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째 애기복수초와 복수초의 명확한 식별 포인트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지요.
오늘 드디어 약간의 단서라고 생각되는 글 하나를 찾아냈기에 이 둘 간의 차이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한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등재된 복수초의 종류는 복수초, 애기복수초,
개복수초, 가지복수초, 연노랑복수초, 은빛복수초, 세복수초 등 7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개편작업을 거쳐 작년 3월 초 국생지에 등재된 복수초 종류는 복수초, 애기복수초,
세복수초 등 3가지로 대폭 줄어들었지요.
가지복수초, 연노랑복수초는 복수초의 이명으로, 은빛복수초는 세복수초의 이명으로
각각 처리했던 겁니다.
개복수초는 아예 검색조차 되지 않았구요.
이렇게 복수초의 종류가 대폭 축소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이들의 구분이 학자들
간에도 쉽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까다로웠던 복수초 종류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까지는 내게 도움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복수초와 애기복수초의 구분은 모호하기만 했지요.
이 둘에 대한 국생지 설명이 대부분 문구 하나 틀리지 않고 거의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약간이라도 다르게 적힌 내용을 아래에 요약해봅니다.
구분 |
분포 |
원줄기 길이 |
꽃의 지름 |
특징 |
비고 |
복수초 |
전국 각처의 산지에서 자란다. |
10~30cm |
3~4cm |
|
|
애기 복수초 |
중부 이북 해발 1,000m 가량의 고지에서 자란다. |
|
|
복수초와 비슷하지만 왜소하다. |
|
위 표에서 보듯이 국생지는 애기복수초의 원줄기 길이나 꽃의 지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단지 특징 난에서 복수초보다 왜소하다는 말 한
마디로 축약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말았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이 둘을 확연히 구분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에 그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온 겁니다.
그렇다고 해발 1,000m 이상에서 자라는 건 모두 애기복수초이고 그 이하에서
자라는 건 모두 복수초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오늘 인터넷에서 참고가 될 만한 논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1999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건데 제목이 "남한에 자생하는 복수초의
형질특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그 논문 내용을 아래에 요약해봅니다.
종류 |
개화시기 |
초장 |
화경 |
수술 갯수 |
크기 비교 |
출현 순서 |
기타 특성 |
비교 |
대관령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형 |
2.24일 전후 |
15cm 이하 |
2.7cm |
77 |
꽃 < 꽃받침 |
꽃 > 잎 |
|
애기복수초 |
광릉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형 |
3.15일경 |
평균 19.4cm |
3.7cm |
110 |
꽃 > 꽃받침 |
꽃 > 잎 |
|
복수초 |
계룡산을 중심으로 한 서남형 |
2.23일경 |
평균 20.5cm |
6.8cm |
132 |
꽃 > 꽃받침 |
꽃 > 잎 |
| |
제주도 일원형 |
2.20일경 |
평균 24.8cm |
4.3cm |
98 |
꽃 > 꽃받침 |
꽃과 잎 동시 |
꽃과 잎의 색이 밝음. |
세복수초 |
*** 화경은 일반적으로 꽃자루를 의미하는데 이 논문에서 말하는 화경은 꽃자루가 아니라 꽃의 직경인 것으로 판단됨.
이 논문에서는 지역별 형질특성만 언급하고 있지 이 특성에 따른 복수초 종류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영노 박사가 발견해서 명명한 애기복수초는 제일 처음에 나오는 백두대간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언급하고 있지요.
세복수초야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것이니 제주도 일원형에 해당할 겁니다.
그렇다면 국생지에서 현재 복수초 종류를 복수초, 애기복수초, 세복수초 등 세 가지로만
구분하고 있으니 경기도형과 서남형은 국생지 분류 상 "복수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로써 애기복수초의 식별 포인트가 어느 정도 명확해졌네요.
복수초 종류 중에서 키와 꽃의 크기가 가장 작아서 애기복수초라고 명명했을 거라는
건 위 표만으로 충분히 추측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꽃받침이 꽃잎보다 더 긴 건 애기복수초가 유일하군요.
500원 짜리 동전 지름이 2.65cm이니 꽃의 크기가 500원 짜리 동전보다 작고 꽃잎이
꽃받침조각보다 작으면 애기복수초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 기준을 가지고 복수초와 애기복수초를 사진으로 비교해보기로 합니다.
0. 복수초
바로 아래 사진은 경기도 주금산에서 찍은 복수초입니다.
우선 꽃과 동전을 비슷한 높이에 놓고 사진을 찍어봤지요.
꽃이 동전보다 훨씬 더 큽니다.
위 사진은 사실 꽃의 높이가 동전 높이보다 약간 높습니다.
꽃대가 꺾어질까봐 이 정도로만 키를 낮춘 거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래처럼 동전을 꽃 위에 겹쳐놓고 찍어봤습니다.
그래도 꽃의 지름이 동전보다 더 크다는 건 변함이 없군요.
동전 지름이 2.65cm이니 꽃의 지름은 대략 4cm 정도 되겠네요.
아래 사진에서 꽃받침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꽃잎보다 짧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측면 사진입니다.
사진 맨 좌측에 있는 꽃잎과 꽃받침조각을 보니 길이가 비슷한 것도 같네요.
사진이야 어느 정도 시각적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현장에서 실물을 보고 판단해야
정확할 겁니다.
위의 것들 인근에서 핀 아래 녀석은 꽃받침이 꽃잎보다 훨씬 더 깁니다.
꽃잎이 옆으로 활짝 벌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위에서 찍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 덜 성숙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0. 애기복수초
다음으로 애기복수초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며칠 전 해발 1,000m가 넘는 명지산의 한 봉우리 능선 위에서 찍은
겁니다.
현장에서 실물 사진을 찍으면서 키와 꽃 크기가 아주 작아 이건 분명히 애기복수초라는
녀석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 의문이 이 포스팅 작성의 동기가 된 겁니다.
우선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면 꽃받침조각이 꽃잎보다 긴 게 보입니다.
문제는 욘석이 위 복수초의 경우처럼 미성숙 단계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현장에서
느끼기엔 성숙이 완료된 꽃이라는 것이었지요.
주변의 것들 모두가 이 녀석 정도의 키와 꽃의 크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꽃받침조각이 꽃잎보다 길다고는 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위의 것이 성숙된 꽃이라고 생각한 건 아래 측면 사진에서처럼 수술들이 모두
일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갓 피어난 녀석은 아래처럼 수술들이 꽃잎에 누워 있거든요.
이번에는 500원 짜리 동전과 꽃의 크기를 비교해봤지요.
꽃이 동전보다 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동전보다 크기가 작으니 지름이 2.5cm보다
한참 작다는 말이 됩니다.
수술들 형태로 보아 물론 이 꽃들은 성숙이 거의 완료된 것들이지요.
이상으로 볼 때 이제 복수초와 애기복수초의 식별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될 수
있겠으나 막상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고산지대 애기복수초 중에서도 유독 큰 녀석도 있고 저지대 복수초 중에서도
유독 작은 녀석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복수초와 애기복수초가 동일 지역에서 혼생하지는 않는다는 전제하에, 특정
개체만을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무리 전체의 성향을 기준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애기복수초 여부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순서를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군요.
1. 고산지대에서 자란다.
2. 대체로 키가 작다.
3. 꽃의 지름이 500원 짜리 동전보다 작다.
4. 꽃받침조각이 꽃잎보다 길다.
물론 학문적 근거 없는 단순 참고용 개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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