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 무덤가에서 뒤늦게 이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대체로 각시붓꽃은 초봄에 일찌감치 피었다 진다는 것이 내 경험상의 지식이었는데 이 녀석은 지금에서야 외롭게 피어났네요.
그런데 유난히 키가 작아 혹시 난장이붓꽃이란 건 아닌가 해서 일단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각시붓꽃과 난장이붓꽃의 차이점이나 사진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사례를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오늘도 그 차이점 확인에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괜히 사진을 찍어 왔다는 후회를 해가면서도 일단은 국표식의 설명을 자세히 읽어 보니 이 둘은 포와 꽃의 색이 다른 것으로 나와 있네요.
우선 각시붓꽃은 꽃이 자주색이고 포는 4~5개로 녹색이라 합니다.
반면 난장이붓꽃은 꽃이 연한 자주색이고 포는 2개이고 황록색이나 윗부분 가장자리는 자홍색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사진 속에서 어떤 게 포인지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꽃대 밑에 달린 잎 같이 생긴 것이 포라면 문제는 간단해 집니다.
포가 초록색이니 각시붓꽃이겠지요.
그게 포가 아니라면 포 사진이 없으니 포의 색으로 양자를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꽃 색으로 보면 연한 자주색이라기 보다는 자주색 쪽이라고 보여지는데 꽃 색이야 뭐 장소에 따라 다소 농담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이에 의한 구분은 별 실익이 없다는 게 좀 문제이긴 합니다.
그래서 그냥 각시붓꽃으로 동정하려다가 국표식에서 언뜻 넓은잎각시붓꽃이란 녀석이 눈에 듭니다.
그 설명을 읽어보니 이 녀석이 아무래도 각시붓꽃이라기 보다는 넓은잎각시붓꽃이란 생각이 듭니다.
각시붓꽃은 잎의 중륵이 뚜렷치 않고 넓은잎각시붓꽃은 앞뒤로 3개의 맥이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설명에 의하면 사진 속의 잎은 후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잎각시붓꽃의 << 잎의 형태가 상반부는 길고 넓으며 ... 하반부는 갑자기 좁아져서 둥근 모양의 초상을 만든다.>> 고 되어 있는 점도 사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넓은잎각시붓꽃으로 동정하였는데 문제는 이 녀석이 충남과 전남북에 분포한다고 되어 있는데 우리 동네가 속해 있는 중부 지방에서 발견된 점이 좀 찝찝합니다.
그거야 뭐 녀석이 무서운 기세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억지인가? ㅠㅠ)
가지고 있는 다른 자료를 보니 난장이붓꽃은 외화피에 세로로 된 흰색 줄무늬가 있다고 하고 그런 특성을 보이는 사진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에 있는 녀석은 줄무늬가 빗살 모양입니다.
그러니 난장이붓꽃은 아니라는 말이 되겠지요.
또한 각시붓꽃은 외화피가 좁은도란형이고 난장이붓꽃은 도란상타원형입니다.
말로는 좀 헷갈리지만 두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가운데 있는 부속체처럼 생긴 게 암술대랍니다.
암술대가 꽃잎처럼 생겼는데 3개로 갈라진 후에 각각의 갈래조각이 다시 2개로 갈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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