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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튀니지의 풍경들

튀니지의 제르바 (Djerba)

by 심자한2 2010. 9. 28.

 

이곳에서의 추석 연휴는 9월 22일, 23일 이틀이었습니다.

22일에는 현장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고 23일, 24일 양일간 지사 직원 둘과 함께

튀니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4일 금요일은 회교국가의 주휴일이거든요.

 

지난번에는 비행기로 튀니지의 수도인 Tunis에 갔었기에 이번에는 육로를

이용하여 국경 인근에 있는 제르바(Jerba)라는 섬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1박2일 동안 우리를 안내할 사람으로 현지인 하나를 소개 받았습니다.

안내인의 소나타 승용차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수고료 포함하여 25만원을

선불로 요구하더군요.

 

날씨는 다소 을씨년스러웠습니다.

날씨가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날씨라는 변수는 여행객의 심사를 좌우할 만큼 큰 영향력은 없습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국경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오는 도중에 교통량이 별로 없기에 국경 통과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예상했습니다.

국경세관에 서 있는 대기 차량 행렬도 그다지 많지는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곳을 통과하는데 근 세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직원 중 한 명의 비자에 다소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돌아올 때는 우리 회사의 비자 담당 현지인이 직접 국경세관에까지 와서 수속을 밟아 주었기에

수월하게 국경을 통과했습니다.

세관만 통과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검문소가 나타나더군요.

검문소마다 여권 검사를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국경을 통과한 후 제르바까지 이어지는 길은 리비아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식생도, 거리 풍광도, 해변도, 사람들 모습도 다른 나라라는 느낌을 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사진 찍기를 등한시했더니 여기에 올릴 사진이 거의 없습니다.

 

한 시간 여를 달려 제르바에서 가장 큰 도시인 Houmet Souk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허기부터 해결한 후 시내를 잠깐 돌아 보았습니다.

제르바는 관광도시로 꽤 유명세를 얻고 있다고 하던데 거리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더군요.

도시는 이곳이 리비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리비아의 여느 도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자수 잎으로 엮은 듯한 모자와 바구니들을 노상 좌판에 진열해 놓은 것 정도를 특색

중 하나로 내세워야 할 정도로 평범한 도시였지요. 

  

 

우선 호텔부터 물색하기로 했습니다.

두 군데를 돌아 보았는데 한 군데는 하룻밤에 약 15만원 정도였고 다른 한 군데는 약 5만원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물론 후자를 택했지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대한 댓가는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방에 냉장고와 티브이가 없더군요.

아침식사는 포함되어 있긴 한데 메뉴가 아주 부실했습니다.

계란 요리 하나 없는 아침식사를 내놓는 호텔은 처음 보았습니다.

뭐, 튀니지에 먹기 위해서 간 건 아니니까 큰 불편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호텔 이름은 Jasmina인데 쟈스민은 한 그루도 심어져 있지 않더군요. 

물론 Jasmina가 쟈스민이란 뜻은 아닙니다.

  

 

잘 곳이 해결되자 이번에는 맥주를 찾아 나섰습니다.

튀니지에 와서 가장 먼저 하고자 했던 게 생맥주 마시기였거든요.

그래서 다시 Houmet Souk으로 나가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생맥주 팔 만한

곳을 찾아 보았으나 없더군요.

이전에 Tunis에 갔을 때는 음식점에서도 맥주를 팔았었는데 불행하게도

제르바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호텔에서는 술을 팔지만 시내에서는 주류만 판매하는 곳이 따로 있다고 하네요.

물어 물어 어느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주류판매처에서 캔맥주 좀 샀는데 차갑지

않아서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호텔에 냉장고가 없어 어름을 별도로 사야 만했습니다.

리비아에서는 일반 슈퍼에서도 봉지 어름을 파는데 이곳에서는 어름 파는 곳이

별도로 있더군요.

그거 찾는데도 시간 좀 들었습니다.

맥주를 어름에 채워 호텔 룸에 넣어 두고 관광 차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를 싣고 온 기사가 이틀씩이나 잠을 못 잤다면서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여 주변 관광을 하기로 했습니다.

튀니지 택시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모두 노란색입니다.

두어 시간 관광하는데 5만원 정도를 요구하더군요.

결국 4만원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시간 관계상 관광지는 두 군데만 둘러 봤습니다.

박물관 하나와 요새 하나를 보았는데 이 글을 작성하면서 인터넷에서

자료를 살펴 보니 그 외에 더 관광할 만한 곳은 한두 군데 정도이더군요.

그러니 이 두 군데 관광만으로도 충분히 생색은 낼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곳에 대한 사진은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바다에 대한 느낌도 리비아와 대동소이했습니다.

제르바도 여느 리비아 도시처럼 지표의 고저차가 그다지 크지 않기에 제대로 된

바다 사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요새 관광 시 성곽 위에서 내려다 본 바다입니다.

요새 바로 옆이 포구인가 봅니다.

듬성듬성 떠 있는 어선들이 정겹습니다.

햇살을 희롱하며 일렁이는 잔 파도는 언제 봐도 좋습니다.

 

 

  

 

호텔로 돌아와 사다 놓은 맥주 대신에 야외 수영장 옆에 있는 바에서 생맥주를 마시다가

취기가 웬만큼 돌고 땅거미가 질 즈음 호텔과 인접해 있는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해변에는 우리 이외에 아무도 없었지만 썰렁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우리는 지금 여행중이라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은 그만큼 넉넉해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편에 있는 한 도시의 휘황한 불빛이 제르바의 밤에 가는 길을 냅니다.

칠흑 속에 묻힌 우리들 마음에도 호롱불 하나 켜집니다.

그 호롱불이 파도소리에 흔들릴 때마다 행복감 한 줌씩이 켜켜이 쌓입니다.

 

 

사진은 뭐 이 정도밖에 찍지 못 했습니다.

뇌리에 저장된 사진도 별로 없습니다.

이는 제르바의 환경이 대체로 리비아와 유사했다는 데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고, 오늘은 글이 영 안 써지네요. 그냥 여기서 싹뚝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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