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22. 05. 25 (수)
● 누구와 : 나 홀로
● 어 디 : 지리산둘레길 4~5구간
● 코 스 : 금계 ~ 동강 ~ 수철
● 이동거리 및 소요시간 :
금계 ~ 동강 : 11.0km, 4시간 16분
동강 ~ 수철 : 12.1km, 4시간 38분
--------------------------------------------
합계 : 23.1km, 8시간 54분
1. 금계 ~ 동강 구간
2. 동강 ~ 수철 구간
● 이동시간 및 소요비용
오늘도 어제처럼 새벽에 한기 때문에 잠에서 깼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꾸립니다.
주차장 옆 화장실에서 세면과 양치까지는 했는데 모닝 커피
한 잔 할 데도, 아침 먹을 데도 없네요.
갈증이 심해 주차장 한켠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양껏 들이킨
후 2L 들이 수통까지 가득 채웁니다.
6시 반경 지리산둘레길 함양안내센터 주차장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임천 위 의탄교를 건넘으로써 오늘의 4구간 탐방
일정을 시작합니다.
웬일인지 시작부터 뱃속이 거북하고 발걸음이 불안정하며
몸놀림이 무척 무겁습니다.
지난 이틀 간의 무리한 강행군과 불편한 한둔 때문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보니 장염
때문입니다.
▼ 의중마을
▼ 의중마을 느티나무 당산목
▼ 둘레길 갈림길
의중 당산에서 둘레길이 벽송사 방향과 용유담 방향 둘로
갈립니다.
인터넷으로 조사해 보니 전자가 후자보다 1.7km 정도 더
기네요.
여느 때 같으면 가능한 한 긴 쪽 길을 선택하련만 오늘은
저하된 체력 상태를 감안하여 보다 짧은 용유담 쪽 길로
가기로 합니다.
벽송사 쪽 길은 구간 내 최고봉까지 해발 고도로 450m
정도를 올라야 하는데 용유담 쪽 길은 100여 미터만
오르면 되기에 부담이 훨씬 더 적기 때문이지요.
그런데도 다리가 허전거려 비교적 완만한 편인 오르막조차
걷기에 무척 버거울 정도로 오늘 신체 상태가 엉망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작부터 팥죽땀으로 온 몸이 물초가 됩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저 길을 따라 허위허위 걷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용유담이란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에 있는 엄천
계곡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는데 걷는 동안
용유담은커녕 계곡 자체도 지나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둘레길이 엄천계곡과 용유담을 직접
경유하지는 않네요.
▼ 다랭이논
▼ 무료 커피 쉼터
걷다 보니 고맙게도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쉼터가 하나
있네요.
그렇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줄곧 모닝 커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런 도린곁에서
그 작은 소망이 이루어지게 될 줄이야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안내판에 적혀 있는 대로 여립켜기의 일환으로 과객들에게
이런 호의을 베푸는 건 아닐 텐데 도대체 누가 어떤 연유로
이런 선행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마음속으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커피 한 잔 타서 홀짝이면서
한참을 쉬었다 갑니다.
쉬는 내내 오늘의 내 컨디션에 대해 생각을 해 보니 아무래도
집에서부터 가져 온 편육과 햄이 무더운 날씨에 배낭 속에서
이틀 간이나 있었던 탓에 상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제와 그제
저녁마다 식사 겸 안주로 그것들을 먹었던 게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뱃덧은 일종의 식중독일 거라고 자체적으로
진단을 내린 겁니다.
식욕은 전혀 없고 설사와 구토 증세만 지속되는데 그래도
몸이 커피는 받아들이네요.
▼ 엄천
▼ 운서쉼터
▼ 동강마을
걷다 보니 어느새 4구간의 종점인 동강마을입니다.
몸이 너무 힘들어해 이쯤에서 오늘의 일정을 접고 싶은데
이곳에는 음식점이나 가게는 물론 텐트를 칠 만한 정자도
하나 없네요.
식수는 다 떨어졌는데 보충할 곳을 찾지 못한 채 할 수 없이
선길에 5구간으로 들어서고 맙니다.
▼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5구간은 최고점까지 해발 고도로 450m 정도를 올라야
하는 쉽지 않은 길입니다.
댐 작업을 하고 있는 이곳을 지나서부터 1시간여 동안
지루한 산길이 이어집니다.
뱃덧이 극심한 갈증과 탈진으로 이어져 거의 기다시피
애면글면 걷는데도 어제처럼 무인가게는커녕 민가 하나
나타나 주질 않습니다.
▼ 쉼터
배탈이 이렇게까지 극심한 체력 저하 증세를 수반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냥 아무데나 퍼더버리고 누워 등걸잠이나 한숨 늘어지게
자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달래가면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위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내려오시다가 나를 보자
발걸음을 멈추십니다.
지척에 있는 쉼터 주인이신데 오늘은 더이상 손님이 없을
것 같아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십니다.
나를 위해 다시 쉼터를 열었는데 가장 먼저 냉장고에 들어
있는 생수부터 꺼내 계산도 하기 전에 즉석에서 서너 통이나
들이킵니다.
아마도 여기서 이 쉼터를 만나지 못했다면 난 얼마 못 가
극심한 탈수 현상으로 길 위에서 쓰러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갈증이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주인장께서 식사로 콩국수를 권하시는데 지금은 수분 보충
이외에 내 신체가 원하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사양합니다.
▼ 임도
쉼터 이후부터는 둘레길이 임도로 이어지자 파근한 내
다리가 살짝 반색을 합니다.
▼ 쌍재
그러나 얼마 안 가 둘레길은 다시 산길로 접어드는데 현재의
내 컨디션으로는 더이상의 등산로 보행은 무리인 것 같아 좀
전의 쉼터 주인장에게서 얻은 정보에 따라 5구간의 종점인
수철마을까지 조금이라도 편한 길을 이용하기 위해 여기서
그냥 임도를 따라 직진을 합니다.
▼ 수철마을
쌍재에서부터 거의 두 시간을 더 걸은 후에 마침내 수철
마을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당도합니다.
전신이 파김치 상태인데다 뱃덧은 전혀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아 더이상의 둘레길 탐방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할
수 없이 지리산 둘레길 전 구간 완주 계획을 여기서 중동무이
하기로 합니다.
오후 3시 조금 넘어 이곳에 도착했는데 정류장 부스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보니 마침 여기서 산청 가는 버스가 조금만
기다리면 오네요.
아쉽지만 여기서 마을버스를 타고 산청으로 가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오늘 귀경하기로 합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병세는 점점 더 악화돼 다음날 아침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장염이란 판정이 내려
지네요.
장내 염증수치가 정상의 14배나 됩니다.
짐작대로 그 부패한 편육과 햄으로 인한 식중독이 원인이
되어 장염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등산·여행 > 갤러리 - 풍경·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청버스터미널 시간표 (0) | 2022.07.10 |
---|---|
지리산둘레길 6구간 (수철 ~ 성심원) (0) | 2022.07.10 |
지리산둘레길 2~3구간 (운봉 ~ 인월 ~ 금계) 탐방 (0) | 2022.07.06 |
지리산둘레길 1구간 (주천 ~ 운봉) 탐방 (0) | 2022.07.05 |
정안알밤휴게소(하행) 환승 노선/시간/요금표 (0) | 2022.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