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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갤러리-풀꽃나무

식물 탐사 일기 - 운악산 (08.06.24)

by 심자한2 2008. 6. 26.

 

아침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야생화의 보고인 점봉산 곰배령을 현리에서도 갈 수 있다는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어, 내가 왜 여태까지 이걸 몰랐지?

현리라면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잖아.

시계를 보니 광릉내에서 현리 가는 버스 시간이 촉박하여 세수도 못한 채 대충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간신히 현리 행 버스에 올랐다.

 

현리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배차시간표를 봤는데 아무리 봐도 진동리라고는 없다.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현리에서 진동리 가는 버스를 타면 곰배령 입구까지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매표원에게 진동리를 물어보니 전혀 모르는 곳이라 한다.

일단 밖으로 나와 근처에 있는 택시 기사에게 다시 물어보니 아마도 진동리는 강원도 현리에 있는 것이리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때서야 난 아차, 한다.

산행을 위해 이곳 가평군 현리만 하도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강원도고 경기도고 따져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그럼 그렇지 점봉산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리가 없지.

나, 바보 아냐?

 

일시에 전신에서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왕 이곳에 온 김에 근처 산이라도 다녀갈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망가진 기분이 쉽게 그 일정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음을 추스리고 일단 가까운 운악산에 가기로 한다.

계획된 산행이 아니니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가기 싫으면 그 자리에서 다시 돌아나오기로 마음먹는다.

그랬는데 일단 산에 들어서니 발걸음 돌리기가 쉽지 않아 그대로 절고개를 거쳐 정상까지 오른다.

산행 중에도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음은 물론이다.

운악산은 야생화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걸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친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앙숙인가보다.

정말 없어도 너무 없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꽃이 없으면 등산을 목적으로 하면 되니까 그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박주가리 꽃이 눈에 띄었다.

 

등산로 초입에 흰말채나무 열매가 무슨 물고기 알처럼 모여 있다.

열매는 흰색으로 익는다.

 

꼭두서니 종류를 하나 찍었는데 원줄기에 윤생하고 있는 잎이 5개이다.

꼭두서니 종류는 모두 원줄기에서 잎이 4개씩 윤생하거나 6~10개씩 윤생하는데 유독 갈고리네잎갈퀴만 줄기 밑에서는 5~6개씩 윤생하고 위에서는 4~5개씩 윤생한다.

그러니 잎이 5개 윤생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갈고리네잎갈퀴로 보면 되겠다.

 

가지에 있는 잎은 4개씩 윤생하고 있다.

잎가장자리와 중륵에 밑을 향한 가시가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갈고리란 말이 붙은 듯하다.

 

꽃은 작아서 찍기 무척 힘들었는데 여하튼 이렇게 생겼다.

 

요즘은 어느 산엘 가나 자주꿩의다리가 은꿩의다리 뒤를 잇고 있다.

 

꽃에 자줏빛이 돌고 줄기가 자주색이라서 '자주' 란 말이 이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관찰해 보니 개중에는 줄기가 녹색인 것도 있다.

 

잎은 2~3회 삼출엽이다.

 

절고개 근처에서 난초 종류를 하나 발견하고는 정상에 오르길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순판이 뒤로 완전히 젖혀지지 않았기에 옥잠난초속의 다른 난초일 거라 기대했는데 결국은 키다리난초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혹시 중나리가 아닐까 해서 찍어봤는데 잎 양면과 줄기에 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털중나리다.

중나리는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하산은 포천 쪽으로 하기로 한다.

하산로는 운악사 코스와 무지치폭포 코스 두 개가 있는데 운악사 코스는 일전에 등산한 바가 있기에 이번에는 무지치폭포 코스로 하산했다.

이쪽 코스는 경사가 심해서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려가기도 만만치 않다.

하산을 완료한 후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풀밭에서 선개불알풀의 열매를 한 번 찍어보았다.

열매가 너무 작아 20장 정도 찍었는데 겨우 이거 하나 건졌다.

열매 생김새가 개 불알 같다고 하여 개불알풀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이 사진 들고 가서 멍멍이에게 니꺼 맞냐고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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