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65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가다메스라는 사막도시에 다녀 왔습니다.
사전 공부가 없었기에 막연히 가다메스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사막의 입구에 있더군요.
Ghadames는 아랍어로 "사막의 진주"라는 의미라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서쪽에 위치한 튀니지와 알제리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했던 곳이지요.
위치가 위치니 만큼 외침도 많았고 한 때 이탈리아의 지배하에 들어갔을 때는 미국과 프랑스의 연합 폭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곳이 오아시스였었기에 사막을 횡단하는 캬라반들의 중간기착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곳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름과는 달리 별로 진주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도시 한쪽 편에 사구(Sand Dune)가 있었는데 영화나 티브이에서 보던 사막과는 인상이 사뭇 다르더군요.
모래 자체도 너무 고왔다는 사실이 사막 이미지를 뭉텅 덜어냈습니다.
미세한 모래 입자 탓에 지면의 강도가 그만큼 높아졌는지 발이 푹푹 빠진다는 표현은 이곳에서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4륜구동 차량들이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언덕을 질주하더니 급기야는 사구 정상까지 오를 정도이니 그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갈 겁니다.
그래도 사구는 사구인지라 우리 일행이 몰고 간 승용차로는 그런 모험이 불가능했지요.
계곡인지 평지인지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또 다른 사구까지 다녀왔습니다.
이 정도로 신체에 무리가 올 체력은 아니었기에 몸은 문제가 없었으나 막상 사구 탐방을 마치고 출발지로 내려서니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음 날 코스로 잡은 고도(Old City) 탐방 때는 사진 한 장 못 찍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나중에 트리폴리 숙소로 돌아와 카메라를 분해해 보니 먼지 같은 모래들이 잔뜩 들어와 있더군요.
그 작은 틈새마저 가볍게 통과할 정도로 모래 입자가 미세했다는 게 여기서도 쉽게 입증이 됩니다.
마음 놓고 수리를 맡길 만한 곳 찾기가 아주 어려운 게 이 나라 실정이기에 작동이 부드럽지 않고 렌즈가 출입할 때마다 둔탁한 소리를 내긴 하지만 기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여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사구가 제 기대치를 훨씬 하회하긴 했지만 이런 사실이 어디 가서 그 유명한 사하라 사막 한 번 구경했다고 자랑할 마음마저 빼앗아 간 건 아닙니다. ^^
'해외 > 리비아의 풍경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비아의 풍경들 : 밋밋한 바닷가 풍경 사진 몇 점 (0) | 2009.04.28 |
---|---|
리비아의 풍경들 : 가다메스 (Ghadames)의 사구 (砂丘) -사하라 사막 (2) (0) | 2009.03.25 |
리비아의 풍경들 : Old Castle (0) | 2009.03.19 |
리비아의 풍경들 : 이런 저런 풍경 사진 몇 점 (0) | 2009.03.12 |
리비아의 풍경들 : 홈즈의 Leptis Magna 고대 로마 유적 (4) (0) | 2009.0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