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광덕산 나들이를 했습니다.
야생화들 개체수는 늘었지만 붉은참반대와 홀아비바람꽃을 제외하고 새롭게 피어난
꽃들은 별로 없더군요.
0. 얼레지
얼레지는 지천이었지만 전날 내린 눈 때문인지 대부분 입을 다문 채 풀이 죽어 있는
듯 보이더군요.
그 모습이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설중 얼레지를 담는 행운을 만끽하고자 하는 내
탐욕을 질책이라도 하는 것 같아 그다지 마음 편한 야생화 탐사는 아니었지요.
0. 흰얼레지
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한 지점에 이르니 선점자가 나를 보면서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르킵니다.
손가락 방향으로 향한 내 시선 끔에 흰얼레지 한 포기가 누워 있더군요.
에고, 이 귀한 것이 하필 누워서 자랄 게 뭐람, 하는 내 속앓이를 읽기나 한 듯 그 손가락의
주인공이 먼저 욘석이 누워 있게 된 사연을 전해줍니다.
"여기 도착했을 때 여기서 점심 먹던 사람들이 떠났는데 아마도 그 사람들이 꺾어놓은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흰얼레지는 누워서 자라는 게 아니고 무참히 목 부분이 부러진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지 못하게 자기가 사진을 찍은 후에 피사체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그 실상을 현장에서 목도한 건 처음입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테고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흰얼레지의 자세를 바로잡다가
실수로 줄기를 부러뜨렸을 거야...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가슴은
씁쓸하기만 하더군요.
0. 홀아비바람꽃
홀아비바람꽃은 개체수가 상당히 많았지만 거의 대부분 꽃봉오리 상태였습니다.
올된 녀석들 몇 포기 디카에 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지요.
0. 붉은참반디
붉은참반디도 막 피어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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