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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게시판 · 안내말씀

겨울나무의 구분법

by 심자한2 2008. 1. 4.

 

봄부터 가을까지의 나무는 잎과 꽃과 열매의 모양으로 구분합니다.

그런 잎과 꽃과 옆매가 다 떨어진 후의 겨울나무는 무엇으로 구분해야 하나요?

이때는 주로 겨울눈과 잎자국이 동정 포인트가 됩니다.

나무의 껍질눈의 모양은 계절에 관계없이 동정 포인트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특정 수목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껍질눈의 모습에 큰 차이가 없어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간혹 떨어지지 않고 겨울까지 남아 있는 열매는 겨울나무의 동정에 일조를 합니다.

 

나무는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내년의 삶을 예비하기 위해 겨울눈을 만듭니다.

일조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무는 추위에 가장 취약한 잎을 떨궈내기 시작합니다.

겨울눈은 늦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만들어지는데 겨울눈을 한자어로는 월동아(越冬芽)라고

합니다.

나무의 낙엽활동은 기온이 낮아져 잎이 동해를 입으면 그 폐해가 그대로 줄기에 전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잎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가지까지 떨궈내는 나무도 있습니다.

잎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이를 잎자국(엽흔葉痕)이라고 합니다.

잎자국 속에는 줄기나 가지와 잎 사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였던 관속의 자국이

나타나는데 이를 관다발자국(관속흔管束痕)이라 합니다.

나무는 잎이 떨어진 후에 냉해가 관다발자국을 통해 자신에게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다발자국을 코르크층으로 덮어둡니다.

관다발자국은 식물에 따라 1개인 경우도 있고 30개가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관다발자국이 두 개인 건 은행나무 하나뿐이고 싸리나무류는 주로 1개입니다.

이와 같은 잎자국과 관다발자국은 나무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들이 겨울나무의

동정 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겨울눈에는 봄이 되어 꽃이 되는 꽃눈(화아花芽)과 가지나 잎이 되는 잎눈(엽아葉芽)과

이 둘이 모두 들어 있는 섞임눈(혼아混芽)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잎눈은 가늘고 길며 꽃눈은 잎눈보다 크고 둥급니다.

겨울눈이 달리는 위치에 따라 가지 끝에 달리면 끝눈(정아頂芽), 가지 옆에 달리면

곁눈(측아側芽)라고 부릅니다.

끝눈의 경우 만약의 경우를 위해 그 옆에 여분의 눈을 준비해 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여분의 눈을 예비끝눈(준정아準頂芽)이라 부릅니다.

이 예비끝눈은 어떤 이유로 끝눈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경우 그 끝눈을 대신합니다.

끝눈을 대신하는 기능은 없고 단순히 떡갈나무처럼 옆눈이 끝눈 곁에 모여 있는 것을

끝곁눈(정측아頂側芽)이라고 합니다.

예비끝눈과 끝곁눈은 오래된 자료에서 본 건데 지금도 그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곁눈의 경우에도 끝곁눈의 역할을 하는 눈이 있는데 이를 덧눈(부아副芽)이라고 합니다.

덧눈에는 나는 방향에 따라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곁눈과 세로 방향으로 나는 것을 세로덧눈(중생부아中生副芽)라 하고 가로 방향으로

나는 것을 가로덧눈(병생부아倂生副芽)라 합니다.

이들 덧눈은 대기상태에 있다가 곁눈의 유고시에 대신 자라는 예비군에 해당합니다.

겨울눈이 아예 관다발자국 속에 묻혀 있는 나무도 있는데 이와 같은 겨울눈을

숨은눈(은아隱芽)이라고 합니다.

 

겨울눈의 내부에 있는 잎이나 꽃은 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나무들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 바깥에 보호장치를 마련합니다.

이와 같이 겨울눈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눈비늘조각(아린芽鱗)이라 합니다.

눈비늘조각은 겨울눈 속의 잎이나 꽃이 필 때 떨어져 나가는데 이 눈비늘조각도 흔적을

남기고 이것도 겨울나무를 구분하는데 일조를 합니다.

이 눈비늘조각은 턱잎이나 잎자루의 변형체입니다.

눈비늘조각만으로는 부족하여 나무는 그 위을 솜털이나 진액으로 덮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솜털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나무가 백목련입니다.

백목련의 솜털 덮인 큼지막한 겨울눈을 우리는 아파트 화단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신갈나무의 경우에는 겨울에도 마른 잎이 그대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겨울눈을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배려입니다.

나무들마다 겨울을 나는 방법은 이렇게 다르지만 그 의지만은 모두 동일합니다.

 

겨울눈은 주로 일년지에서 관찰합니다.

새로나서 일 년 동안 자란 가지를 일년지라 하는데 일년지는 보통 다른 묵은 가지들에 비해 

색이 선명하기 때문에 겨울눈이나 잎자국의 특색을 관찰하기에 좋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겨울산에 올라가보니 겨울눈과 잎자국이 아주 작아서 관찰이 그다지

녹록치만은 안더군요.

더구나 키가 큰 나무의 경우에는 사다리를 매고 등산을 할 수도 없으니 겨울눈과 잎자국을

관찰할 도리가 없다는 애로도 있습니다.

추은 날씨도 겨울나무 관찰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이겠지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꽃으로 나무를 구분하는 것이야 꽃 감상이란 부차적인 즐거움이라도

있지만 겨울눈이나 잎자국으로 나무를 구분하고자 하는 노력은 그런 부산물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게 적어도 일반인에겐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저도 그런 일반인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니 언제 겨울나무의 관찰의지를 꺾을지는 모르지만

당장은 식물학도인 양 학구적인 척 해보려 노력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얼마 전에 서점에 들렸더니 겨울눈과 잎자국으로 겨울나무를 구분하느 법에 대한 도감을

출간하신 분이 계시던데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도감까지는 마련하기 싫고 그냥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들만 참고하는 선에서 관찰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용어들에 대한 설명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그림이 필요한데 나중에 적당한 사진이 확보되면

그때 별도의 글에서 사진을 올릴 예정입니다.

 

한자어에 대한 한글명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가 임의로 작명한 것입니다.

예컨대 정아나 부아는 각각 끝눈과 덧눈이라고 통칭되고 있는데 중생부아나 정측아의 경우는

일반적인 명칭이 있다는 걸 확인하지 못해 제가 임의로 세로덧눈과 끝곁눈으로 작명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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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여기까지 써놓고 오후에 국립수목원에 갔습니다.

막상 현장에서 나무들의 겨울눈과 잎자국을 관찰하다 보니 정말 힘이 듭니다.

겨울눈과 잎자국이 너무들 작아 육안으로 확연히 형태를 알아볼 만한 나무들은 거의 없더군요.

찍은 사진을 봐야 비로서 잎자국과 관다발자국이 보입니다.

위에서 "언제 겨울나무의 관찰의지를 꺾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도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그 우려가 현실화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는 게 오늘 국립수목원 방문의 부정적 결과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을 별도로 실을까 했던 애초의 계획을 바꿔 그냥 구체적인 나무의

겨울눈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니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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