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사이로 넘어가려던 해가 마지막으로 마푸 호수와 정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닥불을 피워 사막의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고맙게도 인근에 있는 야자수가 파수꾼을 자처합니다.
사막의 밤은 우리 몫만큼의 공간에만 빛을 허용했습니다.
밤새 추위로 떨 몸에게 잠시 온기를 머금을 기회를 줍니다.
아카쿠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하라의 밤하늘도 디카에 담기기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가장 밝은 별 하나가 겨우 배경이 밤하늘이란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전날 잠자리가 너무 불편했기에 텐트 하나를 더 부탁했더니 가이드가 순순히
이에 응하더군요.
처음부터 좀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을...
모래사막의 밤기운이 아카쿠스의 밤기운보다 차갑더군요.
잔뜩 오그라든 몸체를 이끌로 텐트 밖으로 나오니 가이드가 마른 야자수에 불을
지피고 있었습니다.
산책 삼아 걷다가 한 사구에 오르니 조용히 여명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풍경 하나가
내 가슴에 작은 파동을 선사합니다.
가브론 (Gabrawn) 호수로 이동하는 중에 우리 현지인 기사가 사막에서 야영하고
나오는 지인들을 만납니다.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사진 한 장 찍기를 요구하자 모두들 총까지 들고 나와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가브론 호수는 이날 우리가 본 호수들 중 가장 컸습니다.
해가 적당한 위치에 있다 보니 반영이 선명해 자꾸 디카를 들이대게 되더군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합니다.
물속에는 이름은 모르겠으되 작은 벌레 같이 생긴 것들이 무수히 떠 있습니다.
우리 기사 말에 의하면 이 호수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들을 잡아
말린 후 약재로 쓴다 하네요.
배에 좋은 약이라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병에 대한 치료제로 쓰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호수 건너편에 인기척이 있어 줌으로 당겨보니 과연 거주민들 몇 명이 작은 채를 들고
이 벌레 같은 수생동물을 잡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더군요.
우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영을 해보기로 결정합니다.
마침 관광객이 전혀 없었기에 준비해 간 수영복이 없었어도 팬티 차림으로
수영이 가능했지요.
가이드 말대로 손발을 모두 들고 있어도 몸이 뜨더군요.
몸이 가라앉지 않으니 저 건너편까지 얼마든지 갈 수는 있지만 깊어 보이는
물색이 우리의 기를 꺾습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 호수의 최고수심은 7미터 20이나 된다 하네요.
우리나라의 산악인 엄홍길씨가 이 호수에서 우리처럼 수영을 했었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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