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홍릉수목원에 갔다.
산에 다니면서 야생의 풀꽃나무들을 직접 접하다 보니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이다.
더군다나 홍릉수목원은 작년에도 꽤나 많이 왕래하였었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한 식물은 찾기 어렵다는 점도 한 동안의 결방에 일조를 했다.
일기예보상 한두 차례 강우가 있을 것이라 해서인지, 아니면 날이 더워서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이 시점에 피는 꽃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나 있었기 때문인지 내방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산한 가운데 한 바퀴 돌고 나왔는데 역시나 관심 있는 식물의 수는 기대치를 상회하지 않는 수준에 머물렀다.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해서 온전히 믿을 수만은 없기에 반드시 자료를 보고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은 이름표에 있는 걸 찾아 확인한 다음에 그 이름이 틀렸다고 생각되도 유사종 몇 개만 확인해 보면 되니 이름표가 붙어 있는 건 상대적으로 큰 노력을 요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름표가 없거나 그냥 아무데서나 대충 자라고 있는 걸 찍어 왔을 경우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겨우 그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
특히 산형과 식물인 경우 그 투자량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건 이전의 경험이 확실히 말해준다.
오늘도 그런 무명 식물 몇 개나 나를 괴롭혔다.
우선 그 중의 하나인 궁궁이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궁궁이의 잎과 꽃과 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잎 :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길이 20-30cm로서 삼각형 또는 삼각상 넓은 난형이며 대부분 털이 없고 3개씩 3-4회 갈라진다. 소엽은 난형 또는 피침형이며 길이 3-6cm로서 3개로 갈라지는 것도 있고 결각상의 톱니가 있으며 끝이 뾰족하고 윗부분의 잎은 퇴화되며 엽병은 백색이고 (밑부분은 잎집이 되며 잎집은)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다.
꽃 : 꽃은 백색으로 8~9월에 피며 큰 복산형화서에 많은 꽃이 달리고 총산경(總傘梗)은 20-40개 내외이며 각각의 길이가 4-6cm로서 끝에 20-40개의 꽃이 달린다. 소화경은 길이 5-15mm로서 산경 윗부분 및 소산경 안쪽과 더불어 안쪽에 백색 돌기가 있으며 총포편은 대개 5개이고 길이 10mm정도로서 선형이다. 화관(花冠)은 소형이고 꽃잎은 5개이며 도란형이고 5개의 수술은 길게 나오며 1개의 자방이 있다.
줄기 : 높이 80-150cm이며 털이 없고 곧게 자란다.
잎에 대한 설명 중 괄호 속의 것은 아무래도 누락된 것 같아 내가 임의로 삽입한 것이다.
그 부분 없이 읽다 보면 잎자루가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라는 말이 되는데 잎자루에는 그런 표현을 절대 쓰지 않는다.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보니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형이란 건 잎집의 모양에 대해 언급한 것이었다.
잎에 관한 것부터 하나하나 사진과 대조해 가며 확인해 보자.
잎 모습인데 위의 설명과 거의 일치한다.
3출엽이냐 3개씩 갈라지냐 하는 것의 차이까지 설명하면 골치 아프니 그 점은 대충 넘어가기로 한다.
잎에는 거의 털이 없다고 되어 있는데 이 녀석은 약간의 털이 있다.
잎 뒷면에는 털이 안 보인다.
줄기 양쪽에 두 개의 잎자루가 보이는데 흰색이다.
잎 밑부분은 잎집으로 되고 잎집은 긴 타원형이나 피침형 정도로 보인다.
잎은 줄기 위쪽으로 갈수록 작아지다가 잎집 형태만 남기고 퇴화한다.
총산경은 20~40개 내외라고 하는데 이 녀석은 세어보니 40개가 좀 넘는다.
하나의 총산경에 꽃이 20~40개 달린다고 하였는데 사진 속 꽃은 대략 35개 정도이다.
사진에서 꽃잎 5개, 수술 5개, 암술 1개가 확인된다.
꽃잎 끝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꽃잎 끝이 안으로 말린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자료에서는 이것을 궁궁이의 꽃잎 특징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
총포편은 대개 5개라고 했는데 사진에서는 4개 정도가 보인다.
다른 꽃대들도 살펴보았는데 총포가 전혀 없는 것이 많았다는 점은 설명과 다소 다른 점이다.
국표식에서는 소총포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사진을 잘 살펴 보면소총포가 상당히 많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대부분 내용은 사진과 설명이 일치하여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소총포 부분이 아무래도 걸린다.
그래서 인터넷 백과사전을 참조하니 거기서는 궁궁이는 소총포가 없다 한다.
이런, 이럴 때가 정말 난감하다.
나름대로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료마다 설명 내용이 약간씩 다른 건 물론이고 이 경우처럼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인터넷 백과사전이 틀렸다고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리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사진 속 식물은 최종적으로 궁궁이로 동정한다.
이름표가 없는 작살나무 종류에 꽃이 폈다.
잎을 보니 좀작살나무 같다.
좀작살나무는 사진에서처럼 잎 밑 1/3쯤 되는 지점에서부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반면 작살나무는 잎자장자리 전체에 톱니가 있다.
작살나무 종류는 모두 연한 자주색 꽃을 피운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다른 작살나무 종류들의 꽃은 연한 자주색이라는 말이 의심스럽지 않은데 흰작살나무의 경우에는 사진에서처럼 거의 흰색처럼 보였다.
이런 꽃 색은 도감에 실린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작살나무 종류는 모두 자주색의 구슬 같은 열매를 맺는데 유독 흰작살나무만은 열매가 흰색이다.
작살나무 종류 중에 새비나무라고 있는데 꽃은 작살나무와 같으나 잎가장자리의 톱니가 작살나무와 달리 날카롭다.
때죽나무 열매들이 잎 밑에 옹기종기 모여 달려 화려했던 꽃들의 전설에 대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때죽나무에는 사진과 같이 생긴 것들도 꽤 많이 달려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 이것을 처음 보았을 때 때죽나무는 두 가지 종류의 열매를 맺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벌레집이라 한다.
그 벌레의 이름은 모르겠으나 열매 사진을 찍으면서 보니 가지와 잎에 이런 녀석들이 상당히 많던데 아마도 이 녀석들이 그 벌레집의 주인인 듯하다.
꽃댕강나무가 한창 만개중이다.
댕강나무 잎은 피침형인데 꽃댕강나무의 잎은 달걀형이고 광택이 있다.
큰조롱의 꽃은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화경에 산형으로 달린다.
꽃은 황록색으로 5개로 갈라진 꽃잎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린다는 게 특징이다.
잎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의 양 끝이 둥글며 서로 접근한다.
큰조롱은 덩굴성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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