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를 찾아보니 아래 사진을 찍은 날이 2010.11.16일이었네요.
사진 상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입니다.
리비아 서부에서는 홈즈와 사브라타의 고대 유적지가 유명합니다.
리비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몇 번씩은 들르는 곳이지요.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식상해져서 또 다른 유적지가 없나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트리폴리에서꽤 떨어진 곳에 하나가 더 있더군요.
바위사막 한가운데 있어 길도 험하고 트리폴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다 보니
그리 유명세를 탈 기회를 갖지 못한 유적지라는 게 인터넷 방문기를 읽어본 후의
소감이었습니다.
호기심이 동해서 어느날 언제나 그렇듯이 느닷없이 길을 떠났습니다.
물론 다소 무모하긴 했지만 혼자였습니다.
몇몇 현지인들에게 전해 들은 길을 더듬어 몇 시간을 가다 보니 아래 사진 속 마을이
나타나더군요.
목표로 했던 유적지는 지금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이곳에서 몇 시간을 더 가야
합니다.
낯선 곳을 가다보니 좀 불안하기도 한데다 이 마을 끝에서 갈라진 길들이 많은데
어느 쪽이 그 유적지로 향하는 길인지 모르고 시간도 늦어 이쯤에서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이곳이 바로 요즘 그 유명한 카디피 추종자들의 본거지인
바니왈리드라고 하더군요.
당시에는 이 마을의 성향에 대해서 전혀 모르던 상태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위험한 여행을 한 셈이었습니다.
약 일 주일쯤 전에 미주라타의 한 TV 기자 둘이 총선 취재 차 바니왈리드를 방문
했다가 바니왈리드 군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명분은 이들이 미주라타 군이 바니왈리드를 침공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바니
왈리드의 지형지물에 대한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소위 간첩 혐의였습니다.
이 두 지역은 예전부터 영토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터라 바니왈리드 측의 설명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해 혁명 전쟁 중 카다피 편을 들었던 바니왈리드 군 수백 명이 체포돼
현재 미주라타에 투옥 중인데 이들을 석방시키기 위한 재물로 상기 두 기자를
납치했다는 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바니왈리드는 지금도 카다피 추종자들이 은신하며 와신상담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주라타는 이 사건에 격분하여 바니왈리드를 치기 위해 탱크 수백 대와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을 바니왈리드 인근에 배치시켜 놓고 지난 12일 자정까지 두 기자를
석방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시한까지 바니왈리드에서는 두 기자를 석방하지 않았습니다.
두 지역 간에 구원이 있었기에 일촉즐발의 상황에서 양자 간 전쟁이 불가피하다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양측으로부터 아무런 군사적 행동이 없었습니다.
그 동안 리비아 각지에서 온 대표단들이 이들 사이를 중재하려 노력하였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바니왈리드에서는 최초 두 기자와 미주라타에 수감 중인 바니왈리드 인들
120명을 교환하자는 조건을 내세운바 있습니다.
결국 우리 회사 현장이 위치한 젠탄 지역 인근의 자두 지역 사람들이 협상에
성공을 하여 두 기자는 7.15일 석방되었다 합니다.
이들은 어제 헬기 편으로 자두에서 미주라타로 이송되어 그리던 가족 품에
안겼습니다.
미주라타에서는 그 댓가로 숫자 미상의 바니왈리드 인들을 풀어주었다 하네요.
그러나 상기 두 기자 사건 이후에 세 명의 미주라타 인이 추가로 납치되었는데
자두 대표단이 이들마저 석방시키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합니다.
바니왈리드 기준으로 볼 때 자두는 미주라타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두 대표단이 미주라타와 바니왈리드 간의 문제 해결에
일조를 했네요.
한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니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긴 하더군요.
그런 사연을 접한 게 이번이 처음인지라 사실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합니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정부군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다피 시절에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군 조직을 키우지 않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쟁이 종료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각 지역의 민병대들이
득세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무장 해제와 조직 해체가 향후 리비아 정국의 핵심과제입니다만 그
해결책은 난제 중의 난제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지난한 과제이긴 하나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라는 걸 상기
사건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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