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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게시판 · 안내말씀

시행착오, 겨울 나무 관련 용어

by 심자한2 2008. 1. 18.

 

1.

작년 3월부터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만 1년도 안되었지만 햇수로는 벌써 2년째네요.

살아 오면서 작심삼일을 무수히 자행했던 경험에 비하여 어쭙잖게도 850만 화소에 불과한 싸구려 디카 하나 들고 일단 뛰어들고 본 이번 취미생활이 참 오래도 갑니다.

지난 10개월은 남는 게 시간뿐인 현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 인내심은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염치없이 자찬의 말을 덧붙여도 될 만큼의 지속기간입니다.

나무들이 색동옷 같은 복색을 과감히 버리고 나신으로 겨울 산 속에 섰을 때 이제 이 취미생활도 긴 휴지기에 들어갈 테고 어쩌면 휴지기 동안 싹이 틀 나태란 놈의 유혹으로 그 재개마저 기대난일지도 모르리란 걱정은 겨울눈 탐사란 복병 앞에서 감히 전면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꽃이 지면 수그러질 줄 알았던 야생화에 대한 관심은 열매로 전이되었고 이제 드디어 열매마저 끝물이니 더 이상 나무들 대할 일이 없으리란 속단은 겨울눈 탐사 노력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런 지속적 관심 유지의 동력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한 번 시간을 내어 숙고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굳이 손익을 따지자면 식물 탐사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금전적, 육체적 비용은, 그리 크지는 않더라도, 100% 손실에 속합니다.

그 동안 댓글 달아주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런 말씀이나 블로그에서도 노력한 만큼의 호응이 없으니 블로그 운영 상의 재미도 그다지 크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스스로 가치평가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언뜻 생각하니 지속적인 취미생활의 동인은 아무래도 식물들과의 교감이 부산물로 선물한 자기만족인 것 같습니다.

이 일이 귀찮고 힘이 든 작업이긴 하지만 그 고된 작업 뒤에 어디선가 밀려와 가슴 한편에 고이는 희열의 잔파도가 그리워 어쩌면 난 또 들로, 산으로, 수목원으로 발걸음을 하는 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심심치 않게 찾아왔던 좌절의 시간을 어찌 견뎌냈을까 하는 의문에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식물탐사에 입문은 했지만 그 동안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반추해볼 때 아무래도 가장 큰 오점은 본말전도 현상인 것 같습니다.

산야에서 만나는 꽃들 앞에 렌즈의 포커스를 맞추는 행위가 식물에 대한 세세한 관찰 노력을 앞섰습니다.

사진만 열심히 찍다 보니 정작 알아야 할 특정 식물의 특징 파악이나 유사종들의 구분 등에 대해 경주해야 할 노력과 시간은 대폭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난 어떤 식물의 이름을 떠올릴 때 그 이름이 해당 식물의 수피나 꽃의 모습, 잎의 형태 등과 연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뇌리 대신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 영상을 보면서도 이거 혹시 내가 실수로 이름을 잘못 붙여 놓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면 속 식물의 모습이 생소한 경우도 있었다는 현실이 본말전도의 폐혜를 입증하고도 남습니다.

그렇지만 전지전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우리네 인간들의 기억 시스템은 완벽하질 않아 시각을 통해 들어온 영상들을 모두 뇌 속 기억창고에 가두어둘 수는 없기에 별 수 없이 사진작업을 병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문제는 그 두 가지 작업 병행의 효율성을 확보하기에는 식물의 종류가 너무도 많다는 겁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욕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많은 종류의 식물을과 적어도 한 번씩이라도 마주치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이란 과욕이 그런 지당한 사실을 부지불식 간에 망각의 영어 속에 가두어 버리는 탓이 더 클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만 더 급해지고 몸만 더 피곤해질 뿐이니 이제까지의 시행착오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근자에는 산 대신 수목원을 주로 찾습니다.

꽃들이야 일단 사진을 찍어온 후 나중에 도감을 참조해 보면 대체로 동정이 가능하지만 겨울눈과 엽흔, 관속흔 등은 그런 과정이 좀 곤란하기에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은 나무들을 찾아 산으로 가는 것은 적어도 내게는 다소 무모한 모험입니다.

그렇지만 이 수목원 탐방에도 앞서 말한 과욕은 어김없이 내 행동을 제어하고 불합리한 본말전도란 악동도 지치지도 않고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겨울눈은 육안으로 관찰하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작고 유사한 것들이 많기도 많아 꽃에 비하면 나무 별 특색을 파악해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도감도 하나 사서 사전에 연구도 좀 하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돋보기 등의 도구를 이용해 현장에서 자세히 관찰도 하고 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녹록치 않습니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교훈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은 채 난 또 겨울눈만 만나면 그들의 환영인사는 외면한 채 단지 디카만 들이대기에 바쁩니다.

결국 나무들이 기억하는 건 차가운 렌즈의 볼록한 표면이지 내 표정 있는 얼굴이나 자상한 눈빛이나 따뜻한 손길은 아닐 겁니다.

내년에도 이와 같은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으리란 기대가 현실화되기에는 난 아무래도 너무 나약한 건지 벌써부터 자신감은 꼬리를 내립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면 노력 대비 성과를 나타내는 백분율은 단 자리 숫자에 머물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연도별 계획표를 짜서 전체 식물을 그 계획표에 분할해 넣어두고 조금씩 심도있게 관찰해 나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큰 실리를 가져다 줄 것이란 점은 십분 각득하면서도 왜 이리 그걸 실천으로 연결시키기는 꺼려지는 건지.

 

이쯤 되면 취미생활과 직업 사이에 구분선이 희미해집니다.

난 지난 한 해 어쩌면 마지막 직장생활에서보다 더 큰 노력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내 식물 탐사 방법으로 보아 얼마나 빈약한 결과가 도출될른지는 명약관화합니다.

아무래도 취미생활과 직업을 구분짓는 잣대는 금전적 수입 여부가 아니고 바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접을 수 있느냐 없느냐인가 봅니다.

지난 기간 동안 난 이 실익 없는 짓을 그만둬야지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고 또 그 생각을 단기간이긴 하나 실천에 옮긴 적이 몇 번인가 있는 걸로 봐서 이건 분명 취미생활의 영역 안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니 취미생활 본연의 속성을 재고하면서 부담을 갖지 않고 즐거움을 찾는 선에서 적당히 행보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애로사항이랍시고 개진하다 보니 넋두리 수준이 된 거 같습니다만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 밝히니 혹시라도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 이 블로그의 존폐 문제를 놓고 고민 아닌 고민도 여러 번 해봤지만 지금은 이 블로그를 폐지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이쯤에서 본 카테고리 명칭대로 안내말씀이나 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겨울 나무에 관련하여 동아(겨울눈), 월동아(겨울눈), 정아(끝눈), 측아(옆눈), 정측아, 부정아, 부아(덧눈), 중생부아, 병생부아, 엽흔(잎자국), 관속흔(관다발자국), 지흔(가지자국), 아린(눈비늘조각), 아린흔(눈비늘조각자국), 나아(맨눈), 지흔(가지자국) 등의 용어가 있습니다.

이들 한자 용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괄호 속에 있는 것들인데 위에서 보시다시피 괄호가 비어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건 그에 해당하는 우리말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우리말이 거의 또는 즐겨 사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인터넷만을 기준으로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눈과 잎자국, 덧눈, 맨눈 정도는 우리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한자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이건 누가 보아도 다른 용어들과 형평성 문제를 수반하기는 합니다만 편리성 추구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부정아는 정아 곁에 달려 정아 유고 시에 대신 정아 역할을 하는 눈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전문서적에 이미 해당 용어가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예비끝눈" 정도가 될 테지만 이 말에 익숙치 않는 저로써는 어색하기만 합니다.

구구한 사설은 여기서 접고 제 블로그에서는 형평성의 문제는 무시하고 다수의 사용례를 좆아 겨울눈, 잎자국, 덧눈, 맨눈만 우리말로 쓰고 나머지는 한자어를 그대로 쓰기로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가능하면 우리말로 표기하려 노력하였고, 최근에는 혼용도 시도해 보았는데 이것이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는 표현들과 달라 보는 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 이 내용은 여러 자료들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 아니고 인터넷에 돌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느낌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기에 학술적으로 이미 정립되어 있는 내용들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거 밝힙니다. ^^

 

3.

사실 블로그의 글은 여러 사람이 보는 것이기에 혹여라도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불상사가 없기 위해서는 내용이 정확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겨울눈 도감도 하나쯤 구비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심하게 취미생활은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자꾸 구입을 꺼리게 합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믿을 만한 자료가 있기에 일단은 그것만을 참조하기로 결정했답니다.

문제는 그 자료에 수록된 겨울눈의 종류가 흡족할 정도로 많지 않다는 겁니다.

블로그 내에서 겨울눈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보입니다.", "관찰됩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경우에는 자료에서 내용 확인이 안 되어 찍어 온 사진만을 판독한 후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겨울눈이나 잎자국, 관속흔들이 실제로는 아주 작아 비록 사진으로 확대해서 보더라도 명확치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개인적인 판독내용은 단순한 참고용이지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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