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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화천 분단산(이칠봉) 등산

by 심자한2 2023. 9. 8.

● 언   제  :  2023. 09. 06(수)


​​● 누구와  :  나홀로

● 어   디  :  강원도 화천군 분단산(이칠봉)

 

● 코   스  : 사창리 버스터미널 - 곡운구곡 신녀협 - 물안골 등산로 입구

                  - 임도 - 돌계단 - 분단산(이칠봉) - 샛등봉 방향 - 막산

                  - 분단산 등산로 복귀 - 물안골 등산로 입구 - 곡운구곡 신녀협

                   - 사창리 버스터미널 

 

​​● 이동거리 및 소요시간 :22.66 km. 11시간 50분

 

- 분단산 등산

 

 

 

-  곡운구곡 ~ 사창리 버스터미널 도보 이동

 

 

 

● 이동시간 및 소요비용

 


 

 

 

 

이런저런 일들로 순연시켜왔던 도보 및 등산 여행을 드디어 오늘 재개하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화천군 소재 사창리 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해 열흘 정도의

여정으로 매일매일 발길 닿는 대로 해껏 걷다가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아무데서나 한둔을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텐트와 침낭부터 챙기고 여분의 옷가지, 군입거리, 핸드폰과 디카의

보조 배터리 및 충전용구 등등을 구비하다 보니 배낭 무게가 17kg 정도나

됩니다.

아침 6시도 못 된 시간에 그 몽근짐 무게를 감당해 줄 어깨를 살살 달래 가며 

호기롭게 집을 나섭니다.

버스 두 번 갈아타고 사창리 버스터미널에 내린 시각은 8시 43분입니다

 

 

0854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사전에 정해 놓은 일정에 따라 목적지인 화천군청

까지의 경로를 네이버지도에 띄워 놓고 곧바로 걷기에 돌입합니다.

 

 

0912

수피령로를 따라 걷다가 18분쯤 후에 도착한 덕고개에서  도로 우측에

'사창리지구 전투전적비'가 있기에 올라가 봅니다.

 

 

이 탑은 일종의 전승비이지만 마음 속에 고이는 느낌은 희열과는 거리가

먼, 전쟁이란 승패를 떠나 피아 모두에게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불행이라는

회한뿐입니다.

 

 

인도가 없는 도로 갓길을 따라 걷는데 다행히도 통행 차량이 그다지

많지를 않아 크게 신경 쓰일 만큼의 소음이 없어서 좋습니다.

 

 

0921

도로 교통표지판이 만들어 준, 말 그대로 손수건만 한 그늘에 앉아 쉬시는

두 어르신이 뭔가 정담을 나누고 계신지 간간이 미소를 띤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십니다.

 

 

0953

출발한 지 1시간 남짓 후에 곡운구곡 제3곡 신녀협이란 경승지를 만납니다.

 

 

곡운구곡(谷雲九谷)은 지촌천이 오랜 기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 낸 포트홀,

소규모 폭포 등이 있는 9개의 승경지를 말하는 데 총 길이 5km 정도에 걸쳐

위치하고 있으며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인 김수증이 관직을 버리고

화천에 내려와 은둔생활을 하던 중 지촌천에서 찾아낸 절경 9군데를 의미합니다.

 

 

이곳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출렁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신녀협(神女峽)의 민틋한 바위와 맑디 맑아

보이는 계류에 졸지에 내 눈이 호사를 누립니다.

 

 

김수증은 생전에 얼마나 자주 이곳을 방문했었을까, 방문 때마다 누구를

대동했을까, 방문 채비는 과연 어땠을까, 이곳을 찾을 때마다 과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분의 사념 속에 혹시 제행무상이란 화두는 없었는지

등등이 자못 궁금하기만 한데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저 계류는 오불관언

이라는 듯 무심하게 흐르기만 합니다.

 

 

1008

다시 길을 잇다가 이번에는 물안교를 만납니다.

 

 

이곳에 세워져 있는 등산안내도를 보니 인근에 샛등봉이란 산이 있네요.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과연 산세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이기기에는 내

심상이 그다지 모질지 못한가 봅니다.

어차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이 백패킹인지라 매일매일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해가 지면 그 지점를 바로 내 숙영지로

삼으면 되는 것이기에 크게 좌고우면하지 않고 샛등봉 등산을 즉흥적으로

오늘의 여정에 끼워 넣기로 결정합니다.

 

 

1012

물안교를 건넙니다.

 

 

1015

곧바로 나오는 마을 입구에서 길이 다섯 갈래로 나뉘는 지점을 만납니다.

이정표가 전혀 없기에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좀전에 찍었던 등산

안내판의 지도와 대조까지 해 보는데도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마침 저만치에서 소요하고 있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기에 등산로에 대해

물으니 직진 방향으로 예전에 등산로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정보를 주십니다.

그분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여기서 진행 방향 직진 쪽 길로 일단 들어섭니다.

전면에 화악산노래방이란 간판이 붙어 있는 폐건물 바로 좌측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이곳에 노래방 시설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곳도 한 때는 탐방지로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탔었던 모양입니다.

 

 

1025

10분쯤 후에 임도 입구를 알리는 철책이 나타나면 여기서도 직진합니다.

철책은 열려 있는데 설사 닫혀 있다 하더라도 높이가 낮아서 넘어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정표나 리본 등 산행 표식은 전혀 없지만 설사 등산로를 못 찾는다 해도

트래킹했다 치면 된다는 심산으로 계속 임도를 따라 올라가 봅니다.

 

 

1137

중도에 끈끈이여뀌 사진 좀 찍는 등 여유를 좀 부려가면서 천천히 소요하듯

걷다 보니 뜬금없이 길 우측으로 돌계단이 하나 나타납니다.

당연히 올라가 보았지요.

 

 

그랬더니 희미하나마 등산로 궤적이 눈에 들기에 지금부터는 이 길을 따라가

보기로 합니다.

산길을 걷자니 일단은 강렬한 햇살의 집중포화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가장 큰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등산로에서 내려다 보니 사행하는 임도가 어딘가를 향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421

돌계단으로부터 등산로에 든 지 거의 3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도무지 정상

봉우리가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길이 외곬이라 알바 우려가 없어서인지 초반에는 짐짓 태고연한 주변

풍광을 만끽하는 여유까지 부려 봅니다. 

그러다 정상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느낄 때쯤부터는 희미하나마 나를

안내해 주던 등산로가 갑자기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맙니다.

30여 분 동안 제멋대로 엉클어져 있는 잡목들을 헤치느라 여기저기 긁히는

줄도 모르고 길을 내 가면서 진행하는 데 애면글면 혼신의 힘을 쏟아 붓습니다.

 

 

1458

길은 없어도 무조건 위쪽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마침내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능선 우측으로 우뚝 솟은 철탑 1기가 나그네의 느닷없는 방문이 심드렁한지

무표정하기만 합니다.

 

 

철탑이 있는 곳이 바로 오늘의 최고봉인데 이곳이 물안교 입구 등산안내도에

있는 샛등봉이 아니라 다른 봉우리입니다.

인터넷 지도상으로는 이곳 이름이 분단산인데 그런 이름은 정상부 어디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철탑울 둘러싸고 있는 철책에 붙은 나뭇조각에는 '정상허이봉우리'라고 적혀

있는데 모슨 의미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곳에 있는 작은 정상석을 보니 이 봉우리 이름은 '이칠봉'이고 높이는 해발

1,288m입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정상석 뒷편에는 '이기자고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한 등산객이 올린 산행기를 보니 지난 전란 시 전 국토가 38선으로 나뉠
때 이 산이 남북으로
나뉘게 되었다 하여 분단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아래 표식에서 보듯이 1963년 27보병사단이 이곳에 주둔하게 되었는데

이칠봉이란 이름은 이 부대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화천군청 홈피에서도, 인터넷 검색에서도 나오지 않는 내용인데 이분은

어디에서 이런 정보를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1525

정상 밑에 있는 묵은 헬리포트에서 잠시 점심 입매를 하는데 문득 이런

도린곁은 평생 다시 올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디카를

꺼내 정상부 철탑을 다시 한번 찍어 봅니다.

 

 

하산은 왔던 길 그대로 따라가기로 합니다.

 

 

하산길은 처음에는 수렛길 수준으로 다소 넓은 편입니다.

별생각 없이 이 길만 따라가다 보니 올라왔던 길에서 점차 멀어지는 것 같기에

트랭글을 확인해 보니 과연 내가 길을 덧들어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군요.

주변에는 여전히 이정표나 산행 리본이 전무하기에 가야 할 길 탐색은 순전히

내 방향 감각과 트랭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트랭글을 봐가면서 다시 제길을 찾아 내려오다가 한 갈림길에서 샛등봉으로

가는 길이다 싶은 곳으로 한번 진행을 해 봅니다.

기왕 등산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이런 오지에 온 김에 주변의 봉우리들까지

모두 탐방해 보고자 하는 과욕의 권유에 짐짓 순응한 척 한 겁니다.

 

 

그런데 한참을 가다 보니 계속 내리막이리라 짐작했던 길이 이랑져 있는

빨래판 능선인데다 등산로 궤적도 없고 시간도 꽤나 늦어 자칫하면 산중에서 

일몰을 맞는 불상사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으며 운 좋게 샛등봉까지 갔다손

치더라도 그곳에서 하산길을 제대로 찾아낼지 확신이 서질 않아 어느 순간

아쉽지만 샛등봉 탐방을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이후 정상으로 올라갔던 길이 있는 좌측 방향을 향해 무작정 막산을 타고

내려가 봅니다.

심하게 가풀막진 지형으로 미끄러운 데다 바닥이 언틀먼틀하고 잡목들이

제멋대로 우거져 있어 내리막이지만 정말 단 한 발자국 온전히 진행하기조차

녹록지 않더군요.

한참 만에 간신히 계곡 안부로 내려섭니다.

비 오듯 흐른 팥죽땀 탓에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기 위해 계곡물을 양껏

들이킨 게 가장 먼저 한 일입니다.

산행 시작 시 준비해 간 2.5리터 정도의 생수는 정상 도착 후 점심 입매 때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거든요.

시원한 계곡물로 얼굴과 머리를 대충 적신 후 다시 정상 올라갔던 길을 찾아

직진 방향 된비알을 발걸음을 옮깁니다.

계곡으로 내려설 때보다 몇 배나 더 큰 공력을 요구하는 오르막 경사지를

기신기신 톺아 오르느라 갖은 고생을 다합니다.

곧 해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때문에 생긴 조바심이 좀 쉬었다 가고

싶어 하는 마음마저 사치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1726

허위허위 그토록 원하던 능선에 올라서고 나니 일시에 다리에서 힘이 빠져

나갑니다.

 

 

1759

일부러 의도하지 않은 바에야 산중에서는 해전치기가 필수인지라 허전거리는

다리에게 잠깐이나마 원기를 회복할 기회를 줄 겨를도 없이 계속 걷습니다.

한 지점에서 통나무를 잘못 밟아 굴림대 역할을 한 이 통나무 탓에 크게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스틱 하나가 부러지고 내 몸뚱이도 뒤로 발라당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이제까지 짐이 되었던 부피가 크고 무겁던 배낭이 이때에는 오히려 쿠션 역할을

해 줌으로써 다행히도 당장에는 아픈 곳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임도에서 등산로로 올라섰던 그 계단을 다시 만나 이번에는 거꾸로 임도로

내려섭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좀전에 넘어질 때 어느 정도 충격을 있었다는

알리고 싶기나 한 듯 허리가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지만 걷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기에 가볍게 무시하고 맙니다.

 

 

1907

마침내 등산로 입구가 있는 물안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화천군청을 향해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곡운구곡 신녀협으로 가 그곳에 있는 정자에서 오늘밤 한둔을 하기로 합니다.

7분쯤 후에 그 정자에 도착하여 막상 잠자리를 피려다 보니 낮 동안 예정에

없던 등산을 하느라 갖은 고생을 다한 탓인지 불현듯 음주 생각이 간절합니다.

별 수 없이 버거운 배낭 무게를 감내하면서 한 시간여를 더 걸어 다시 사창리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합니다.

인근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들고 오는 동안 보아 둔, 사창천변에 있는 한 체육

시설 부설 정자로 갑니다.

일단 잠자리부터 펴고 앉아 사 온 맥주를 두어 모금 일거에 들이켜니 목젖에

닿는 그 청량감만으로 하룻동안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산행은 이 맛에 하는 것이라던 누군가의 소회가 순간 뇌리에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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