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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튀니지의 풍경들

튀니지 단기 여행

by 심자한2 2012. 5. 16.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 1박 2일 단기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말이 여행이지 사실은 이날로 만료되는 비자를 갱신하기 위해 간 겁니다.

비자 갱신을 위해서는 리비아 이민국에서 먼저 비자 케이블을 발송해주어야 합니다.

이전에는 이 비자 케이블을 각자의 소속 국가로만 보냈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로도

보낼 수 있나 봅니다.

그래서 리비아에서 가까운 튀니지에서 비자를 갱신하기로 한 겁니다.

리비아는 제도가 사전 예고 없이 수시로 바뀌는 나라라 이런 제도가 또 언제 원상복귀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5월 13일 1시 45분 튀니지 항공이 출발편이었습니다.

트리폴리 공항에는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나갔지요.

그런데 공항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더군요.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관제탑이 파업 중이랍니다.

며칠 전 외신에서 이 소식을 접했었는데 그게 아직도 진행 중이었던 겁니다.

결국 Boarding Pass를 받은 시각은 비행기 출발 예정시간이 훨씬 지나서였지요.

원래 편명은 TU418이었는데 아무런 안내도 없이 공항에서는 우리가 탈 비행기를

TU414로 바꿔버렸습니다.

좌석 지정도 없이 편명하고 출발일자만 달랑 찍힌 Boarding Pass를 손에 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보딩은 끝났지만 Check-in이 되지 않아 구내 대합실에서의 대기는 계속되었습니다.

출발편 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에는 TU414가 올라와 있지도 않았습니다.

수시로 전광판을 점검하다 보니 4시경에야 우리의 비행기편명이 전광에 뜨더군요.

그런데 출발시각이 8시 반이었습니다.

이런, 앞으로도 자앙 4시간 여를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되겠네요.

망연자실하다가 그러려니 하면서 포기도 하다가 하면서 흡연실만 줄창 드나들었지요.

 

다행히도 전광판 안내와는 달리 5시 반경 Check-in을 시작하더군요.

비행기는 예정시각보다 거의 4시간 20분이나 늦게 활주로를 이륙했습니다.

그간의 기다림이 얼마나 지루했던지 비행기 우익이 점점 리비아의 지중해 쪽 북단 경계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안도가 되더군요.

 

트리폴리와 튀니스 간 비행시간은 50분입니다.

짧아서 좋습니다.

간단한 기내식 한 번 먹고 나니 벌써 착륙할 시간이 되더군요.

리비아를 벗어난 기념으로 튀니지 맥주 Celtia 하나 시켜 마셨더니 비록 지극히 짧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행이란 걸 하고는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펼쳐진 비행기 보조날개 밑으로 지중해에 면한 튀니지의 한 도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있는 카르타지 공항에 내리자마자 곧 바로 택시를 타고 시내로

이동했습니다.

카르타지 공항에서는 택시들의 호객행위가 극심하더군요.

기사의 요구대로 시내까지 이동하는데 30 튀니지 디나를 지불했는데 나중에 다른 택시로

비슷한 거리를 가다 보니 메타기 요금이 10 튀니지 디나 정도밖에 되질 않았지요.

바가지 요금의 정도가 아주 심합니다.

 

튀니스에서 유명한 Avenue Habib Bourguiba 거리에 있는 한 싸구려 호텔을 잡아

여장을 풀었습니다.

이 거리는 초대 튀니지공화국 대통령이자 튀니지 독립 지도자의 이름을 따서 작명되었습니다.

같은 거리명은 튀니지의 다른 도시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합니다.

호텔 앞 인도는 꽤 넓었는데 거의 대부분을 노천카페 시설이 점유하고 있더군요.

이런 특징 때문에 이 거리는 일명 파리의 샹젤리제에 비유되곤 한답니다.

밤 풍경이 이 노천카페로 인해 그런대로 보기 좋긴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이곳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요. ㅠㅠ

 

호텔 인근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술 좋아하는 내가 맥주 여러 잔 곁들인 건 물론이었지요.

결국 이 정도가 금번 튀니지 관광 아닌 관광의 전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식사 후 노천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는 곧 바로 침대로 직행했습니다.

호텔 룸이라고 해봐야 시설이 아주 빈약했습니다.

작은 구닥다리 티브이와 냉장고 한 대씩 있었고 오래된 싱글 침대 하나 달랑 있더군요.

이런 방 하나가 60 튀니지 디나입니다.

최근 외환은행 비고시환율이 1 튀니지 디나가 약 730월이니 우리 돈으로 따지면 대략

44,000원 정도네요.

하룻밤 숙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좋은 시설보다는 누적된 피로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이

얼마 못 자고 깬 것 같은데 아침 5시경이더군요.

6시간 정도 잤으니 뭐 이 정도면 숙면이라고 봐도 될 듯싶습니다.

 

아침의 Avenue Habib Bourguiba 거리는 간밤에 내린 가는비로 살짝 젖어 있었습니다.

하늘은 우중충했지만 지나는 행인들의 발걸음에서는 활기가 느껴지더군요.

드디어 그들도 나도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기 위해 하루의 초입에 발을 디뎠습니다.

 

아침 9시 전에 리비아 대사관에 도착했습니다.

튀니지는 소위 쟈스민 혁명의 시발지였지요.

리비아 대사관의 굳게 닫힌 철창이 그 여파가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더군요.

우리의 대화는 이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습니다.

여권과 함께 비자케이블 발송 증빙서류를 철창 사이로 내밀었더니 이것을 가지고 들어간 대사관

직원이 얼마 후에 나오더니 칼라 사진 두 장이 필요하며 비자 발급 수수료는 일인당 283 튀니지

디나라는 말과 함께 비자 신청 양식을 건네주더군요.

예상치 못했던 주문사항이었지요.

비자 발급 수수료도 생각보다 비쌌구요.

우선 인근 은행으로 가서 환전부터 했습니다.

그런 다음 되지도 않는 아랍어, 영어, 불어를 섞어 가며 길을 물어 간신히 사진관을 찾아냈습니다.

즉석 칼라 사진을 찍은 후 작성해놓은 양식과 수수료를 내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다행히 당일로

새로운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이 우리 손에 건네졌습니다.

 

 

이때 시각은 대략 11시 반 정도였습니다.

원래는 비자를 발급 받은 후 잠깐이나마 명승지 한두 군데를 골라 관광을 하고자 했으나

공항에 3시까지 도착하려면 너무 빡빡한 일정이 될 것 같아 관광은 포기하기로 했지요.

별 수 없이 대사관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공항으로 직행했습니다.

 

우리의 비행기는 5시 25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욘석도 Delay가 되더군요.

튀니스 카르타지 공항 사정이 아니라 아마도 트리폴리 공항 사정 때문에 그런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6시가 넘어서야 탑승수속이 시작되더군요.

그 동안 대기실에서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가 출발준비를 하는 광경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흡연실이 별도로 없이 대기실 밖 카페 주변에 놓여진 테이블에서 담배를 필 수 있다는

사실이 지루한 마음에 작으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또 다시 50분 정도의 비행 후에 리비아에 내렸습니다.

익숙한 트리폴리 공항 밤풍경보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총소리가 먼저 환영인사를

보내더군요.

리비아 생활은 이렇게 다시 이어졌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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