후 규화목으로 변해 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 멀리에 있는 아카쿠스 산맥의 주봉들이 우리의 방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유구한 세월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고고하게 솟아 있습니다. 사막에서 처음 만난 동물은 바로 이 도마뱀이었습니다. 녀석도 내가 신기했는지 비록 약간의 경계심은 보였지만 도망은 가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나를 쳐다보다가 하면서 나름대로의 호기심을 풀어내고 있더군요. 취미가 취미인지라 야생화를 디카에 담는 일도 등한시하지 않았습니다. 얘들이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이곳에 적응하며 살아온 건지... 점심이 준비되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식탁 위에 올려진 접시의 내용물을 보니 별로 식욕이 돌지 않더군요. 참치, 감자, 토마토, 올리브, 치즈가 전부입니다. 요리한 흔적이 뭍어 있는 건 감자뿐이네요. ㅠㅠ 손님 접대에 아주 인색한 사람을 만난 건 이번 여행의 옥의 티였지요. 현지인들의 느긋한 식후 휴식 앞에서 가능한 한 많은 장소를 돌아보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구는 철저하게 외면 당했습니다. 사진 좌측으로부터 요리사 Parkley, 캠프 주인 Mohamet Abdul Cavir, 우리 차 기사 Mohamet Tarhuni입니다. 마지막 사람은 어느 정도의 유머 감각과 레이서 출신 다운 탁월한 운전 실력, 손님을 손님답게 모시고자 하는 프로 정신 등으로 금번 여행의 몇 가지 옥의 티를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한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 내내 나와 연인(아랍어로 "하비비") 사이이기도 했구요. 신체접촉은 마지막 날 헤어질 때 리비아 식 인사를 하면서 포옹 한 번 한 것뿐이니 이상한 상상력 발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현지인들을 재촉하여 다시 여정을 이어갑니다.
선도차가 이 고원에 아로새겨졌을 시간을 제멋대로 가르면서 질주합니다.
일어난 먼지처럼 잠시 존재했다 덧없이 사라졌을 선인들의 삶의 궤적은 저 바퀴자국만큼도
선명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저 먼지 신세도 못 될 겁니다.
웨이낫 쪽 아카쿠스 입구의 아닷(Adad)이 첫 환영인사를 건넵니다.
아닷은 이 지역에 거주하던 투아렉 (Touareg)족 언어로 엄지손가락이란 뜻이라 합니다.
옆에서 본 이 바위 모습은 영락 없는 임산부입니다.
현재의 모습만으로는 도무지 엄지손가락이 상상되지 않네요.
아닷이라 명명되었을 당시에는 이 바위가 엄지손가락처럼 생겼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후 즐비하게 나타나는 기암괴석들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만물상이 따로 없습니다.
바위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형상은 이곳에
바위로 집약돼 표현되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바위마다 전설 하나씩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로 바위의 표현력이 대단합니다.
제 아무리 출중한 설치미술가라 한들 이 자연의 섬세한 작품에 비견할 수는 없을 겁니다.
만물상이 따로 없습니다.
바위 하나 하나가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형상은 이곳에
바위로 집약돼 표현되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바위마다 전설 하나씩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로 바위의 표현력이 대단합니다.
제 아무리 출중한 설치미술가라 한들 이 자연의 섬세한 작품에 비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바위들의 현재 모습은 모두 비바람의 풍화작용에 의해 형성되었다 하네요.
시간만큼 위대한 조각가는 없겠지요.
새 한 마리가 찬조줄연을 자원하기에 기꺼이 디카에 담아주었습니다.
한 바위 위에 올라 보니 정상에 이런 흔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맷돌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 조각들이 미세한 모래가 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지...
동영상도 같이 올려봅니다.
노면이 고르지 않아 화면이 계속 흔들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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