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근에 있는 한 산에서 너도바람꽃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골짜기를 새로이
발견했습니다.
개체수가 천마산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더군요.
바위 틈새나 낙옆 더미 밑에서 돋아 난 가녀린 꽃대들 끝에 하얀 꽃송이 하나씩
매달린 모습이 연약하기 그지없어 위태로와 보이기까지 하지만 얘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하기만 합니다.
처음 구경하는 땅 밖 세상에 대한 느낌을 서로 나누는 듯 삼삼오오 모여 머리를
맞대고 두런거리는 듯한 녀석들, 그새 언쟁이 있었는지 토라진 듯 서로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 녀석들, 고고한 한 마리 학을 우상으로 삼고 있는 양
작은 바위 밑을 독차지한 채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는 녀석들, 전생에 연인사이였는지
둘이서만 저만큼 떨어져 서서 마주보고 미소를 교환하고 있는 녀석들 등등 갖가지
양태로 주어진 영화를 맘껏 향유하고 있는 너도바람꽃 무리를 보고 있자니 눈이
다 시원해지고 마음이 활짝 열립니다.
약초꾼이나 양봉업자 이외에 이곳에 발걸음을 하는 이들이 없었기에 얘들이
이제까지 온전히 군락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겁니다.
터를 잘 잡은 녀석들의 행운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은 봄 꽃들이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하기에는 이른 때인지라 지금은
너도바람꽃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다른 야생화들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일자 기분이 좋아지는군요.
땅에서 돋은 별들 덕분에 오늘 하루 모처럼 일상의 시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었네요.
0. 처녀치마
처녀치마가 군락까지는 아니어도 십 여 포기 모여 자라고 있는 곳도 있더군요.
0. 냉이
냉이도 하나둘씩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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