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있는 동생이 휴가를 나와 집에 들리기로 했다.
점심 때까지 오지 않기에 그새를 못 참고 간단히 산에나 다녀오기로 한다.
간단히라는 건 이동시간까지 포함하여 총 산행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게 코스를 잡는 걸 말한다.
그럴 땐 집에서 아주 가까운 복두산 정도가 좋겠지만 오늘은 한동안 발길을 하지 못한 천마산에 가보기로 한다.
그동안 뭔가 새로운 게 삐죽 고개를 내밀고 나를 기다려줄 것만 같은 환상이나 기대를 갖기는 여느 때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오늘의 천마산은 내 환상의 풍선에 무자비하게도 바늘을 꽂았다.
최근에 몇 번 와보니 아무래도 천마산은 봄꽃의 천국이긴 하나 다른 계절엔 별로 야생화를 내지 않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행을 해서인가, 아니면 감기 기운이 있어서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잦은 음주에 지친 장기들이 결국 항의 촛불시위에 돌입이라도 한건가, 산을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든다.
발걸음이 천근 만근을 지나 거의 등산로와 밀착 동거를 시도하려 한다.
야생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참 하회하기도 하려니와 신체 컨디션도 이러하니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겠지.
어느 정도 오르다 그냥 하산하기로 한다.
굳이 오늘의 수확을 따져본다면 올 들어 세 번째 뱀을 만난 것과 큰터리풀 한 포기와 조우한 것 정도이다.
으아리 종류를 만나면 가장 먼저 꽃받침잎 갯수부터 세어본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잎이다.
꽃받침잎이 4개짜리도 있고 5개짜리도 있으면 외대의아리 아니면 으아리이다.
참으아리는 꽃받침잎이 4개이다.
따라서 사진과 비교해 보면 참으아리가 일단 제외된다.
다음으로 잎을 본다.
으아리의 작은잎은 5~7개이다.
사진에서는 3개뿐이니 외대으아리만 남는다.
등산로 초입에 공사가 한창이라 트럭들 통행이 많아서 외대으아리 잎이 본의 아니게 먼지로 화장을 했다.
바위 틈새마다 기린초가 한창이다.
은꿩의다리는 지금 어느 산엘 가나 활짝 핀 얼굴로 산객을 맞이해준다.
꿩의다리 종류 중 가장 먼저 개화하는 녀석인가 보다.
홀로 핀 초롱꽃이 있어서 혹시 외대초롱꽃이란 게 있는 건 아닌가 해서 한 번 찍어봤는데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초롱꽃이다.
검산초롱꽃이란 것도 있는데 이것은 모든 잎에 잎자루가 있고 줄기에 털이 거의 없다는 점이 사진과 달랐다.
초롱꽃은 줄기 윗 부분 잎에는 잎자루가 없고 식물 전체에 퍼진 털이 많다.
사진에서도 화관과 꽃받침, 줄기에 있는 퍼진 털이 관찰된다.
터리풀은 작년에 그렇게 많이 봤건만 오늘 산에서 만났는데 도통 그 정체를 모르겠다.
물론 그 이름은 나중에 집에 와서야 알았다.
터리풀은 잎이 깃꼴겹잎이며 맨 끝의 잎은 5개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피침형이며 꽃은 흰색이다.
단풍터리풀도 잎이 깃꼴겹잎인데 맨 끝의 잎이 5~7개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피침형이며 꽃은 연홍색이다.
큰터리풀은 잎이 깃꼴겹잎이 아니며 5개로 갈라지고 갈래조각은 삼각형 또는 삼각상 달걀형이며 꽃은 흰색이다.
따라서 사진 속 녀석은 큰터리풀이다.
확대한 �은 이렇게 생겼다.
골무꽃 두 종류를 만났다.
현장에서 갖고 간 메모노트에 적힌 특징과 실물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는데 무슨 골무꽃 종류인지 잘 모르겠다.
집에 와서도 쉽게 동정이 되지 않아 애를 먹다가 결국은 그늘골무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늘골무꽃의 특징 중 하나는 꽃받침에 흔히 자줏빛이 돌고 줄기가 자줏빛이란 것이다.
두 번째 골무꽃은 산골무꽃으로 보인다.
산골무꽃은 포가 잎 모양이다.
무엇보다 줄기에 위로 굽은 흰색 털이 다소 빽빽히 난다는 점이 산골무꽃으로 보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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