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는 정향나무 종류도 하나 자라고 있었는데 이것을 동정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롭다.
일단은 꽃이 흰색이어서 개회나무나 수개회나무 흰정향나무가 물망에 올랐다.
그런데 개회나무나 수개회나무는 자료에 꽃의 통부가 꽃 위쪽에 갈라진 열편보다 길이가 짧다고 되어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통부가 열편보다 기니 이 둘은 당연히 탈락되고 나니 당연히 흰정향나무만 남는다.
그런데 문제는 흰정향나무에 대한 설명 중에 통부와 열편의 길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른 도감을 보니 정향나무의 경우 통부가 열편보다 짧다고 되어 있다.
이런, 그렇다면 사진 속 나무는 흰정향나무가 아니란 말인가.
에효, 여기서 막혔다.
그런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있는 흰정향나무의 사진을 잘 살펴 보니 통부가 열편보다 더 긴 것으로 보인다.
열편 끝이 안으로 굽어 있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개회나무로 보았는데 개회나무는 통부가 열편보다 짧고 수술이 화관 밖으로 나온다는 점이 사진과 달랐다.
결국은 사진 속 나무는 흰정향나무이고 통부가 열편보다 짧다고 되어 있는 도감이 틀렸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뭔가 미진한 느낌은 여전하다.
잎은 이렇게 생겼다.
산앵도나무는 이곳에도 있었다.
정상 바위 위에 솜다리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너무 멀어서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정상에서 내려와 다른 곳에 가보니 그곳에서도 바위 위에 몇 개체 보이긴 했으나 역시 멀기는 마찬가지다.
위험을 좀 감수하고 최대한 가까이 가서 줌으로 당겨본 사진이 이 사진이다.
당연히 구석구석 찍을 수가 없었기에 솜다리, 산솜다리, 왜솜다리 중 어느 것인지는 판별할 수 없었다.
정상에서 안부로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은 내가 온 길이고 우측은 흘림골입구 쪽으로 가는 길인데 초행이라 좀 망설이다가 흘림골입구 쪽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오색에서 올라온 길에 야생화가 거의 없었기에 흘림골입구가 어딘지도 모른 채 그곳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하신길에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도깨비부채다.
꽃은 이렇게 생겼다.
붉은 가시가 많아 곰딸기인가 했는데 꽃잎이 좀 벌어진 게 아무래도 다른 종류인 거 같아 찍어봤는데 알고 보니 멍덕딸기다.
곰딸기와 유사하여 무척 혼동스러웠는데 곰딸기는 꽃이 연한 홍색이고 멍덕딸기는 흰색이다.
곰딸기의 잎은 3~5개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인데 반해 멍덕딸기의 잎은 3출엽이다.
하산을 시작하자마자 멍덕딸기와 도깨비부채가 나타나주어 이쪽에는 그래도 야생화가 좀 있으려니 했는데 이게 끝이다.
더 이상 눈에 띄는 게 없다.
등선대까지 오르는데 5km를 걸었는데 등선대에서 흘림골입구까지는 1.2km밖에 안 된다.
막상 흘림골입구에 다다르자 그곳이 한계령 조금 밑에 위치한 곳이고 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오색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탐방지원센터 안내원에게 물으니 40분 정도면 오색까지 걸어갈 수 있다 하여 한계령으로 오를까 하다가 그냥 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기로 한다.
도로변에 다래가 보이기에 꽃을 살펴보니 암꽃이다.
암꽃은 처음 본다.
그 옆에 있는 수나무에는 수꽃이 참 많이도 달렸다.
좀 더 내려가다 콩과 식물 하나가 보여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뭔가가 눈에 띈다.
뱀이다.
방지턱 아래에 또아리를 틀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 뱀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사진을 찍기 위해 뱀 위로 손을 뻗었어야 하는데 십중팔구 물렸을 거다.
저 뱀이 독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독사라면 이날부로 세계 인구 통계에서 숫자 하나를 빼야만 할 뻔했다.
휴~~ 하마터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설악에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섬?하다.
얼마 동안 내 행동을 탐색하던 뱀이 알아서 바위 밑으로 사라져준다.
그래도 찍을 건 찍어야지 하면서 찍은 게 이 사진이다.
집에 와서 갈퀴 종류, 완두 종류를 모두 다 뒤져봤는데 사진과 일치하는 설명을 제시하는 게 없다.
그런데 자꾸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전에 울산 바닷가에서 찍은 갯완두 사진을 보니 바로 그것이었다.
갯완두는 당연히 바닷가에서나 자라는 걸로 생각하고 이건 그냥 넘겼었던 것이다.
자료에 보니 경북 보현산에서도 자라고 내륙지방인 충남에서도 자란다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에서도 자라는 모양이다.
미역줄나무도 꽃을 활짝 피웠따.
잎 모양은 이렇게 생겼다.
흰숙은노루오줌도 한 포기 발견했다.
숙은노루오줌은 꽃 색이 연한 홍색인데 흰숙은노루오줌은 이름 그대로 흰색이다.
노루오줌은 줄기에 긴 갈색 털이 있는데 숙은노루오줌 종류는 짧은 갈색 털이 있는 점이 다르다.
섬잣나무로 보이는 나무에 실한 열매가 달렸다.
쥐똥나무를 하나 만났는데 설악산에 있는 것이니 일반 쥐똥나무와 다르겠거니 하고 무조건 찍어봤다.
화서에 털이 있고
잎은 끝이 매우 뾰족하고 줄기에도 털이 있으며
잎 뒷면에는 중륵이외에도 털이 다소 있고
꽃밥이 화피열편의 중앙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 모두 사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산동쥐똥나무다.
광대싸리는 암수딴그루인데 암그루, 수그루가 사이 좋게 곁에 있었다.
암술머리 3개를 갖고 있는 암꽃이 열매를 맺어 가고 있다.
수꽃은 수술이 5개이다.
사진 가운데 있는 꽃 속에 암술이 보이기에 혹시 양성화가 아닌가 했는데 도감에 보니 수꽃에도 퇴화한 암술이 있다 한다.
식물들 감상하며 천천히 내려왔더니 근 2시간이나 걸렸다.
오색약수터 진입구에도 탐방지원센터가 있었고 그 옆으로 대청에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민박집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대청으로 해서 한계령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을 한 후 저녁에 귀가하기로 마음먹는다.
센터 직원이 다가와 도와줄 게 있냐고 묻는다.
오늘 주전골은 야생화 별로 없던데 대청 쪽은 어떤가요, 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내 일박 계획을 단번에 꺾어놓는다.
"주전골이나 대청이나 다 똑같아요. 야생화 같은 거 없어요."
이 말 한 마디에 설악산 산행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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