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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순천만 (08.07.09) (1)

by 심자한2 2008. 7. 16.

 

항상 꿈꿔왔던 일탈 욕구를 긴 여행으로 한 번 채워보고자 집을 떠난다.

일정을 따로 정하지 않은 채 가능한 한 오래 밖에 머물러보리라 마음먹는다.

그러니까 오랜 외유 자체가 목적인 셈이다.

그것만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딘가로 떠났다가 일몰 무렵 보금자리를 찾는 새처럼 돌아와 하루를 집에서 마감하는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너무 단조롭다.

시간표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욕망이 이 여행으로부터 충족될른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이런 시도조차 없는 일상의 꽉 막힌 틀이 너무 버거워 무조건 떠나본 것이다.

 

그 첫 목적지가 2006. 1. 20일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되었다는 순천만이다.

광주 근무 시절 이곳에서 여러가지 자생 식물들을 보았던 게 기억에 남아 평소부터 여행을 떠난다면 이곳을 첫 기착지로 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이번에는 그 자신과의 약속이 지켜졌다.

모든 걸 훌훌 털어내고 빈 몸과 빈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 진정한 여행이 되련만 난 그 상태에서 여행의 참맛을 느끼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기에 평소의 식물 탐사 습벽은 그대로 갖고 떠났다.

 

버스에서 내려 진입로를 걷는데 길가 풀밭에서 봉선화가 눈인사를 한다.

키가 작은데다 꽃이 달랑 하나만 달려 있어 언뜻 보고 다른 식물인 줄 알았다. 

 

자연생태관 화단에 용머리를 심어놓았다.

 

용의 머리가 이렇게 생겼나?

 

부처꽃이란 팻말을 보면서 아마도 털부처꽃인데 별 생각없이 부처꽃이라 적어두었겠거니 생각했는데 부처꽃이 맞았다.

 

부처꽃은 줄기에 털이 없다.

부처꽃은 처음 본다.

 

평일인데다 날씨마저 무더워 관광객은 거의 없다.

입구에 있는 선착장이 혹시라도 폭염의 노여움을 살까봐 숨을 죽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조성된 관람로를 따라 걷는데 작열하는 태양의 심술이 요란하다.

끊임없이 닦아내는데도 땀은 분수처럼 그칠 줄 모르고 솟아난다.

폭염은 갈대밭을 하나의 거대한 열탕으로 만들 작정이라도 한 듯 기세가 등등하다.

그 앞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들의 군무는 자포자기한 자의 힘겨운 몸짓에 불과하다.

여행 날짜 한 번 제대로 잡았다.

 

거미의 삶은 날씨보다 더 치열하다.

 

꽃댕강나무에게 이 정도의 폭염은 시련이 못 되나보다.

 

갈대밭이 끝나는 곳에 소공원이 하나 있다.

파고라 두 개 정도 있고 그 밑에 벤치 몇 개를 놔둔 정도이다.

좌측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용산전망대로 가는 길인데 그곳은 일단 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우측으로 빠져 산자락을 타고 전망대 밑까지 가보는 코스를 택한다. 

길이 원래부터 나 있는 코스가 아니라서 갈대를 헤치고 다녀야 하고 간간히 갯벌을 밟아야 하지만 이런 곳이 오히려 습지식물을 만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리라 생각했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만난 게 이 꽃이다.

장구밤나무의 꽃인데 이 나무가 해안가에 산다는 건 처음 알았다.

열매가 장구를 닮아서 장구밤나무란 이름이 붙었다 하는데 열매를 본 적은 없다.

이전에는 통상 장구밥나무라고 불렀었는데 이번에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이 이름을 이명으로 처리하고 장구밤나무를 정명으로 채택했다.

까마귀밥나무나 까치밥나무는 각각 까마귀와 까치가 그 열매를 좋아해서 '밥' 이란 말을 넣은 것인데 장구가 장구밤나무의 열매를 좋아한다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장구밥나무라는 잘못된 표기를 차제에 바로잡은 모양이다.

 

접사한 꽃 사진을 보니 수술이 많고 꽃밥은 흰색이다.

수술 한가운데 솟아 있는 것이 암술이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수술을 둘러싸고 있는, 녹색을 띠고 있는 것이 꽃잎이다.

 

좀 더 걷다가 장구밤나무가 또 나타나기에 별 생각 없이 꽃을 다시 한 번 찍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두 개의 꽃 모습이 좀 다르다.

이 녀석은 꽃밥이 노란색이고 암술이 솟아 있지 않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둘 다 장구밤나무의 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도감에는 꽃밥이 노란색인 꽃을 실어놓고 장구밤나무의 꽃은 양성화라고 해놓았다.

혹자는 장구밤나무는 양성화가 아니고 암수딴그루이며 꽃밥이 흰색인 것이 암꽃이고 꽃밥이 노란색인 것이 수꽃이라고 한다.

혹자는 장구밤나무는 양성화가 맞고 꽃밥이 흰색인 것은 꽃밥이 노란색인 꽃의 변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명확히 결론을 내린 글은 보이지 않아 나로써도 확인이 안 된다.

 

패랭이꽃 종류가 하나 눈에 띄기에 바닷가에서 자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혹시 갯패랭이꽃이 아닐까 해서 사진을 찍어 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냥 패랭이꽃이다. 

단지 패랭이꽃은 포가 보통 4개라고 되어 있는데 이 녀석은 9개나 된다.

다른 패랭이꽃 종류를 모두 조사해봤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포를 가진 것은 없다.

패랭이꽃의 포가 이렇게 많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청미래덩굴의 열매가 탐스럽게 익었다.

자료에는 9월에나 익는다고 되어 있는데 해풍을 받아 올된 모양이다.

 

청미래덩굴도 청가시덩굴처럼 줄기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댕댕이덩굴 수그루가 한참 피어나고 있다.

 

노란 꽃밥과 끝이 갈라진 꽃잎이 미색을 더해준다.

 

댕댕이덩굴은 암수딴그루인데 우연히 찍어 온 사진 속에 암꽃도 담겨 있었다.

 

수꽃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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