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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너도바람꽃

by 심자한2 2008. 3. 13.

 

너도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산을 찾는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기분좋은 일입니다.

오늘은 날씨마저 전형적인 봄날임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화창하기 이를데없어 분위기 상승에 크게 기여를 합니다.

 

얼마 전에 이 산에 왔을 때 등산로를 걷고 있는데 저 아래 계곡 쪽에서 여자 두 분이 쭈그리고 앉아 커다란 카메라로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는 걸 목격했습니다.

당연히 앉은부채를 찍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혹시나 해서 그 자리로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곳에는 앉은부채가 아니라 너도바람꽃이 오붓하게 모여서 피어 있더군요.

너도바람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이라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키도 그다지 크지 않은 것들이 고개를 처들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더군요.

훼손된 꽃들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며칠 전의 그 출사객들은 아마도 식물애호가들임을 짐작케 해줍니다. 

다행히도 이쪽 코스를 이용하여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지명도가 낮은 코스인 이유는 아마도 들머리까지의 교통편이 불편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쪽 코스는 소위 야생화를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답습 코스인가 봅니다.

오늘도 혼자서 혹은 군데군데 모여서 너도바람꽃에 열심히 렌즈의 촛점을 맞추며 작품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여럿 만납니다.

 

너도 4형제가 겨우내 은신처로 활용했던 땅을 뚫고 동시에 고래를 내밀었습니다.

주변 낙엽을 들춰보니 이 4형제를 뒤따라 세상구경을 준비중인 너도가 꽤나 많았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너도바람꽃이 온 산을 점령하는데 일주일 정도면 족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녀석은 뭐가 그리 급한지 낙엽을 뚫고 올라왔군요.

땅에서 일단 줄기가 올라오고 그 끝에 하얀색 꽃이 한 송이씩 달립니다. 

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인데 너도바람꽃은 아네모네속이 아니면서도 꽃이 바람꽃과 비슷하여 너도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자루 밑에 있는 잎처럼 생긴 것은 잎이 아니고 총포입니다.

총포엽은 하나처럼 보이나 3개라 합니다.

줄기에 동그랗게 난 게 하나의 총포이고 그런 총포 3개가 위아래로 겹쳐서 나 있는 모양이네요.

 

꽃잎처럼 보이는 것도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입니다.

꽃받침은 5~6개입니다.

그 안에 노란색 꿀샘을 달고 있는 막대기 모양의 것이 꽃잎이라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꽃잎 형태가 아니라서 특이합니다. 

물론 가운데 모여 있는 것들은 수술과 암술입니다.

너도바람꽃은 모양은 일반적인 꽃처럼 생겼으나 잎 같은 총포, 꽃잎 같은 꽃받침, 꽃잎 같지 않은 꽃잎을 가진 이색적인 꽃입니다.

 

꽃잎은 끝이 두 개로 갈라지고 그 각각에 노란 꿀샘이 있습니다.

수술의 꽃밥은 분홍색(연한 자주색)이네요. 

암술은 2~3개라는데 확실히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꽃이 질 때쯤 돋는 뿌리잎은 3개로 깊게 갈라지고 각각의 열편은 다시 2개로 깊게 갈라지며 이 2차 열편은 다시 또 깃꼴로 갈라집니다.

이것이 자료에 있는 뿌리잎에 대한 설명인데 처음에는 이 설명이 사진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 혹시 다른 바람꽃 종류가 아닌가 하여 자료를 뒤지느라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자세히 보니 자료의 설명과 일치하더군요.

 

찍을 때는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꽃받침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한 것들이 적지 않은 걸 보니 벌써 시들어가는 추세에 있는 개체들도 꽤 있나 봅니다.

이곳에서 사진 열심히 찍고 혹시 또 다른 봄꽃이 있지 않나 싶어 평소에 다니던 등산로를 버리고 계곡을 따라 올라 가는데 오른편 등산로로 여자 한 분이 내려옵니다.

역시 목에는 묵직한 카메라를 걸고 있는 형색으로 보아 야생화 출사객이 분명하여 "위쪽에 가면 뭐 좀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아까 밑에서 찍은 그 너도바람꽃이 전부라고 합니다.

입구에서 그냥 내려가기도 좀 그렇고 해서 등산 삼아 계곡을 타고 오르는데 이번에는 남녀 한 쌍이 내 곁을 빠르게 스쳐가면서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립니다.

얼마 후에 숲속을 뒤지고 있는 그분들을 만나 뭘 찾느냐고 물으니 "너도바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아까 사진 찍었던 곳을 알려줬는데 여자분이 나도 사진 찍으러 왔냐고 묻습니다.

묻는 건 좋은데 물으면서 내 전신을 한 번 쭉 �더군요.

아무리 봐도 내게서 카메라가 보이지 않으니 이상했나 봅니다. ㅠㅠ

내 디카는 바지 오른쪽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데....

야생화는 뭐 수동카메라로만 찍나 뭐, 췌.

요즘은 산에 가면 디카보다 수동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3시간 등산 후 내려오면서 보니 이 남녀가 이때까지도 너도바람꽃과 씨름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 사람들이 그 이외에도 몇 팀 더 있었습니다.

모두들 작품사진을 찍기라도 하는 건지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사진 작업에 여념이 없습니다.

정말 대단한 정성들입니다.

이제는 야생화 출사가 더 이상 취미의 틈새시장이 아닌 듯합니다.

 

찍어온 사진들이 괜스레 아까운 생각이 들어 아래에 나머지 사진들, 작품사진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참고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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