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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명성산 (08.07.04)

by 심자한2 2008. 7. 8.

 

후삼국시대에 태봉국을 세운 궁예가 문란한 정치를 일삼아 민심이 이반되자 부하인 왕건이 정변을 일으켜 궁예를 축출했다.

궁예는 이 산을 은거지로 삼아 재기를 도모하다가 마침내 왕건과 최후의 일전을 벌였으나 크게 패하고 만다.

명성산(鳴聲山)은 비탄에 젖은 궁예가 이곳에서 온 산이 떠나가도록 울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간의 긴 세월이 궁예의 원혼에게 자신을 돌아볼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주었는지 지금 이 산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이 명성산에 발걸음을 했다.

이번에는 좀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마침내 숲 그늘 밑에서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는 난 종류 몇 가지와 대면하는 행운을 안았다.

팔각정을 지나 삼각봉을 향해 능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어진다.

최근 일기예보에 대한 내 불신에 확신이라도 심어주려는 의도인지 하늘에 낮게 드리운 먹구름의 퍼포먼스는 단시간 내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 중반을 지나서는 이렇다 할 야생 초목이 눈에 띄지 않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삼각봉 1.2km 지점에서 발길을 돌렸다.

 

가장 먼저 만난 난초 종류다.

아직은 난초에 익숙한 단계가 아니라 별 수 없이 또 장고에 들어갔다.

 

가운데 초록색 끝을 가진 것을 예주라 한다.

예주는 우리말로 꽃술대라고 하는데 암술과 수술이 합해져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난초과 식물의 특징적 현상이다.

초록색 부분이 꽃밥이다.

즉, 이 식물은 꽃밥이 초록색인 것이다.

이 점에서 꽃밥이 노란색인 나리난초는 일단 제외된다.

꽃밥 밑에 다소 불룩한 부분이 날개인데 나나벌이난초는 예주에 날개가 거의 없다 하므로 역시 제외된다.

 

사진에 보이는 부분을 순판이라 하는데 한라옥잠난초는 이 순판 중앙부에 짙은 자주색 줄 무늬가 있다.

참나리난초는 이 순판이 녹색이다. 

옥잠난초는 순판이 중앙 윗부분에서 뒤로 젖혀지는데 사진에서는 젖혀지는 부분이 아랫쪽이다.

결국 남는 건 키다리난초뿐이다.

키다리난초는 꽃이 연한 녹색이거나 자줏빛이 돌고 화경은 녹색이며 순판은 약간 젖혀지고 끝 부분만 뾰족하다는 설명내용이 대체로 사진과 일치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키다리난초로 동정키로 한다.

 

이것은 근처에서 찍은 건데 이 사진에서처럼 꽃과 화경이 모두 녹색이고 순판이 뒤로 말리듯이 젖혀지는 건 옥잠난초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전에는 옥잠난초와 키다리난초를 구분하기 위해 굳이 꽃받침잎의 길이를 재어보았다.

자료에는 꽃받침잎 길이가 5.5mm ~ 6.5mm이면 옥잠난초이고 9mm 정도이면 키다리난초라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아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위에 언급된 방식으로 둘을 구분하기로 하였다.

 

애석하게도 꽃이 다 시든 난초 종류 하나를 발견했다. 

꽃은 시들었지만 각각의 꽃에 포가 하나씩 붙어 있는 것이 관찰된다.

 

잎이 난 모양이 이제까지 보아왔던 옥잠난초류와 달랐다.

옥잠난초류는 커다란 잎 두 개가 줄기 밑부분에서 마주난다.

그런데 사진 속 녀석은 마주난 커다란 잎 두 개 위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잎들이 어긋나며 위로 갈수록 잎이 점차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녀석은 제비난초이다.

 

이 병아리난초는 미끄러운 바위 위를 간신히 기어올라가 정말 어렵게 찍었다.

 

잎은 밑부분에 한 개만 나는 것이 특징이다.

 

꽃이 병아리를 닮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이름이 붙은 건지 모르겠다.

식물체는 8 ~ 20cm로 비교적 작은 편인데 그런 이유에서 그렇게 작명한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잎이 유난히 가늘고 길어 보여 찍어봤는데 가는기린초라는 것이었다.

가는기린초는 일명 가는잎기린초라고도 하며 잎이 도피침형이거나 간혹 좁고 긴 타원형으로 전국 산지에 자생한다.

 

줄기 아랫쪽 잎은 윗쪽 잎보다 더 가늘었다.

 

잎이 유난히 가늘어 보이기에 혹시 중나리인가 했는데 잎 양면과 줄기에 잔털이 많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털중나리였다.

중나리 잎은 선형이고 털중나리 잎은 피침형이라는데 이 잎의 형태로 둘을 구분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이 둘의 구분은 줄기에 털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짚신나물도 드디어 개화에 시동을 걸었다.

 

짚신나물의 잎은 깃꼴겹잎인데 큰 것과 작은 것이 섞여 있어 쉽게 눈에 띈다.

탁엽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짚신나물과 산짚신나물로 구분이 된다 하니 산에서 짚신나물을 만날 때마다 눈여겨 봐야겠다.

 

좁쌀풀의 잎은 대생하거나 3~4개가 윤생한다고 하는데 6개까지 윤생하는 것도 보였다.

 

노루발이 아직까지 피어 있다.

콩팥노루발과 매화노루발은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것인지 한 번도 눈에 띄질 않는다.

 

꽃창포를 야생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애기쉽싸리가 하나씩 하나씩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있다.

 

애기쉽싸리의 줄기 윗부분의 잎은 좁은 피침형 또는 넓은 선형이다.

 

줄기는 마디에만 흰색 털이 있다.

 

바위채송화는 본격적인 개화기 탐색작업에 여념이 없다.

 

웬 뱀들이 이리도 많은지, 올해만 해도 벌써 열 마리도 더 보았다.

이제까지 본 것들은 모두 어두운 색 계통이었는데 오늘 이 산에서 본 것 두 마리는 모두 갈색이다.

손님 접대 안한다고 삐지지 않을 테니 제발 격식 좀 생략해 주길...

 

속리기린초로 보이는 것과 만났다.

잎은 밑으로 갈수록 작아지면서 주걱형으로 되었고 끝 부분에만 톱니가 있었다.

더 밑부분에서는 인편엽으로 되고 줄기 밑부분이 목질화하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 사진 찍으면서 이젠 난 집에 가서 죽었다 싶었는데 가는장대라는 이름을 의외로 쉽게 찾아냈다.

꽃 밑에 있는 것들이 모두 열매인데 열매는 옆으로 비스듬히 벋는 열매자루에 위를 향해 달린다.

 

꽃은 분홍색이었는데 날이 흐려서인지 사진은 보라색 정도로 나왔다.

자료에는 꽃 색을 홍자색이라 표현하고 있다.

 

잎은 피침형으로 가장자리에 몇 개의 얕은 톱니가 있다.

야생에서 본 잎은 위를 향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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