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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울산 태화강변 (08.06.07)

by 심자한2 2008. 6. 12.

 

아침에 일어나 태화강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거나 속보로 걷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턴가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조깅이 무릎 관절에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소문이 돌고나서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건강을 위한 운동에도 유행이 있나 보다.

 

강변의 아침은 고요하다.

아직 미몽 상태인 강물이 아침 햇살에 고양이 세수만 했는데도 눈부시게 빛이 난다.

가늘게 일렁이는 물결 속에서 수초의 그림자가 라면 머리가 된다.

부지런한 새 한 마리가 아침 포식 활동에 돌입했다.

그 모습에 강변의 아침이 서서히 활력을 찾기 시작한다.

 

노란색의 꽃을 피운 냉이류가 자꾸 눈에 띄기에 관찰해 보기로 한다.

가늘어서 사진 찍기도 힘든데 생김새만으로 도무지 정체 파악이 어렵다.

열매와 꽃 모양으로 보아 냉이류 같기는 한데 처음 보는 종류 같다.

집에 와서도 한참을 고생한 후에야 비로소 그 이름을 알게 됐는데 한 달쯤 전에 이미 동네 인근에서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런데도 초면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니 한 달만에 그 존재 자체를 까맣게 잊어먹었다는 얘기가 된다.

미안하다, 긴갓냉이야.

 

긴갓냉이는 줄기 위쪽의 잎이 깃꼴로 갈라지는데 열편은 0~2쌍이고 밑 부분의 열편이 창검 같이 생긴 점이 특징이다.

 

줄기는 건조해지면 흑색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진에서도 확인된다.

줄기에는 흰 털이 흩어져 난다.

 

남부 지방이니 이곳의 개불알풀은 이제까지 중부 지방에서 보았던 큰개불알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잎의 톱니를 살펴 본다.

개불알풀의 톱니는 2~3쌍이고 큰개불알풀은 4쌍 이상이다.

톱니 갯수는 3쌍 같긴 한데 명확하지가 않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녀석은 개불알풀도 큰개불알풀도 아니고 눈개불알풀이라는 것이었다.

 

눈개불알풀은 잎과 줄기에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개불알풀 종류, 즉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눈개불알풀을 모두 본 셈이 된다.

 

 

이 녀석도 골치 아픈 것 중의 하나다.

윗 사진은 울산 태화강변에서 찍은 것이고 아래 사진은 작년에 동네 근처에서 찍은 것이다.

위의 것은 별꽃아재비, 아래의 것은 털별꽃아재비로 보이는데 둘의 구분이 모호하다.

한 도감의 설명에 의하면 별꽃아재비의 혀꽃은 털별꽃아재비의 혀꽃에 비해서 작다고 되어 있는데 이 점을 구별 포인트로 활용한다면 윗 사진은 별꽃아재비가 될 것이다.

윗 사진에서는 혀꽃 간의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는데 반해 아랫 사진에서는 그 간격이 좁다.

그렇지만 크다, 작다 하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기준이 모호하여 이 표현을 식별 포인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하면 별꽃아재비는 "울산, 포항에서 필자 채집" 이라고 되어 있다.

이 점으로 볼 때도 윗 사진은 별꽃아재비가 맞긴 하나 확실히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국표식의 설명을 요약해 보면 둘 간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1. 별꽃아재비의 혀꽃은 5개이나 털별꽃아재비의 혀꽃은 5~6개이다.

2. 별꽃아재비는 줄기 윗 부분에 털이 있는데 털별꽃아재비는 포기 전체에 거친 털이 촘촘히 난다.

3. 별꽃아재비는 혀꽃에 관모가 없는데 털별꽃아재비는 있다.

4. 털별꽃아재비의 총포는 5개이고 별꽃아재비는 총포 등 쪽에 거센 털이 있다.

찍어 온 사진에서는 이런 차이점들이 관찰되지 않는다.

다음에 다시 이 꽃을 만나면 확인해 봐야겠다고 마음은 먹는데 과연 그 때가 오면 이 식별점들이 생각이나 날른지.

 

풀밭 안쪽에 노란색의 전동싸리가 한 포기 자라고 있다.

전동싸리의 잎은 3출엽이고 잎자루가 길다.

 

둑 경사면에는 수레국화와 개양귀비를 섞어서 잔뜩 심어놓았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부부가 지나면서 꽃 이름을 묻기에 알려주었더니 남자 쪽에서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에서 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있는데 이렇게 아무데나 심어도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읽힌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게 의문이다.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개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없고 관상용으로 기르기 위해 개량한 것이라 한다.

양귀비는 식물체에 털이 없는데 개양귀비는 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꽃잎은 네 장인데 두 장씩 교대로 마주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개양귀비는 꽃양귀비라고도 부르고 꽃 색은 여러가지다.

 

갈대숲 속에서 갈퀴 종류가 하나 눈에 띈다.

갈퀴나물 정도로 생각했는데 등갈퀴나물이란 것이다.

갈퀴 종류도 많기도 많다.

잎 모양이나 작은잎의 갯수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자료의 설명을 읽다 보니 턱잎들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

갈퀴나물은 턱잎이 삼각상 부채꼴이고 가는갈퀴나물은 반 화살 모양이다.

등갈퀴나물은 턱잎이 두 개로 갈라져 있고 가는등갈퀴나물은 피침형이다.

찍어 온 사진을 확대해 보니 턱잎 끝 부분이 둘로 갈라져 있었기에 등갈퀴나물로 동정키로 한다.

 

등갈퀴나물은 작은잎이 8~12쌍이고 잎 끝의 덩굴손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는 점도 사진과 일치했다.

 

원추천인국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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