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듯하여 산책 삼아 국립수목원 가는 길에 있는 봉선사를 찾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 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힌다.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냥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일단 목적지까지 간다.
비는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수준이다.
입구 주차장에 중국굴피나무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쪽으로 가본다.
역시나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중국굴피나무와 굴피나무는 둘 다 가래나무과이지만 꽃과 열매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특히 열매는 굴피나무의 경우 솔방울을 닮았는데 중국굴피나무는 이삭 모양으로 늘어져 있다.
가운데 초록색의 것이 종자이고 그 양 옆에 펼쳐져 있는 것이 종자의 날개다.
날개는 물론 종자가 되도록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형태의 열매를 식물용어로 날개가 있는 열매라 하여 '날개 시' 자를 써서 시과(翅果)라 한다.
대표적인 시과는 단풍나무의 열매이다.
중국굴피나무의 잎은 깃꼴겹잎인데 그 엽축에는 사진에서처럼 날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차장 옆 연못에서는 노랑어리연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나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줌으로 당겨서 찍어봤는데 사진이 흐릿하다.
한쪽에서는 수련이 한창이다.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고 睡蓮이다.
하루 중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이 적고 대부분의 시간에는 꽃잎을 닫고 있다 하여 잠자는 연꽃이란 의미로 '잠잘 수' 자를 쓴다.
미녀는 잠꾸러기란 말이 없어지면 수련도 오래도록 펴 있을라나.
개미자리에 열매가 맺혀가고 있다.
찍은 사진을 보니 꽃받침에 털이 있고 꽃자루에도 약간의 털이 관찰되던데 도대체 무슨 개미자리인지 판별을 못하겠다.
잘 모르면 일단 그냥 개미자리다. ^^
봉선사 경내에 작약의 일종이 심어져 있는데 꽃 모양으로 보아 재배종인 듯싶다.
꽃받침을 보니 꽃받침잎이 세 개다.
작약, 참작약, 호작약은 꽃받침잎이 5개이고 백작약과 산작약은 세 개이니 이 작약 종류는 아마도 백작약이나 산작약을 개량한 것이리라.
정말로 가랑비에 옷이 젖었다.
더 이상은 돌아다니는 게 무리인 것 같아 할 수 없이 그냥 귀가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