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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광나무,협죽도,흰협죽도,범부채,부처꽃,회산백련지의연꽃들

by 심자한2 2008. 7. 18.

 

식물 탐사 일기 - 무안 회산백련지 (08.07.11) (1)

 

전날 광주에서 전 직장 부하직원 둘을 만났다.

항상 그렇듯이 처음에는 간단히란 말과 함께 시작된 술자리가 결국 자정을 꼴딱 넘겼다.

근 일 년여 만에 만났기에 긴 공백기간 동안 쌓였던 얘깃거리들이 좋은 명분이 되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핑게에 불과하다.

그곳에서 근무할 때의 술자리도 대개는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술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화보다는 술 자체가 목적인 것 같다.

대화는 음주를 위한 하나의 매개체에 불과하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야 항상 있었지만 그 느낌이 잘못된 음주습벽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이끌어낸 적은 거의 없었다.

설사 평소 음주문화를 좀 바로 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손 치더라도 그런 결심 정도는 또 다시 갖게 되는 술자리에서 한 잔의 술 속에 들어 있는 알콜이 간단히 녹여버리고 만다.

우리는 그런 패배를 은근히 즐기고...

 

작취미성인 상태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목포로 이동했다.

광주터미널을 빠져나가는 목포 행 버스의 진동이 내가 지금 여행중임을 일깨워준다.

여행을 음주로 일관할 수만은 없겠지만 하루쯤 이런 날이 끼어드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고 자위하기로 한다.

최근에 한 잦은 산행들이 신체 내 장기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즘은 그래도 숙취 해소 속도가 전에 비해 월등히 빨라졌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아마도 회산백련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몸은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을 테고 마음속에도 여행 분위기가 다시 깃들 거라 생각하면서 고개를 모로 눕힌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눈이 스르르 감긴다.

부족한 수면을 그렇게라도 채워야 한다는 신체 시스템의 지상명령을 어길 이유가 전혀 없겠지.

 

그렇지만 평소 낮잠과는 거의 친하지 않은지라 눈꺼풀이 시각은 차단했어도 의식은 주변 풍경에 가 있다.

광주 근무 시절 업무 차 차를 몰고 수없이 다녔던 이 길들 주변에 지금쯤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수시로 시각 차단막을 들어올린다.

그럴 때마다 눈에 든 초록은 금세 다시 칠흑 속에 묻히곤 한다.

이런 과정을 서너 번 반복하다가 다시 눈을 떴는데 벌써 목포터미널이다.

예상과는 달리 간밤의 음주 후유증이 꽤나 컸던 모양이다.

 

터미널 길 건너편에서 일로 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거기서 택시를 이용하여 회산백련지까지 이동했다.

가면서 군데군데 붙어 있는 현수막을 보니 올해부터 회산백련지 연꽃축제는 그 명칭을 대한민국 연 산업축제로 바꾼 모양이다.

11년 간의 축제 경험을 기반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하고자 하는 무안군의 의도가 엿보인다.

포장만 바뀌었지 알맹이는 그대로이다, 라는 후평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약 10만여 평에 달하는 이 백련지는 원래 일제시대 인근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축조된 저수지였다.

이 저수지가 위치한 곳의 마을 이름을 따 회산저수지라 칭했는데 인근의 덕에마을에 사는 한 농부가 어느 날 백련 12주를 구해다가 이 저수지 한쪽에 심은 후 그 증식에 열과 성을 다한 결과 지금의 백련지가 조성되었다.

한 민선군수가 이 백련지를 보고 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개발을 시작했다.

마침내 1997년 8월에 개발을 마친 후 제1회 백련축제를 개최하게 되었고 그 축제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안내판에 적힌 회산백련지의 유래에 대한 요약이다.

모쪼록 해를 거듭하면서 발전을 거듭하여 국제적인 명소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예전에는 축제기간에만 입장료를 받더니 언제부터인가 상시 입장료 징수 체계로 바뀐 모양이다.

입구에서 되돌아나오던 단체 관광객 중 한 분이 내게 자진해서 정보를 제공해준다.

우리들은 돈 3천원 받는다고 해서 안 들어가기로 했는데 아저씨는 들어갈 거에요?

엥?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보제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무언의 시위에 동참하라는 권유 쪽에 더 가까운 말이다.

에구, 저야 서울에서 예까지 일부러 발걸음을 한 건데 그냥 돌아갈 수야 없지 않겠어요? 라는 말은 속에만 담아두고 겉으로는 미소만 한 줌 흘리고 말았다.

 

축제 시작일인 7월 25일까지는 불과 보름밖에 안 남았으니 지금쯤 어느 정도 연꽃 밭이 조성되어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못에는 연잎만 무성하고 연꽃은 군데군데 손에 꼽을 정도만 피어 있을 뿐이다.

연꽃이야 뭐 우리 동네 인근의 절에 있는 연못에서 이미 실컷 보았기에 사실 연꽃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보고자 했던 백련 이외의 다른 수생식물들도 아직은 거의 없었다.

특히나 가시연꽃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가시연꽃은 개화시기가 다른 것들보다 좀 더 늦어 아직 단 한 송이도 피어 있질 않았다.

비로소 입장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솔솔 들기 시작하더니 그 아까운 마음이 백련지를 나설 때까지 끝내 지워지지 않았다.

축제일에 맞춰 오지 않은 내 잘못이라는 사실이 그나마 어느 정도 서운함을 삭여주었다.

 

가장 먼저 카메라에 담은 건 수생식물이 아니라 이 광나무다.

 

광나무는 화관의 열편이 통부보다 짧거나 같은데 열편이 통부보다 더 긴 것, 즉 화관이 중간 이상까지 갈라진 것을 당광나무라 한다고 한다.

이 나무가 광나무인지 당광나무인지는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당광나무는 제주도에서나 난다고 하니 그냥 광나무겠지 뭐.

 

입구에서부터 이런 꽃을 많이 심어두었던데 이름을 모르겠다.

할수없이 매표원에게 물었다.

이 꽃 이름이 뭡니까?

아, 그건 협죽도라는 겁니다.

아니, 협죽도 말고 그 밑에 있는 붉은 색 꽃이 핀 화초 말입니다.

아, 그건 알아놨다가 다음에 꼭 알려드릴랍니다. 하하하

ㅠㅠ

그래서 지금까지도 얘는 내게 있어 무명초다.

 

(((초보님이 댓글로 주신 정보에 따라 조사한 내용을 아래에 추가합니다.)))

이 녀석은 통상 애기범부채라고 부른답니다.

혹자는 잎이 범부채를 닮아서 그렇다 하고 혹자는 꽃이 닮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식 명칭에 대해서는 크로코스미아(Crocosmia)와 몬트부레치아(Montbretia) 두 가지가 혼용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전자는 학명에서 나온 이름이고 후자는 이 식물의 영문명입니다.

놀랍게도 이 식물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아와 있네요.

국표식에서는 영문명인 몬트부레치아를 정명으로 채택했고 애기범부채란 이름은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크로코스미아란 이름은 거론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그저 알기 쉽게 애기범부채라고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번식력이 아주 강해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는 이미 야생화가 되었다는 인터넷 소갯글도 보이더군요.

 

그 매표원이 말한 협죽도의 꽃은 이렇게 생겼다.

 

협죽도(夾竹桃)는 유도화(柳桃花)라고도 하는데 유도화라는 말은 잎이 버드나무 잎처럼 생겼고 꽃은 복사꽃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혹자는 잎이 대나무를 닮고 꽃이 복사꽃을 닮아 협죽도라 칭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협죽도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한 언급이 없던데 혹시 줄기에 대나무 같이 마디가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흰협죽도도 보였다.

 

토피어리관 인근의 산책 소로에 범부채를 생울타리처럼 심어놓았다.

 

잎이 부채 모양으로 2줄로 벌어져 나고 꽃잎에 있는 무늬가 범을 닮아 범부채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부처꽃이 범부채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백련이니 주인공을 홀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지금부터는 백련지 지상중계나 좀 해야겠다.

 

백련지 전경이다.

10만여 평의 넓이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한다.

한 사람의 노력이 이렇게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건 가볍게 보아넘길 일만은 아닐 것이다.

 

 

연밭 사이사이에 잘 조성되어 있는 관람로가 관람객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입구 반대편에 있는 유리온실은 건축물 자체로서의 미적 가치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꽃의 개화시기는 도대체 언제인지 모르겠다.

동네 절에 있는 연못에서는 연꽃이 폈다가 진 지가 오래인데 여기서는 아직 본격적인 개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그러하듯이 연꽃도 일조량의 영향을 받을 텐데 그렇다면 남쪽 지방인 이곳의 연꽃은 벌써 오래 전에 개화기를 마감했어야 한다.

연꽃의 품종에 따라 개화기가 상이한 건가?

 

드문드문 연밥이 보이는 걸로 봐서 연꽃은 순차적으로 계속해서 피어나고 축제기간에 그 절정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겠다.

(나중에 안내문을 보니 회산백련은 일시에 피지 않고 7~9월 석달 동안 계속해서 피고 진다 한다.)

 

"무안 회산백련은 생육기간이 길며 잎, 꽃, 뿌리, 줄기가 다른 백련보다도 크며" 라고 적혀 있는 안내문의 설명내용에서 이곳의 백련은 아마도 개량종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연꽃의 꽃받침이 4~5개라 하고 있고 회산백련지 안내문에서는 이곳 백련의 꽃받침은 6~7개라 하고 있는 점이 이런 추정의 타당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회산백련지 연꽃은 양성화이며 수술이 300~400개나 된다 한다.

 

꽃잎 가장자리에 약간 붉은 빛을 띈 채 개화한 백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순백색으로 변한다.

꽃잎은 개화 3일 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원산지는 인도로 추정하고 있으나 확실치 않으며 이집트라는 설도 있다.

 

연꽃은 붉은색 꽃이 피는 홍련이 대부분이고 백련은 사실 귀한 꽃이라 한다.

 

주지하듯이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도 맑은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상징하며 나아가 빛과 극락정토를 상징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연꽃은 씨주머니 속에 많은 씨를 담고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다산의 상징으로 그림이나 의복, 자수 등에 즐겨 새겨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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