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리비아 서부 산악지대, 즉 Nefusa Mountain에 있는
자두(Jadu)란 지역에서 베르베르인 축제가 있었는데 마침 어제 11.9일이 금요일,
휴일인지라 구경 차 이곳을 방문하였습니다.
자두 시내 진입로 입구 광장에는 분수대가 하나 있었고 그 주변에 베르베르인
국기를 에둘러 게양해두었더군요.
간간이 행사안내입간판이 눈에 띌 뿐 그다지 요란스럽게 행사의 존재를 알리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국기 중 위에 있는 것은 새로운 리비아의 국기이고 아래에 있는
것이 베르베르인 국기입니다.
사실 베르베르인들은 아직 국가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니 국기는 아니고 그냥 베르베르인
표시기 정도라고 해야 맞겠네요.
청색, 녹색, 황색의 줄이 있고 그 위에 베르베르인의 문자 중 하나를 중첩시켜 놓았습니다.
이 문자는 "자유인"을 형상화한 것이라 합니다.
한 현지인에게 물으니 이 문자는 영어로 "Z"에 해당하는 음가를 갖고 있다네요.
베르베르인들이 쓰는 언어는 아랍어와는 다릅니다.
이들의 언어를 Tamazight라고 하고 이들의 문자는 Tifinagh 이라는 알파벳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CNN)
오전 10시 반 경 자두에 도착하였으나 이날의 축제 준비가 아직 덜 되었다고 하여
우선 인근에 있는 계곡과 구도시(Telmisa)를 구경한 후 행사장으로 이동하였지요.
행사장에는 베르베르인 원로쯤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모여 있었고 관광객들이 상당 수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그외 특별한 전시물이나 공연도 없더군요.
한쪽 커다란 공간에 무대가 설치되고 관중을 위한 의자가 많이 마련되어 있었긴
하나 공연은 한참 후에나 시작되려는지 무대에도 관람석에도 사람은 거의 없었지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가도 아무런 행사가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중요 인사가 방문하여 건물 내에 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현지언론에 난 기사를 보니 이날 이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국민회의 의장,
몇몇 정부 요인, 미국, 영국, 이태리, 터키 대사 등이 자두를 방문하였다 하네요.
그래서인지 하늘에는 군용헬기가 한 대 선회하고 있었고 행사장 주변에는 아래와 같이
대공화기를 장착한 군용 짚차가 여러 대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평화로워야 할 행사지만 이런 풍경이 연출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리비아의 정정은 아직
불안합니다.
좀 더 기다렸다 공연이라도 좀 보고 오고 싶었으나 일행이 그만 돌아가기를 원해서
이쯤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베르베르인은 자신들을 자국어로 Amazigh이라 부르는데 이는 자유인이란 뜻입니다.
이를 베르베르어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ⵉⵎⴰⵣⵉⵖⴻⵏ
베르베르어는 문자라기보다는 마치 무슨 기호인 것처럼 보이는군요.
7세기에 아랍족이 북아프리카를 점령하기 훨씬 이전부터 베르베르인들은 이곳에 살고
있었지요.
현재 리비아에는 전체 인구의 약 10%가 베르베르인입니다.
북아프리카에만 약 2천만 명의 베르베르인들이 살고 있다 하네요.
카다피가 쿠데타로 이드리스 국왕을 퇴출시키고 집권한 이후에는 하나의 통일 아랍국가
건설이란 기치 아래 베르베르인들을 소외시키고 탄압하였습니다.
모든 리비아인들의 이름은 아랍어로 지어야 한다는 법령까지 제정하여 철저히 시행
하였습니다.
베르베르인들은 일상생활에서 Tamazight를 쓸 수 없었고 Tamazight으로 된 책을 출판할
수도 없었으며 베르베르인 표시기를 게양할 수도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Tamazight을 가르칠 수 없었고 대학에서 베르베르인이나 그 문화에 대한 연구가
금지되어 있었으며 Tamazight으로 된 TV나 라디오 방송국을 개설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작년 2월 리비아에서 혁명이 발발했을 때 베르베르인들이 반 카다피 진영에 서게
된 건 당연지사였습니다.
전쟁에서 반군이 승리함으로써 베르베르인들은 속박에서 벗어나 Tamazight 표현의 자유를
한껏 구가할 수 있게 되었지요.
비로소 고유의 문화를 중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상황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반 카다피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 중 임시정부가 임명한 장관 중에
베르베르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자유 리비아를 위해 싸운 댓가는 토사구팽뿐이라는 자괴감으로 베르베르인들은 향후의
입지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선 이들은 향후 새로이 제정될 헌법에서 모로코에서처럼 그들의 언어가 아랍어와 함께
리비아의 공용어가 되어 학교에서 가르쳐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구 3,200만의 반수 이상이 베르베르어를 쓰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모로코에서는
2011년 베르베르어가 공용어로 채택되었습니다.
향후 새로 만들어질 헌법에서 이 베르베르인들이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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