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심심하면 갈 수 있어 좋긴 하나 요즈음 디카에 담을 수 있는 건 열매와 풍경 뿐입니다.
그런데도 그 낯설지 않은 풍경 속에 몸을 담고 있는 시간이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낙엽은 그 자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에 벤치나 수목이 풍기는 이미지를 단순히 전달만 하는 매개체는 혹시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의자는 의자 그대로인데 비어 있을 때와 누군가가 점유하고 있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거기에다가 계절이 개입하기라도 하면 복잡한 연상작용이 일어납니다.
그 연상작용의 향방이 그날 그 자리의 분위기와 심상을 좌우하는 건 아닐런지...
우리의 심상이 어떠하든 거미는 포식작업에 여념이 없습니다.
거미의 가을은 우리가 그리는 가을과는 전혀 다른 계절입니다.
구름 뒤에서 서성이던 시간은 이제 느티나무로 자리를 옮겨 단풍에게 조락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풀들에게도 시간은 마지막 영화를 누릴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선각자는 외롭지만 계절의 척후인 단풍나무는 화려하기만 합니다.
붉게 타오른 만큼 단풍나무의 다음 계절도 그렇게 정열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수나무는 단풍과는 다른 복색으로 가을을 선도합니다.
계수나무의 노란잎 사이로 녹음의 마지막 노래가 흐르고 있습니다.
디카에 담기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린 하늘은 우리의 시각 너머에서 내일의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겁니다.
동심에는 계절이 없습니다.
그 모습이 자연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변화란 단지 저들의 생존방식에 불과하듯이 동심은 나름대로의 시절을 무심하게 구가하고 있습니다.
둘 다 엄연한 자연의 모습입니다.
결실은 들과 산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고 있네요.
'등산·여행 > 갤러리 - 풍경·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오남저수지 (0) | 2007.11.04 |
---|---|
동네 산의 단풍 (0) | 2007.10.31 |
명성산의 억새밭 (0) | 2007.10.10 |
주홍날개꽃매미 (0) | 2007.10.08 |
아프리카문화원 풍경과 조각들 (5) (0) | 2007.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