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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비아의 풍경들

리비아의 풍경들 : 야생 낙타

by 심자한2 2009. 6. 14.

 

끝이 없는 평원을 드라이브 합니다.

고만고만한 이름 모를 잡풀들만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고 내가 찾는 진기한 열대 식물은 도통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스라한 지평선 저 너머에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있는지 간간히 몇몇 차들이 소요하듯 서행하는 내 차 곁을 지나치면서 흙먼지를 잔뜩 일으킵니다.

차를 세우고 잠시 내려서 평원을 살펴 보았지만 실망스럽게도 역시 특별한 식생들이 없습니다.

차 한 대가 옆에 서더니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아무 일 없다는 답과 함께 담배 한 대를 구걸했더니 넉넉한 웃음을 만면에 띄면서 말보로 갑을 내밉니다.

친절하게도 불까지 붙여주더군요.

예전에도 몇 번 유사한 경험을 해본 바가 있지만 이 나라 사람들 도무지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 없긴 해도 궁지에 처한 사람한테는 어느 정도 호의를 배풀 아량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욱한 흙먼지 속에 저만큼 멀어지는 그 차를 바라보고 있자니 웬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그 사람도 나처럼 흐뭇해 했겠지요?

이런 걸 알면서도 평소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마치 재산의 누수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 나누기에 난 너무 인색한 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다시 차를 몰고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앞쪽에 뭔가가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가까이 가 보니 낙타 무리더군요.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데 하나 없는 곳에서 낙타는 그렇게 잔뜩 몸을 웅크림으로써 태양열을 받는 체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듭니다.

주변에 사람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사육하고 있는 것들은 아니고 야생의 낙타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녀석들이 낙타는 사막에서나 산다는 내 선입견이 틀렸음을 알려줍니다.

낙타도 털갈이를 하는지 덜 떨어진 털이 붙어 있는 모습이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내가 차를 세우고 디카를 들이대자 몇몇 낙타가 일어나서 자리를 뜹니다.

졸지에 녀석들의 편안한 휴식을 내가 방해한 꼴이 되었습니다.

 

얘들아, 너무 섭섭해 하지 마라.

너희들 잠깐 귀찮음으로써 한국에 있는 많은 이들의 눈이 호사를 누린단다.

그러니 내 쪽으로 화장실만 돌리지 말고 그 잘 생긴 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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