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를 흐르는 하천 이름이 왕숙천이다.
들으면 웬지 친숙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다.
포천시에서 발원하여 남양주시, 구리시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한자로는 王宿川이라 쓴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찾아 보니 <조선 태조 이성계가 상왕(上王)으로 있을 때 팔야리(八夜里)에서 8일을 머물렀다고 해서 ‘왕숙천’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 세조를 광릉에 안장한 후 “선왕(先王)이 길이 잠들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라고 되어 있다.
지금이야 뭐 경관이 특출한 장소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그런대로 풍광이 수려한 곳이었나 보다.
인근에 있는 팔야리란 곳의 명칭 유래도 오늘 처음 알았다.
광릉내에 있는 왕숙천변으로 한 번 나가보았다.
올봄에 갯버들과 키버들을 관찰하기 위해 몇 번이나 방문했던 곳인데 불과 엊그제 같던 그때가 벌써 깊은 여름의 옷자락에 묻혀버렸다.
시간의 흐름은 왕숙천의 유속을 한참 능가한다.
그때의 내 발자취는 이미 한강물에 섞여 먼 바다 어딘가에서 표류하고 있겠지.
시류의 속도가 이 정도라면 저 갯버들과 키버들이 또 다시 헐벗은 나신으로 한 겨울의 칼바람 앞에서 인내심을 키울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왕숙천은 폭이 상당히 넓고 수량이 적으며 수심이 고르게 얕은 편이다.
그래서 장마철이 아니면 하상이 대부분 드러나고 양안에는 각종 풀들이 자란다.
이런 분위기는 식물 공부하는 내게 상당히 유혹적이다.
그 정도 환경이라면 뭔가 좀 있어도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에 몇 번이나 그곳으로 발걸음을 해봤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오늘도 그저 산책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이곳을 찾았다.
물가에서는 황새 같은 철새들이 놀고 모래톱에서는 사람들이 놀고 있다.
자갈밭을 따라 하류 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보았으나 눈에 띄는 식생들은 그저 다 평범하고 평소 많이 봐 왔던 것들뿐이다.
디카 놀리기가 미안해서 큰달맞이꽃 달랑 하나 찍고 하천을 벗어났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흰노랑색으로 피는 자주개자리가 있어 혹시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는 녀석이 아닌가 해서 찍은 사진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1. 달맞이꽃
2. 흰노랑자주개자리
자주개자리가 군생하고 있는 곳에 유난히 희거나 노란빛을 띈 꽃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처음에는 꽃이 흰색이었다가 점차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분명히 별도의 이름을 부여받은 녀석이리라 여기고 사진을 찍어봤는데 결과는 허사였다.
노랑개자리라고도 있는데 자료의 설명상으로는 사진 속 녀석과 유사했으나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확인해 보니 노랑개자리의 꽃은 짙은 노란색이고 제주도에서 주로 자란다 하여 노랑개자리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결론적으로는 자주개자리의 변종 정도로 보기로 했다.
그래도 꽃 색이 자주색과는 거리가 멀기에 나 혼자 재미삼아 흰노랑자주개자리라 이름붙여 봤다.
흰노랑민들레란 이름이 생각나서 그것을 차용해본 것이다.
막상 이름 붙여 놓고 나니 색명이 세 가지나 들어 있는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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