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0일 리비아에서 라마단이 시작된 날은 금요일 휴일이었지요.
너무 무료해서 바닷가에나 나가볼까 하고 시내를 관통했습니다.
위 사진은 시내 주요 도로 중 하나인데 텅 비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차량 정체로 이곳을 지나는데 한참이 걸리던 곳이었지요.
가장 왼편에 있는 건물은 이름이 알파타 타워 (Al Fatah Tower)였었는데 전쟁 후
트리폴리 타워 (Triopoli Tower)로 바뀌었습니다.
Al Fatah는 영어로 The Revolution입니다.
즉, 카다피가 1969년에 일으켰던 혁명을 의미하지요.
이 이름마저 카다피의 잔재라 해서 버린 겁니다.
가장 우측에 있는 건물은 J.W. Marriott Hotel입니다.
대우와 현지회사 하나가 세운 합작회사가 시공한 것으로 전쟁 전에 거의 다 완공되었었는데
전쟁 중 일부가 파손되어 아직까지 준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이 한산한 거리 풍경은 라마단 시작일 하루만 그렇더군요.
이후에는 평소보다는 좀 못하지만 통행량이 다시 많아졌습니다.
홈스 (Khoms) 근처에 있는 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지면보다 높아 보이는 바다가 지구는 둥글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리비아 근무 시절 우리는 이곳을 소위 와이키키 해변이라고 불렀었지요.
와이키키 해변이야 가보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뭐 그다지 경관이 썩 좋은 장소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런 이름이 회자되었었나 모르겠습니다.
해변은 텅텅 비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하나도 없을 뿐이지 방갈로는 줄지어 서서 라마단이 끝난 후
몰려올 피서객을 기다리고 있으니 텅텅 빈 건 아니네요.
방갈로는 이렇게 야자나무 잎으로 대충 엮어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이 나라는 습도가 적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한 느낌이 드니 에어컨 없이도 필요한
만큼의 피난처 역할은 충분히 해줍니다.
이런 바닷가 풍경은 라마단 기간 내내 이렇습니다.
아무래도 낮 동안에는 금식을 해야 하니 체력 문제로 수영까지는 힘들어서 그럴 겁니다.
체력 문제도 있지만 이 나라나 우리나라나 어디 놀러 가면 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걸 못한
다는 이유도 가세했겠지요.
멀거니 지평선만 좀 바라보다가 돌아섰습니다.
좀 위험하긴 하지만 주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전쟁 전에 즐겨 다녔던 뒷길을 탐방해
보기로 합니다.
도로 곳곳을 흙더미가 잠식하고 있었긴 하지만 이 나라에서 이 정도면 완성된 도로입니다.
눈이 거의 안 오는 나라라서 다행이지 우리나라 정도의 적설량이라면 이 도로 이용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주도로로 나왔습니다.
역시 라마단 첫날이라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네요.
키 큰 유클립투스만이 관문처럼 서서 도로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중에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스크에는 기도차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하긴 굳이 라마단이 아니라도 금요일 이 시간이면 항상 볼 수 있는 모스크 풍경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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