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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명지산 (08.06.11) (2)

by 심자한2 2008. 6. 15.

 

오늘의 코스는 상판리 들머리 - 귀목고개 - 명지3봉 - 명지2봉 - 명지1봉(정상)이다.

귀목고개를 지나 얼마쯤 오르니 시계가 확 트인 바위가 나타난다.

디카로 찍은 사진이 이 정도 나왔다는 건 그만큼 날씨가 괜찮다는 것이다.

군데군데 모여 있는 마을이며 구불거리는 도로며 중첩된 산들의 모습이 모두 평화롭기 그지없다.

 

고추나무는 결실에 돌입했다.

 

박쥐나무를 야생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수목원에서는 벌써 꽃이 졌는데 여기서는 아직 개화도 안했다.

 

꼭두서니 종류 하나 찍었는데 도무지 그 종류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동정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꼭두서니 종류는 모두 살펴보았으나 딱히 이거다 하는 게 없었던 것이다.

 

이럴 땐 하나씩 제외시켜 나가다 보면 남는 게 하나 있기 마련이다.

가지꼭두서니는 화관이 종형인 점이 다르고,

꼭두서니는 포가 심장형인 점이 다르고,

너도꼭두서니는 잎자루와 꽃자루가 짧거나 없는 점이 다르고,

덤불꼭두서니는 잎이 심장저인 점이 다르고,

민꼭두서니는 잎의 좌우가 같지 않다는 점이 다르고,

우단꼭두서니는 잎이 심장저이고 잎자루가 잎보다 길다는 점이 다르고,

큰꼭두서니는 줄기나 잎에 털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남는 건 갈퀴꼭두서니뿐이다.

갈퀴꼭두서니는 원줄기에서는 잎이 6~10개씩 돌려나고 가지에서는 4~6개씩 돌려난다.

꽃은 황백색이고 꽃잎은 5개로 갈라지며 수술 5개에 암술대 끝이 둘로 갈라진다는 점이 사진과 일치했다.

하지만 다소 의문이 가는 점도 없진 않아 자신은 없다.

 

말발도리도 이제는 끝물이다.

 

이런 냉이 종류가 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나중에 그 정체를 파악하는데 딱히 이거다 싶은 게 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

모든 냉이 종류의 설명과 사진을 비교해 보다가 최종적으로 두메냉이와 벌깨냉이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두메냉이는 총상화서가 원줄기 끝에 달리고 단순하며 꽃이 백색이고 꽃잎이 도란형이란 점은 맞는 것 같은데 화경이 거의 없다는 점이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잎 모양을 보기로 했는데 두메냉이의 경우 잎이 줄기 밑 부분에서 총생한다고 하는 점은 사진과 일치하는 듯 했으나 잎이 깃꼴로 갈라진다는 점이 사진과 달랐다.

반면 벌깨냉이의 경우 "근생엽은 긴 엽병이 있는 단엽과 복엽이 있으며 정소엽은 단엽과 형태와 크기가 비슷하고 둥근 신장형이며 지름 2-2.5cm로서 표면은 원줄기와 더불어 백색 단모가 드문드문 있고 가장자리가 둔한 톱니로 되며 측소엽은 1쌍으로서 훨씬 작다." 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 것은 다 맞는 것 같으나 잎 모양이 둥근 신장형이란 점이 사진과 좀 달랐다.

그런데 밑쪽에서 찍은 다른 사진을 보니 측소엽의 일부가 둥근 신장형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잎자루가 긴 큰 잎 5개 사이에 작은 잎 4개가 있다.

즉 큰 잎 5개 중 두 개는 복엽이 되는 것이고 나머지 3개는 단엽이 되는 것이다.

  

열매의 모양도 살펴봤다.

두메냉이의 경우 열매에 짧은 대가 있다고 되어 있고 벌깨냉이는 열매의 길이가 열매자루보다 길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일단은 두메냉이가 후보에서 제외되었는데 다른 사진들을 보면 열매의 길이가 열매자루보다 더 짧아 보여서 한참 고심을 했다.

그렇지만 그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사진상의 오류라고 판단하고 간단히 넘겼다.

그래도 남은 문제는 여전히 있다.

두메냉이는 백두산 정상 근처에서 자란다고 되어 있으니 자생지 면에서도 후보군에서 탈락시키는 데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벌깨냉이도 자료에 보면 "제주도, 거제도, 부산, 김해, 밀양 등에 분포한다." 고 되어 있어 사진을 찍은 장소와 거리상 너무 떨어져 있다.

갖고 있는 오래된 도감을 보니 분포지역에 대한 기술이 위 표현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 조사된 내용이 현재까지 그대로 원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벌깨냉이로 동정키로 결정하였다.

 

벌깨냉이와 같은 '벌깨' 씨인 벌깨덩굴이 아직 여기저기서 눈에 띄기는 하는데 꽃이 싱싱한 걸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벌깨덩굴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가 되었다.

 

일전에 서리산에서 보았던 구상나무 열매를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구상나무는 열매와 암꽃이 비슷하게 생겼기에 혹시 암꽃이 아닌가 하여 도감을 살피다가 우연히 분비나무 사진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 열매 모습이 구상나무와 아주 흡사하다.

둘의 차이점을 살펴보니, 구상나무의 열매는 원통형이고 분비나무의 열매는 긴 달걀형이나 달걀꼴 원통형이다.

구상나무의 열매에 있는 실편의 침상의 돌기는 뒤로 젖혀지는데 분비나무의 경우는 젖혀지지 않는다.

이 차이점을 놓고 볼 때 사진과 일치하는 건 분비나무이다.

 

더구나 갖고 있는 도감에 실린 두 나무의 열매 사진을 보니 분비나무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송진을 잔뜩 흘리고 있다.

아마도 이것도 분비나무 열매의 특징 중 하나인가보다.

 

산을 한참 오르다가 오른쪽에 터진 공간이 있기에 잠시 경관이나 감상하며 좀 쉬어가려는데 근처에서 작은 꽃이 보인다.

산앵도나무이다.

일전에 어떤 산에서 한 번 만났던 적이 있는 꽃이라 쉽게 눈에 띄였는데 경험이 없었으면 아마도 놓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꽃은 묵은가지 끝에서 2~3개만 핀다.

 

잎은 이렇게 생겼다.

 

삿갓나물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소 특이한 형태의 꽃으로 명지산의 6월을 빛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찔레꽃 비슷한 나무에 꽃이 딱 한 송이 달렸는데 꽃잎이 활짝 벌어지지 않고 다소 컵처럼 생겼다.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어서 얼른 생열귀나무란 이름이 떠오른다.

나중에 동정해 보니 인가목과 헷갈린다.

인가목의 꽃은 장미색이고 꽃잎은 넓은 난형인데 생열귀나무의 꽃은 홍자색이고 꽃잎은 넓은 도란형이며 끝이 오르라든다.

 

또한 인가목의 경우 꽃자루에 선모가 밀생한다고 되어 있는데 사진에서는 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 생열귀나무로 동정한다.

 

생열귀나무의 수술은 많은데 이들 모두 단지 모양의 꽃받침통 변두리에 붙는다는 기술도 사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았다.

긴생열귀는 생열귀나무와 같으나 열매가 타원형으로 구형인 생열귀나무와 다르다는데 열매가 없으니 확인이 안 된다.

 

종덩굴 종류가 하나 눈에 띈다.

자주종덩굴과 좀종덩굴은 이북에서 자라고 종덩굴과 검은종덩굴은 잎이 깃꼴겹잎이며 요강나물은 화피에 흑갈색 털이 밀생한다는 점이 사진과 다르다.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 하나씩 피는 꽃이 검붉은색이고 갈래조각의 끝이 뾰족하며 뒤로 많이 젖혀지지 않는 세잎종덩굴의 특징이 사진과 일치했다. 

 

잎은 1~2회3출엽이고 작은잎은 간혹 잎몸이 3개로 갈라지기도 한다.  

 

왕쌀새도 간간이 눈에 띈다.

 

이곳에 한참 만발하고 있는 개회나무는 잎 뒷면과 잎자루에 융모가 밀생한 것으로 보아 털개회나무로 보인다.

등산로 옆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열심히 사진을 찍고나서 일어서는데 내가 앉았던 바위 옆에 있는 바위 밑으로 사라지고 있는 뱀의 꼬리가 보인다.

이런, 그럼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이 녀석이 내 근처에 있었다는 말이 되네.

지난번 주금산에서 한 번 본 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보는 뱀이다. 

 

이곳의 고광나무는 모두 흰털고광나무로 보였다.

 

인가목조팝나무도 아직까지 피고 있는데 역시 털인가목조팝나무로 보인다.

 

함박꽃나무는 여기서도 한창이다.

목련과 꽃 치고는 꽃이 단정해서 보기에 아주 좋다.

 

명지2봉까지 갔는데 무척이나 힘이 든다.

이상하게도 명지산에만 오면 항상 유난히 산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안 맞는 산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명지2봉을 지나 어느 정도 더 걷다가 정상 1km 전방에서 회귀키로 결정한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그냥 돌아서려니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깊은 안부로 내려서야 하는데 그 사실이 내 발길을 돌리도록 종용을 했나보다.

편도 5.2km를 걸었으니 이만하면 등산으로도 큰 손색이 없지 뭐, 하는 마음으로 자위를 하고만다.

 

하산 도중에 뭔가를 찍다가 밧데리가 다 되어 카메라가 자동으로 잠겼다.

잘 됐다 싶어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르다가 이상한 둥굴레 종류 하나를 목격한다.

처음 보는 것인데 한군데에 꽃이 4개씩이나 달려 있고 더군다나 꽃 색이 황록색이다.

간신히 밧데리를 쥐어짜서 한 방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이 바로 퉁둥굴레라는 것이다.

이름도 처음 들어봤고 실물은 물론 처음 보았다.

3~7개의 꽃이 같은 수의 포 밑에 달린다.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차단해주고는 있지만 바람이 별로 없어 땀이 비오듯 흐른다.

하산길에 마침 작은 낙차가 있는 곳이 보이기에 일단 머리부터 그 밑에 들이밀었다.

세수까지 하고 나니 몸에 축적되었던 열기가 좀 가시는 듯하다.

내친 김에 홀라당 벗고 저 물 밑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이 일었지만 그 생각만 물속에 남겨두고 자리를 뜬다.  

 

하산을 마치고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매점으로 걸어가는데 길가에서 가래나무 열매가 밧데리가 아직도 좀 남아 있나 테스트해보기를 권한다.

전에도 경험한 바 있는데 밧데리가 다 소진되어 카메라가 자동으로 잠긴 후에도 다시 전원을 넣어 보면 한두 장 정도 더 찍힌다.

이런 방법으로 전원을 껐다 켰다 하면 최소한 십여 컷 정도는 더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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