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와 벽화를 감상한 후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돌아나왔습니다.
선도차는 비박 장소를 찾아 먼저 떠나고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기사의 배려로
사구 드라이브를 즐기는 한 편 눈에 담아도 담아도 끝 없이 나타나는 현무암
군상들을 실컷 감상했지요.
잠시 쉬는 틈에 한 바위 위에 올라보니 뿌리가 뽑히지 않은 마른 풀들이 바람에
이리 저리 날리면서 그려놓은 원들이 몇 개 있더군요.
이게 어떤 이유로 그대로 굳어 사암이 된다면 그 누가 이 원을 마른 풀들의
작품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는지...
서 있는 곳에서 디카를 동영상 모드로 놓고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사막에 밤이 내리려 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한 사구 아래 움푹 패인 곳을 오늘의 잠자리 장소로 선택했습니다.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낸다고 하니 미리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사구에서 내려다본 건너편 암석과 모래가 저녁 빛을 받아 홍조를 띕니다.
현지인들이 저녁과 비박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주변 산책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일행은 셋인데 가이드가 텐트를 2개만 준비했더군요.
한 텐트에서는 두 명이 자야 합니다.
텐트는 아주 비좁았고 덮을거리는 담요 한 장뿐입니다.
사막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별 수 없이 외투까지 입은 채 중무장 상태로 잠을
자야만 했지요.
요리사의 저녁 준비가 늦어지기에 우리 일행은 간단히 한 잔 하기로 합니다.
안주는 견과류와 쥐포에 불과했지만 사막의 밤기운을 온몸으로 받아가면서 목으로 넘기는
물 맛은 더 없이 감미롭더군요.
저녁으로는 낙타고기를 얹은 꾸스꾸스가 나왔습니다.
이제까지의 요리 중 가장 요리다운 요리였지요.
저녁 식사 후 인근 바위 언덕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칠흑 같은 하늘에 박힌 무수한 별들이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도시의 별들보다 숫자나 밝기 면에서 훨씬 낫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3년 여 전
가다메스에서 보았던 밤하늘보다는 못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그들이 전해 주는 아카쿠스의 옛 이야기만으로 가슴을 적시기에는 충분
했습니다.
디카로는 아무리 찍어도 그 별들이 잡히지 않더군요. ㅠㅠ
그렇게 사막의 밤은 깊어 갔습니다.
옹색한 잠자리였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라는 생각에 그다지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요.
여명이 밝아오자 주변 암석들이 어둠을 털어내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충 양치만 하고 우리 일행은 아침이면 꼭 해결해야 할 일 처리를 위해 각자 먼 곳까지
흩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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