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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동네 주변

by 심자한2 2008. 4. 24.

 

오늘(08.04.21)은 오후에 시간이 좀 남아 동네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산이나 수목원을 찾는 것도 좋지만 풀꽃 관찰을 위해서는 들이나 빈터나 논도 관찰 대상 지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우선 아파트 화단에 살펴보기로 한다.

단지 전체가 아니라 한 개 동의 화단만 관찰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들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제비꽃, 흰제비꽃, 점나도나물, 벼룩나물, 벼룩이자리, 금창초, 민들레, 흰노랑민들네, 봄맞이, 별꽃, 선개불알풀 등이 눈에 띈다.

 

벼룩이자리는 길가에 홀로 피었을 때는 쉽게 그 정체가 파악되던데 일반 잡풀들과 섞여 있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결국은 모르는 식물로 생각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얼마 전에 도로변에서 찍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벼룩이자리는 달걀형 잎이 마주나고 꽃잎은 5장으로 끝이 갈라지지 않으며 수술 10개에 암술은 3개로 갈라져 있다.

꽃잎이 꽃받침보다 짧은 것도 특징 중의 하나이다.

벼룩이자리와 벼룩나물은 왜 벼룩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꽃이 너무 작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들보다 꽃이 더 작은 것은 선개불알풀이었다.

덜 자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식물체 자체가 아주 작은데 언뜻 봐서는 눈에 띄지 않던 꽃이 자세히 보니 식물체 사이에 점점이 박혀 있다.

점점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꽃은 잎과 색이 달라 간신히 육안으로 감지될 정도이다.

줌으로 당겨봐도 꽃 모양이 확실치 않다.

결국은 찍어온 사진을 컴퓨터에서 보고 나서야 그렇게 작은 꽃이 개불알꽃 형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정말 작은 꽃이다.

 

나무들 중에서 대추나무는 이제 막 잎을 낼까 말까 하고 있는데 매실나무는 벌써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단풍나무도 꽃을 피우고 있는데 꽃차례가 밑으로 처져 있다.

반면 중국단풍나무는 단풍나무와 꽃차례도 다르지만 방향도 위를 향하고 있다.

너무 높아 사진 찍기는 불가능했다.

모과나무도 짧은 개화기를 접고 있는 중이었고 휴게 공간에 있는 파고라 위의 등나무는 꽃을 활짝 피웠다.

 

아파트를 벗어나 들길로 나갔다.

길가 여기저기에 애기똥풀이 많이 자라고 있다.

애기똥풀이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는 만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흔하게 피어 있는 것이기에 항상 사진 찍기를 다음 기회로 미뤄 오곤 했는데 오늘 드디어 디카에 그 모습을 담아봤다.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암술대 끝에 잎처럼 보이는 걸 두 장 붙이고 있는 녀석이 몇몇 눈에 띄었는데 그렇지 않은 꽃들이 더 많았다.

자료에 의하면 암술대 끝이 두 개로 얕게 갈라진다고 하던데 저건 얕게 갈라진 것도 아니고 활짝 벌어져 있으며 열매에서는 또 보이지 않는다.

뭔지 잘 모르겠으나 아마도 암술대가 꽃이 핀 상태에서는 얕게 갈라져 있다가 꽃이 질 무렵 저렇게 활짝 벌어지고 열매를 맺을 때에는 떨어지는 건 아닌가 추측해본다.

줄기를 자르면 애기똥 같은 노란 액체가 나온다 하여 애기똥풀인데 그거야 작년에 이미 확인해본 바 있으니 줄기를 또 부러뜨릴 이유가 없겠지.

 

공사장 펜스 밑과 논길에서 냉이류 서너 개 사진을 찍었는데 도무지 동정을 하지 못하겠다.

냉이 종류도 상당히 많은데 인내심 가지고 일일이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설명을 다 읽어보았으나 끝내 찍어온 사진과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을 찾아내는데는 실패했다.

다음에 좀 더 세세하게 관찰을 해본 후 다시 동정하기로 한다.

 

다행히 냉이 종류는 아니지만 하나는 정체를 밝혀냈다.

도감 사진을 보고 개구리미나리, 미나리아재비, 젓가락나물 등등을 후보로 정한 후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설명을 열심히 읽어보았으나 모두 다른 식물이었는데 우연히 도감을 무심코 넘기다가 이 식물을 발견했다.

좀개소시랑개비였다.

꽃잎은 5장인데 너무 작아서 없는 것처럼 보이는 녀석이다.

사진에서는 그나마 두 개는 떨어져나갔다.

 

개울가에는 개구리자리가 꽤 많이 자라고 있었다.

하필 물가 근처에서 자라고 있기에 그걸 찍겠다고 둑 밑으로 내려가는데 풀섶에서 작은 벌레들이 수도 없이 날아오른다.

하긴 며칠 전 산에 갔을 때도 벌써 날벌레들이 덤벼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늦봄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이 녀석들은 식물 관찰에 최대의 적 중 하나다.

정말 귀찮은 존재들인데 이곳 날벌레들은 아직은 공격 성향을 띠고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여하튼 얘들의 출현으로 오늘은 이쯤에서 식물 관찰을 접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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