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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비아 소식

선거 당일 거리 표정과 선거 잉크

by 심자한2 2012. 7. 8.

 

오늘은 리비아의 총선이 있는 날입니다.

오전 중에 인터넷 뉴스를 보니 리비아 최고국가선거위원회 (High Natioanl Election Commission)

위원장이 선거가 시작된 지 5시간여가 지난 시점에 리비아 전역에 있는 총 1,554개 투표소 중

1,453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 중이라고 하더군요.

잔여 101개소는 안전 문제로 투표용품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들 101개 투표소 대부분은 연방주의자들이 선거 진행 방해를 획책하고 있는 리비아 동부 지역

에 있는 것들입니다.

선관위는 이들 지역에서 조속히 투표가 개시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으며 투표시간도 자정까지

연기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합니다. 

그외 지역에서는 대체로 투표가 순항 중에 있다고 하네요.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소가 열리기 한 시간 이상 전부터 유권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투표소에서도 투표 열기가 대단하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입니다.

일부 외신은 투표광경이 마치 결혼식 같다는 표제를 걸기도 했더군요.

근 반세기만의 투표에 감읍하여 몇몇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넣기 전에 투표함에

절을 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합니다.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니 거리 표정이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그 표정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오후 3시경 차를 몰고 동네 인근으로 한 번 나가봤습니다.

우선 통행 차량이 별로 없어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내친 김에 시내로 나가보니 가끔씩 크고 작은 리비아 삼색 국기를 장착한 차량들이 몇몇 모여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일부 차량에서는 젊은이들이 차창 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채 연신 손을 흔들어 대던데 아마도

이번 선거를 자축하는 일종의 개인 세리모니가 아닌가 싶더군요.

 

Source : http://www.alternet.org/rss/breaking_news/954554/libya's_landmark__vote_postponed_to_july_7/

 

그런데 도로 주요 지점마다 검문검색은 심하더군요.

대부분 검문인들은 Camouflage 복장이었는데 군인인지, 선관위 직원인지, 자원 민병대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검문소에는 이제는 익숙해진 기관단총이 탑재된 차량이 빠짐없이 배치되어 있었구요.

한 방 찰칵 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때가 때인지라 괜스레 그러다 험한 꼴이나 당하지 않을까

싶어 꾹 참았습니다.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트리폴리 중심부로 갈수록 경비는 더 삼엄해졌습니다.

이전에 Green Square였다가 지금은 Martyr's Square로 바뀐 곳까지 가보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어차피 디카 내밀기는 좀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삼엄한 검문검색은 물론 선거 방해 세력의 잠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많은 수의 차량이 수색을 당하는 모습이 눈에 띄였으나 외국인 번호판을 단 내 차를 세우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로 학교에 세워진 투표소 곁을 지나면서 보니 선관위 직원들인 듯한 사람들이 정문 앞에서 삼삼

오오 모여 이마에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는 광경이 보이더군요.

차내 외기온도 계기판을 보니 35란 숫자가 눈에 들더군요.

그저께는 43도까지 올랐었는데 그에 비하면 오늘은 양반이겠지만 에어컨 없는 외부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저들에게는 절대 만만한 수치는 아닐 겁니다.

한 곳에서는 이들이 은박지 도시락을 학교 안으로 나르고 있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아마도 밀려드는 유권자들로 인해 점심시간을 따로 설정해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느 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동안 앞 유리창을 통해 헬기 한 대가 시선에 듭니다.

그런데 항로가 직전이 아니더군요.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운항합니다.

내 차 뒤로 사라진 헬기는 사거리 직진 신호가 나타나기도 전에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더니

우리나라 운전면허 시험장의 S자 코스를 연습이라도 하듯이 곡예비행을 합니다.

이런 모습으로 볼 때 이 헬기는 도로상의 검문소와 마찬가지로 안전선거를 위해 특별히 동원된

것으로 이 지점을 초계비행 중일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취중비행 같은 모션은 물론 리비아인들 특유의 장난기 발동에 의한 것일 테구요.

그만큼 리비아에서 금번 총선은 중요한 만큼 지역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는 걸 이 헬기가 증명하고 있는 겁니다.

 

상점들은 일부 영업을 하고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상점 주인도 투표를 해야 하지만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시내 중심부에 있는 쑤꾸딸라따의 대형 마트 같은 곳은 아마도 선거방해세력들의 집회를

우려해서인지 휴무였습니다.

 

한 시간 가량 거리를 돌아본 후의 느낌은 금번 선거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순항할 것이라는 낙관

이었지요.

물론 동부 지역에 있는 연방주의자들의 저항이 가장 거셌는데 그곳까지  가본 후의 느낌이 아니라서

그곳의 분위기는 어떤지 모른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이 총선의 위치는 겨우 리비아가 향후 나아가야 할 노정의 초입니다.

앞으로 리비아가 풀어내야 할 숙제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한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테니 이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일부 외신은 이 숙제의 양을 설명하기 위해 산더미 같다(a mountain of)"는 표현을 동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이 표현은 과장된 수사가 아닌 듯합니다.

 

모쪼록 리비아가 이 총선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움으로써 전 국민의 염원이 충족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인터넷에서 리비아 선거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평소 궁금해했던 선거용 잉크에 대한

사진이 하나 올라와 있더군요.

아래 사진이 바로 그건데 AFP에서 오늘 실시된 리비아 선거 투표소 중 하나에서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리비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선거를 마치고 나면 그렇다는 표시로 검지에 특수잉크를 묻힌다 합니다.

물론 이중투표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지요.

주로 신분증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거나 신분제도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라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설명하겠지만 리비아의 신분증 제도는 꽤나 복잡한 편입니다.

여하튼 이 잉크에는 Silver Nitrate란 특수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에 피부에서는 72~96시간, 손톱에서는

2~4주 동안 잉크가 잔존한다 합니다.

피부에 별다른 해는 없다 하네요.

 

Source : http://www.theaustralian.com.au/news/world/polls-open-in-libyan-election/story-e6frg6so-1226419818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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